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할복자살과 무사도
할복(割腹)이란 말 그대로 배를 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말하며 일본말로는 갓뿌쿠(割腹) 또는 토후쿠(屠腹)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하라키리(harakiri)로 부르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올라있는 일본 특유의 습속이다. 무사도《武士道, Bushido, 1900년》라는 책을 영어로 써서 일약 일본인의 용감성을 전 세계에 알린 니토베이나조의 말을 빌리면, ‘고대로부터 복부에는 인간의 영혼과 애정이 들어있다고 믿었으며 용감한 무사가 배를 갈라 죽음을 택하는 것은 무사도의 완성’이라고 한다.
일본역사상 처음 할복을 자행한 사람은 헤이안시대의 무사인 미나모토노 다메토모(1170년)로 이후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1185~1333)에 정착되어 근세까지 무사들 사이에 행해져 오던 자살방법으로
주군(主君)을 따라 죽는 오이바라(追腹),
직무상 책임이나 의리 때문에 죽는 츠메바라(詰腹),
적군에 체포되었을 때 수치를 당하지 않으려고 죽는 할복 등
할복의 동기도 여러가지다.
배를 가르는 방법은 일자형으로 가르는 일자자르기(一文字腹)、
명치끝에서 배꼽 밑까지 십자형으로 자르는 십자자르기 (十文字腹)가 있는데
십자 자르기가 용감한 것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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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무사도가 살아 있던 서슬 퍼렇던 시대의 이야기이고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오면 할복자살도 형식화되어 할복 뒤에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것을 가엾이 여겨 곁에서 죽음을 도와주는 사람이 등장했으니 가이샤쿠(介錯,かいしゃく)가 그들이다. 이것이 발전하여 에도시대 중기에는 할복용 칼이 아니라 부채를 놔두고 부채를 손에 대려는 순간 가이샤쿠가 목을 베주는 방법이 주로 쓰였는데 이를 부채가르기(扇子腹)라고 한다. 이쯤 되면 할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용감무쌍한 무사가 죽음을 벌벌 떨어 가이샤쿠가 죽음을 거든다면 할복도 무사도도 한물간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할복은 보통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지만 중세 이후에는 처형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 ‘네가 네 죄를 인정하여 너 스스로 죽음으로 보이라.’는 것으로 우리네의 사약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할복자살을 시키는 것은 참수(斬首)보다는 명예로운 것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풍신수길은 조카 히데츠구(豊臣秀次)와 자신의 다도선생인 센리큐(千利休)를 죽게 할 때 이 방법을 썼으며 지체가 높거나 상급무사한테만 특별히 허용하는 처형방법이다. 특히 1663년까지 모시던 주군이 죽으면 따라 죽는 일이 유행하여 정부는 이를 금지하기에 이른다.
전후(戰後)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에게는 소설<금각사>로 잘 알려진 미시마유키오의 할복자살은 사무라이들의 전유물이던 할복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진 한 예이다.가마쿠라부터 명치유신까지 무사시대 ‘70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사무라이 시대가 끝났지만 ‘군주에게는 충성을, 부모에게는 효도를,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인자하고, 적에게는 연민을 느끼며, 사리사욕을 금하고, 사물에는 공정성을 기하고, 부귀보다도 명예를 중시하라.’라는 <무사도> 정신과 <할복문화>의 잔영은 남아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출처;blog.naver.com/nsunday/150087420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