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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로고 … 왜 유럽은 원형, 미국은 네모·직선일까[마켓&마케팅]

淸山에 2015. 2. 9. 03:33

 




[마켓&마케팅]

자동차 로고 … 왜 유럽은 원형, 미국은 네모·직선일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5.02.08 12:56
⑨ 로고에도 관상이 있다
  
 

기술력과 심미성을 강조하는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주로 원형 로고를 쓴다.

반면 활동성과 남성미를 강조하는 미국의 차들은 각진 모양의 로고를 주로 쓴다.

왼쪽부터 유럽의 메르세데스·BMW와 미국의 링컨·쉐보레 자동차와 로고.



넓은 얼굴을 가진 성공한 CEO들. 왼쪽부터 제프리 이멀트(GE 회장), 허브 켈러(전 사우스웨스트항공 회장),

로버트 아이거(월트디즈니 회장). 실패한 CEO인 긴 얼굴의 리처드 펄드(리먼 브러더스).



제프리 이멀트(GE 회장), 허브 켈러(전 사우스웨스트항공 회장), 로버트 아이거(월트디즈니 회장). 모두 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들이다. 그런데 묘한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넓은 얼굴을 가졌다는 것. 정확하게 말하면 얼굴의 가로(광대 간 거리)와 세로(눈썹과 윗입술 간 거리) 비율이 다른 경영자들보다 크다.


2011년 위스콘신대 웡(Wong) 교수팀은 미국 500대 기업의 경영자 중 55명을 선정해 얼굴 비율과 기업 실적의 연관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 결론은 경영자 얼굴의 가로 세로 비율이 클수록 기업의 성과가 좋았다는 연구가 있다. 가늘고 긴 얼굴을 가진, 그리고 실제로 기업을 최악의 운명에 빠뜨린 경영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금은 사라진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가 꼽힌다.


관상을 중히 여기는 것은 한국이나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양에서도 얼굴 읽기(face reading)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 정치·경제·연예계 유명 인사들의 얼굴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들을 하곤 한다. 얼굴 생김새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데 회의적인 사람이 많고 관상 연구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지만 남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에서 실망할 때도 “어쩐지 인상이 안 좋더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미국 차 로고 근육질 연상시켜

소비자와 대면하는 기업의 얼굴은 브랜드 로고다. 브랜드 로고, 즉 심벌마크를 보면 그 기업의 제품, 광고, 개인적인 추억이 떠오른다. 감정과 행동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코카콜라의 로고만 떠올려도 톡 쏘는 청량감이 느껴지고 나이키의 날렵한 심벌 스워시(Swoosh)를 보면 승리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쿨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애플 제품을 들고 다니는 소비자에게 브랜드 로고는 단지 기업의 얼굴이 아닌 자신의 일부가 된다. 연륜이 쌓일수록 첫인상만으로 상대를 꿰뚫어보듯이 경험이 풍부한 프로 소비자들은 브랜드 로고를 슬쩍 보기만 해도 자신과 궁합이 맞을지 여부를 빠르게 판단한다. 브랜드 관상에 일가견이 생긴 것이다.


관상을 볼 때 눈·코·입이 중요하다면 브랜드 로고 디자인은 형태(shape)·색채(color)·서체(typeface)가 핵심이다. 로고의 형태는 다양하다. 고유의 심벌마크를 디자인하거나 특정 인물·동물·사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모양이 어떻든 각기 나름의 스토리를 지닌다. 한국 최초의 등록상표인 동화약품의 부채표는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아 민족화합에 대한 염원을 전달한다. 미국 석유회사 셸(Shell)의 조개 껍데기는 장식용 조개를 극동 지역으로 운송하면서 시작된 기업의 탄생 스토리를 표현한다.


브랜드 로고의 형태로 제품과 기업의 성격도 유추해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BMW·폴크스바겐 같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원형 디자인의 심벌마크를 쓰는데, 기술성과 심미성,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반면 쉐보레·링컨·크라이슬러의 로고는 네모나거나 직선형의 디자인이어서 턱이 넓은 사각형 얼굴을 연상시킨다. 각진 얼굴의 사람은 활동성과 집중력,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고 하니 큰 배기량으로 미국의 쭉 뻗은 넓은 도로를 힘차게 달리는 머슬(muscle)카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이마가 좁고 턱이 뾰족한 마름모형 얼굴은 혼자서 일 꾸미기를 좋아해 신용을 잃기 쉽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200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부정회계 사건의 주인공 엔론이 마름모꼴 심벌을 사용했던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관상을 볼 때 또 중요한 것이 ‘찰색(察色·얼굴색 관찰하기)’이다. 얼굴색을 잘 살펴보면 현재 건강 상태나 사업 상황, 애정운까지 알 수 있다. 색은 소비자의 마음에 기업을 각인시키는 강력한 표현 도구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특정 제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색상을 꼽은 소비자가 85%에 이른다. 기업·학교·정당 등 다양한 기관들의 컬러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일반적으로 붉은색은 사랑·관용·열정을, 푸른색은 논리와 지성·신뢰를 상징한다. 노란색은 따뜻함·희망·젊음을 연상시키는데 맥도날드·이케아처럼 밝고 가벼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기업의 로고에서 주로 사용된다. 웬디스는 ‘하이엔드 햄버거’를 지향하며 로고에서 패스트푸드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노란색 바탕을 버리기도 했다. 색은 기업의 문화도 보여준다. 1등 기업을 목표로 달려온 삼성은 냉철함과 경쟁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인화단결을 중시하는 LG는 따뜻함과 인간미를 표현하는 붉은 계통의 로고를 쓴다.


