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문화.예술庫

묻고 놀라고 화내고… 충청도에선 '뭐~여' 한마디면 되~여

淸山에 2013. 10. 5. 05:51

 

 

 

 

 

 

묻고 놀라고 화내고… 충청도에선 '뭐~여' 한마디면 되~여
 허윤희 기자


입력 : 2013.10.05 03:02

 
 


	방언정담 표지 사진

방언정담 표지 사진   

 
방언정담

한성우 지음|어크로스|304쪽|1만5000원

 

 

"쟤가 장종훈이지? 호무랑(홈런) 잘 치는 애." "이, 그려, 야구는 종훈이가 좀 혀. 하나 칠 겨."

1992년 가을, 베어스와 이글스 경기가 한창인 잠실. 대전이 연고지인 이글스 응원석에서 충청도 아저씨들이 느릿느릿 응원 아닌 응원을 보낸다. 9회 초 현재 0-2. 뒤지고 있는 이글스에 기적의 조짐이 보였다. 투 아웃 이후 터진 안타, 그리고 볼넷. 다음 타자는 홈런 타자 장종훈. 딱 한 방이면 된다. 힘차게 도는 방망이, 경쾌한 타격음, 쭉쭉 뻗어나가는 공. 그런데 너무 높다. 공은 아쉽게도 펜스 앞에서 잡혔다. "뭐~~~~~~~~~여."

 

충청도 특유의 화법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물병을 던진다거나, 욕설을 내뱉을 법도 한데 그저 한 마디 길게 뿜는다. 저자는 이를 '느린 화법'이 아니라 '접는 화법'이라고 했다. "분노에 가득 찬 말을 반으로 접고, 칭찬이라면 반의반을 접고, 사랑 표현이라면 또 반을 접는다. 감추어지는 분량이 많을수록 말은 느려진다."(157쪽)

 

서울 사람도 서울 사투리를 쓴다. 20대조 할아버지 때부터 서울에 눌러 살았다는 '서울 토박이' 할머니의 말. "사직동에서 태났에여. 옐일곱 살에 �집(시집)을 갔는데 밤낮 식모살이 모냥(모양)으로 일만 했져."

 

전라도에는 '육학년'은 없고 '유강년'만 있다. '법학' 대신 '버박'만 할 수 있다. 평안도에선 '급하게'가 아닌 '그바게' 먹어야 체한다. 모음은 특히 지역에 따라서 편차가 크다. 경상도 사람들이 '으'와 '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까닭은 6개의 모음(이·에·애·우·오·아)만 구별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상도에선 '은마아파트'가 '엄마아파트'가 되고 '성우'와 '승우'가 구별되지 않는다.

 

20년 동안 전국 각처를 떠돈 국어학자의 방언 기행. '사투리' 들려줄 사람을 찾아다니다 간첩으로 오해받고 약장수 취급받으며 길 위에서 건져 올린 '말'과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삶의 정서와 역사, 사회의 면면이 켜켜이 쌓여 있는 '방언의 인문학'이 구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