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화폭의 예술

아름다운 여인의 이중적인 초상 - 제임스 티소,<야망을 품은 여인>

淸山에 2015. 3. 3. 13:54

 




아름다운 여인의 이중적인 초상 - 제임스 티소,<야망을 품은 여인>


 
 


오직 아름다운 여인만이 존재하는 그림


     티소(Jacque Joseph Tissot, 1836.10.15.-1902.8.8.)는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낯선 작가에 속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전성기에 그린 그림은 역사나 종교화처럼 전통적인 맥락의 작품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당대 활동하던 모네와 인상파 화가처럼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한 주제나 기법을 구사하는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티소는 서사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화려한 파리지엔느의 삶, 아름다운 여인을 중심으로 말이다. 티소의 그림은 여인이 주인공이다. 화려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인들. 그의 그림 속에는 아름답지 않은 여인은 없다.


 


 


19세기 패션 화보집 같은 작품들


     먼저 티소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The Gallery of HMS Calcutta.png

제임스 티소 , 1877년,  캔버스에 유채, 테이트 갤러리.


 


L.L양의 초상.png

제임스 티소, 양의 초상 (빨간 상의를 입의 소녀)>, 1864년, 캔버스에 유채, 124*99.3cm, 오르세 미술관


 


벽난로.png

제임스 티소, <벽난로>, 1869년, 캔버스에 유채.


 


보트를 탄 여인.png

제임스 티소, <보트에 탄 여인>, 1870년경, 캔버스에 유채, 48*74cm, 개인소장


 


너무일찍.png

제임스 티소, <너무 일찍>, 1873년, 캔버스에 유채, 길드홀 아트 갤러리.


 


seaside.png

제임스 티소, <seaside>, 1878년, 캔버스에 유채.


 


여름.png

제임스 티소, <여름>, 1878년, 캔버스에 유채, 92.1*51.4cm, 개인소장


 


서커스 애호가.png

제임스 티소, <서커스 애호가>, 1883-1885년경, 캔버스에 유채, 147*102cm, 보스턴 미술관


 


 여러분은 그림에서 무엇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가? 아마도 화려한 디테일을 세세하게 살려 표현한 여인의 의상일 것이다. 티소는 당대의 패션을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색조로 표현하기로 유명하였다. 그의 그림은 비평가들에게는 ‘졸부를 위한 천박한 그림’으로 치부되며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대중에게는 인기가 좋았다. 요즘 시대의 패션잡지 화보로 등장할법한 여인들, 특히 파리의 사교계 여인들을 우아하고 생기 있게 그려낸 티소의 그림은 대중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티소의 작품들은 그의 의도와는 달리 소비가 중심이 된 근대사회의 여성 상품화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오늘날 그의 그림은 근대사회의 단면을 솔직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다음 두 작품을 감상해보자.


 

신부들러리.png

제임스 티소, <신부 들러리>, 1883-1885년경, 캔버스에 유채, 127*101.6cm, 리즈미술관


 


야망을 품은 여인.png

제임스 티소, <야망을 품은 여인>, 1883-1885년경, 캔버스에 유채, 올브라이트녹스 미술관


 


 그림의 등장인물은 공들여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과 남자. 그리고 그들을 훔쳐보며 속닥거리는 주변인이다. 특히 두 번째 그림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대비되는 나이 많은 노신사가 그녀를 에스코트 하고 있으며, 그림의 제목 또한 <야망을 품은 여인>이다. 이러한 제목은 그녀의 표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주면을 둘러보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내 목표는 성공한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녀의 돈 많은 정부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동반한 호사스런 미인은 그들의 사회적 성공의 징표이고, 이것을 또한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로 구현된 공허하고 퇴폐적인 사회의 자화상.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변해가는 근대화된 파리의 어두운 단면도 티소 그림의 일부인 것이다.


 


 


그 후 이야기


     이미 눈치 챘겠지만 티소의 그림 속 여인은 같은 얼굴이 많다.


 


내사랑.png

제임스 티소, <내 사랑>, 1876년, 캔버스에 유채, 59.6*45.7cm, 개인소장


 


미인의 타입.png

제임스 티소, <미인의 타입>, 1878년, 캔버스에 유채, 92.1*51.4cm, 개인소장


 


 계속해서 티소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 여인은 캐틀린 뉴튼이다. 그녀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고 이혼 후 혼외 자식까지 낳은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티소가 캐틀린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티소는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그 사실 또한 누구에게도 숨기지 않았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티소와 어울리지 않은 여인과의 사랑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딱 알맞은 것이었다. 티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요즘말로 일과 사랑 중 사랑을 택한 것이다. 티소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그녀와의 사이에 아이도 낳고 행복한 삶을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결핵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고 28세의 젊은 나이에 아편 과다 복용으로 자살하고 만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애잔한 이야기다. 힘들게 이어온 사랑이 산산히 부서진 모습을 바라보는 티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티소는 캐틀린을 잃은 충격과 아픔을 종교에 의지한 듯하다. 이후 티소는 팔레스타인 등 성지를 순례하고, 종교화에 심취하게 된다. 말년의 티소는 화려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종교화를 그리며 은둔생활을 하다가 1902년 세상을 떠났다.


 
. .








전정은님의 최신 글 보기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