서체의 선택도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좌우한다. 획의 끝에 장식용 꼬리가 달린 세리프(serif)체는 화려함·우아함·고급스러움을, 선 굵기가 일정하고 꾸밈이 없는 고딕체는 현대적 느낌과 단순함, 대중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루이비통·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는 세리프체를, 월마트·이마트 등 할인점 브랜드는 고딕체를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스트패션 시장의 양대 산맥인 자라와 H&M은 심벌마크 없이 브랜드 이름에 고유 디자인을 적용한 로고타입을 사용하는데, 서체와 형태의 차이로 확연하게 다른 인상을 준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자라는 세리프체를 사용한 직사각형 로고로 안정적인 차분함을, 20대 초반을 겨냥한 H&M은 굵은 고딕체로 쓴 평행사변 형태로 자유분방함을 표현한다.


로고 성형 잘못했다 운명 바뀌기도



스타벅스 로고 변천사.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커피라는 영문자가 사라졌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얼굴을 성형하듯이 브랜드도 이따금 획기적인 로고 교체를 감행한다. 애플은 iMac 출시 당시 디자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목가풍의 로고를 단순한 사과 모양으로 바꿨다.


한입 베어 문 모양은 체리와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색상도 몇 차례 변경해 지금은 메탈색으로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다. 애플이 만약 과거의 로고를 유지했다면 지금의 브랜드 위상은 먼 얘기였을 듯하다. 스타벅스도 로고 변경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1년 영어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쓰인 테두리를 없앴는데, 커피 이외 음료로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적으로도 영어권을 넘어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물론 얼굴을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한다. 브랜드 팬층이 두꺼운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2010년 미국 패션 브랜드 ‘GAP’은 20년간 사용해온 로고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변경해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오랜 기간 GAP을 입어왔다고 밝힌 고객들은 전화·e메일·페이스북을 통해 “사상 최악의 졸작” “새 로고로 바꾸면 더는 GAP을 입지 않겠다”는 비난과 항의를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이 회사는 결국 일주일도 못 가 로고 변경 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1990년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로고에 영어를 사용하고 디자인 심미성을 높이는 등 대대적인 변경을 시도했는데 이후 20여 년 동안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서체나 색상, 자간 등에 미세한 조정만 해온 편이다. 또 다양한 사업과 제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면서도 한 얼굴을 고수해왔다. 로고 디자인을 일관되게 사용하면 그만큼 노출빈도가 높아지니, 인지도를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얼굴 관리만큼 얼굴값 하는 기업 돼야


반면 한편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다른 사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제품 결함부터 천재지변까지 각 사업이 수많은 상황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크고 작은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 부정적 여파가 확산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또 TV·냉장고·스마트폰같이 성질이 다른 여러 제품에 같은 로고를 사용하면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 개성을 표현하는 제품인 경우 로고 디자인에 더 민감해진다.


최근 네덜란드의 한 디자이너는 애플의 사과 로고에 대적할 만한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 로고를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흔히들 관상은 심상이라고 하듯 브랜드 로고에는 기업의 영혼과 정신이 응집되어 있다. 스타벅스·나이키·애플의 로고가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은 고객들이 환호하고 추종하는 특유의 철학과 이념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행의 흐름만 따르고 영혼을 상실한 GAP의 새 로고는 참담한 종말을 맞았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세계 어디서나 얼굴을 알아봐주는 월드스타가 되었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그저 아는 얼굴이 아닌, 마음에 새겨져 나의 일부 또는 분신처럼 느껴지는 얼굴을 꿈꿔야 한다. 또 그만큼 얼굴값 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최순화 소비자학을 공부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국내외 소비시장 트렌드 분석, 브랜드 관리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반감고객들』(2014), 『I Love 브랜드』(공저, 2010)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