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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래향(夜來香) **
- 글 / 윤 모 촌 -
밤에 향기를 낸다 해서 야래향(夜來香)이라고 한 꽃은 실상 꽃답지가 않다.
그런데 혹(惑)하지 않을 수 없는 그 향기도 향기려니와,
꽃이름에 더 마음이 사로 잡힌다.
말없이 곁으로 다가서는 정인(情人)의 기척을 느끼게 하고,
멀리서 찾아오는 반가운 손(客)처럼 마주하게도 한다.
무념(無念)히 다가서게 하는 이름이며,
마력(魔力)의 향기로 사람을 끄는 꽃이다.
매력 있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있을 수가 없다.
선영의향(扇影衣香)은은한 미인들을 연상케 하고,
중국이 원산이어서 그런가, 대륙의 풍정(風情)에 잠기게도 한다.
호궁(胡弓)의 애련한 엘레지가 들려오는 듯도 하여,
역시 대륙의 꽃 능소화(凌宵花), 협죽도(夾竹桃)등에 어우러져 환상의
나라로 이끄는 이름이다.
그리하여 서시(西施)와 양귀비(楊貴妃)의 거실 곁으로도 인도를 한다.
낮에 다투어 피는 꽃 중에, 야래향은 무슨 일로 밤에 피어나는 것일까.
전설이 있음직하다.
박색(薄色)여인의 한(恨)일 듯 싶다.
남정(男丁)을 사로잡기 위해 향기의 침실을 꾸렸음인가.
야래향은 땅거미와 더불어 피기 시작하다가 동이 트고 날이 밝기 시작하면,
밤내 뿜던 향기를 거두고 꽃을 오므린다.
한 그루의 꽃이면 여름밤 집 안팎을 향내로 메운다.
난향(蘭香)처럼 점잖아서 가볍지 않고, 백합같이 칙칙하지 않다.
국화가 서리를 오기(傲氣)로 피어내 일품이기는 하나,
그 향은 야래향에 댈 수 없다.
섣부른 프랑스제 향수도 이에 못 미친다.
한 가지 험이 있다면, 꽃으로는 등외품(等外品)이다.
화사하네 요염하네 따위의 형용은 가당치 않아 아예 꽃이 되지 않는다.
활짝 피었을 때라야 4~5미리 정도의 크기이고,
연록색 빛깔은 꽃빛이 아니다.
모양은 나팔꽃 형태이나, 자질구레해서 볼품이 없다.
버들잎 같은 잎새여서 가지는 흡사 버드나무.
요염스러워 가볍게 보이는 꽃들에 대면,
야래향은 몸매무시와는 무관한 여인의 모습을 한 꽃이다.
건삽(乾澁)한 하루를 밖으로 나돌다 돌아오는 밤엔,
문간에서 먼저 나와 나를 잡는다.
입원한 안사람을 들여다보고 돌아오는 저녁도,
스산한 마음을 감싸 안는다.
터서리에 고여 있는 허섭스레기 상념을 말끔히 가셔주니,
십년지기(十年知己)와 다를 것이 없다.
세 철을 떨어져 있다가 한 철만을 더불어 살지만,
다른것은 외면할 수 있어도, 야래향만은 외면할 수 없다.
이 구석 저 구석을 들여다봐도, 야래향보다 향기로울 게 없으니,
이름에 이끌리고 향기에 붙들려, 밤마다 만나는 꽃이 야래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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