전자여권 코리아 기술, 해외시장 겨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4.05 01:00
세탁기에 전자여권이 든 청바지를 넣고, 60℃의 뜨거운 물로 45분간 세탁한다. 날카로운 펜으로 전자 여권에 내장된 전자 칩과 안테나를 100번을 두들기기도 한다. 외교부로부터 여권 제작을 위탁받은 한국조폐공사는 이런 전자여권 내구성 시험을 한다. 90여 종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발급 10년 만에 올해 전국민 사용 특수 표지에 칩 들어가 위조 불가능 세탁기에 돌려도 개가 뜯어도 안전 LG CNS 동남아·남미 등 진출 노려 3년 뒤에는 강화 필름 기술 적용 잉크 대신 레이저 인쇄 보안 강화 정영기 조폐공사 ID사업단 차장은
“실수로 세탁기에 빨거나 개가 물어뜯어도 전자 칩에 내장된 개인인증 정보가 파괴되지 않는지 확인한다”며 “해외에서 신원인증이 안 돼 구류되는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전자여권이 발급된 지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3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전자여권 1호)과 전 영부인 김윤옥 여사(전자여권 2호)를 시작으로 발급된 전자여권은 혹독한 내구성 시험을 거쳐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개인인증 수단이 됐다.
.전자여권은 기존 종이여권과 디자인은 같지만, 겉표지를 종이가 아닌 특수 무명(cotton) 재질을 쓴다는 차이가 있다. 뒤쪽 겉표지 속에 신원정보를 담은 전자 칩과 안테나를 넣어 전자여권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자여권을 쓰게 되는 첫해라는 데 의미가 있다. 2017년 1월 말 현재 여권 소지자 2720만 명 중 2460만 명이 전자여권을 쓰고 있다. 아직 종이여권을 사용하는 260여만 명은 여권 교체주기(10년)를 맞아 올해 모두 전자여권으로 바꾸게 된다. 여권이 발전해온 과정은 ‘위조와의 전쟁’ 속에서 성장한 보안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다. 정부 수립 전에는 조선의 조정이 신분을 보증한다는 글귀와 도장만이 찍힌 ‘집조(集照)’란 문서가 여권의 기능을 대신했다. 종이여권이 지금 쓰는 디자인이 된건 1994년이다. 당시에는 증명사진을 여권에 접착제로 붙여 만들었다. 사진을 쉽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여권 위조 범죄자들 사이에서 한국 여권이 인기가 있었던 ‘흑역사’도 있었다. 2007년 신원정보를 전자 칩에 넣어 보안을 강화한 전자여권이 탄생하면서 미국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
1951년 이흥종 대위의 여권. 이 여권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여권이다.[사진 외교부] .
94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디자인의 종이여권이 발행됐다. 증명사진을 뗐다 붙일 수 있어 쉽게 위조됐다. [사진 외교부]
94년부터는 지금과같은 디자인의 종이여권이 발행됐다. 증명사진을뗐다 붙일 수 있어 쉽게 위조됐다. [사진 외교부] .전자여권이 종이여권보다 더 보안성이 높은 이유는 여권에 인쇄된 신원정보와 전자 칩에 기록된 정보를 동시에 체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종이여권은 안쪽에 기재된 신원정보 만으로 개인인증을 하기 때문에 인쇄된 신원정보만 고치면 위조가 된다. 그러나 전자여권은 인쇄된 정보는 물론 전자 칩에 기록된 정보까지 모두 고쳐야하기에 위조하기 어렵다. 또 전자여권에는 기계가 개인정보를 읽는 ‘기계판독란(MRZ·Machine Readable Zone)’이 훼손돼도 인증을 할 수 있도록 얼굴인증 기술이 적용돼 있다. 여권사진으로 귓볼을 가리지 않고 옅은 색 상의를 입지 않은 사진만 가능한 것도 이 같은 조건을 갖춰야 여권판독 기계가 얼굴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여권에는 일반인은 모르는 첨단 정보기술(IT)부품이 들어있다. 칩과 안테나가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