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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권 코리아 기술, 해외시장 겨눈다

淸山에 2017. 4. 5. 08:51






전자여권 코리아 기술, 해외시장 겨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4.05 01:00




세탁기에 전자여권이 든 청바지를 넣고, 60℃의 뜨거운 물로 45분간 세탁한다. 날카로운 펜으로 전자 여권에 내장된 전자 칩과 안테나를 100번을 두들기기도 한다. 외교부로부터 여권 제작을 위탁받은 한국조폐공사는 이런 전자여권 내구성 시험을 한다. 90여 종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발급 10년 만에 올해 전국민 사용
특수 표지에 칩 들어가 위조 불가능
세탁기에 돌려도 개가 뜯어도 안전
LG CNS 동남아·남미 등 진출 노려
3년 뒤에는 강화 필름 기술 적용
잉크 대신 레이저 인쇄 보안 강화
정영기 조폐공사 ID사업단 차장은


“실수로 세탁기에 빨거나 개가 물어뜯어도 전자 칩에 내장된 개인인증 정보가 파괴되지 않는지 확인한다”며 “해외에서 신원인증이 안 돼 구류되는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전자여권이 발급된 지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3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전자여권 1호)과 전 영부인 김윤옥 여사(전자여권 2호)를 시작으로 발급된 전자여권은 혹독한 내구성 시험을 거쳐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개인인증 수단이 됐다.
 


.전자여권은 기존 종이여권과 디자인은 같지만, 겉표지를 종이가 아닌 특수 무명(cotton) 재질을 쓴다는 차이가 있다. 뒤쪽 겉표지 속에 신원정보를 담은 전자 칩과 안테나를 넣어 전자여권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자여권을 쓰게 되는 첫해라는 데 의미가 있다. 2017년 1월 말 현재 여권 소지자 2720만 명 중 2460만 명이 전자여권을 쓰고 있다. 아직 종이여권을 사용하는 260여만 명은 여권 교체주기(10년)를 맞아 올해 모두 전자여권으로 바꾸게 된다.
 
여권이 발전해온 과정은 ‘위조와의 전쟁’ 속에서 성장한 보안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다. 정부 수립 전에는 조선의 조정이 신분을 보증한다는 글귀와 도장만이 찍힌 ‘집조(集照)’란 문서가 여권의 기능을 대신했다. 종이여권이 지금 쓰는 디자인이 된건 1994년이다. 당시에는 증명사진을 여권에 접착제로 붙여 만들었다. 사진을 쉽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여권 위조 범죄자들 사이에서 한국 여권이 인기가 있었던 ‘흑역사’도 있었다.
 
2007년 신원정보를 전자 칩에 넣어 보안을 강화한 전자여권이 탄생하면서 미국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
 

1951년 이흥종 대위의 여권. 이 여권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여권이다. [사진 외교부]

1951년 이흥종 대위의 여권. 이 여권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여권이다.[사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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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디자인의 종이여권이 발행됐다. 증명사진을 뗐다 붙일 수 있어 쉽게 위조됐다. [사진 외교부]

94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디자인의 종이여권이 발행됐다.

 증명사진을 뗐다 붙일 수 있어 쉽게 위조됐다. [사진 외교부] 


94년부터는 지금과같은 디자인의 종이여권이 발행됐다. 증명사진을뗐다 붙일 수 있어 쉽게 위조됐다. [사진 외교부]
.전자여권이 종이여권보다 더 보안성이 높은 이유는 여권에 인쇄된 신원정보와 전자 칩에 기록된 정보를 동시에 체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종이여권은 안쪽에 기재된 신원정보 만으로 개인인증을 하기 때문에 인쇄된 신원정보만 고치면 위조가 된다. 그러나 전자여권은 인쇄된 정보는 물론 전자 칩에 기록된 정보까지 모두 고쳐야하기에 위조하기 어렵다. 또 전자여권에는 기계가 개인정보를 읽는 ‘기계판독란(MRZ·Machine Readable Zone)’이 훼손돼도 인증을 할 수 있도록 얼굴인증 기술이 적용돼 있다.
 
여권사진으로 귓볼을 가리지 않고 옅은 색 상의를 입지 않은 사진만 가능한 것도 이 같은 조건을 갖춰야 여권판독 기계가 얼굴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여권에는 일반인은 모르는 첨단 정보기술(IT)부품이 들어있다. 칩과 안테나가 대표적이다.
 
 



 

 속지는 조폐공사가 만들고 겉표지는 LG CNS가 만드는데, 특수 무명 재질의 겉표지 안에 전자 칩과 안테나(칩에 담긴 신원정보를 전자신호로 바꿔 여권판독기에 전달하는 장치)를 넣고 압착한 뒤 속지를 붙이면 하나의 여권이 완성된다. 칩과 안테나 등은 지난해까지 독일 반도체회사 인피니온 등이 개발한 제품을 써 왔지만 올해부터는 국산화에 성공했다.
 
LG CNS는 순수 국산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8년 동안 3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중소기업 JMP와 함께 칩과 안테나를 압착해 여권 표지를 제작하는 공정을 무인 자동화 시설로 만들었다. 사람에 의한 불량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전자여권의 보안 기술은 2020년 한 차례 더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창문이나 렌즈에 입히는 내구성 강화 필름 폴리카보네이트를 여권 내 신원확인 면에 입히는 방식의 차세대 여권이 도입된다. 개인정보를 잉크로 인쇄하지 않고 강화 필름에다 레이저로 새기기 때문에 보안이 한층 강화된다.


김유종 LG CNS 보안솔루션 팀장은 “잉크로 인쇄하는 방식은 인쇄된 면을 떼어내거나 특수 용액으로 잉크를 지울 우려가 있지만 레이저로 새기면 지우기가 어렵다”며 “IT 기술 발전으로 위·변조 기술도 같이 진화하기 때문에 이에 맞춘 보안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화에 성공한 전자여권 보안 기술은 해외로도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종이여권을 쓰는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면 수출 전망은 밝다는 게 LG CNS의 설명이다.
 


김유종 팀장은 “아직 활로가 개척된 곳은 없지만 계속해서 수출을 시도하고 있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자여권의 보안 기술이 강화되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지난해 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무비자 여행국은 172개로 아시아에선 일본·싱가포르에 이어 3위, 전 세계에선 6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전자여권의 높은 보안성을 인정 받아 현재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과 함께 가장 많은 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비자 면제국 지위를 갖고 있다.
 
자유롭게 왕래하고 무역할 수 있는 나라를 늘려 글로벌 경제 영토를 확장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여권 파워’가 무역 경쟁력으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J report] 전자여권 코리아 기술, 해외시장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