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전진부대
베티고지에 대한 중공군의 집념은 그야말로 대단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무려 15시간 동안 총 19회에 걸쳐 공격을 쉬지 않고 개시하였습니다. 중공군은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베티고지를 향해 돌격한 셈인데, 그 결과는 참담하였습니다. 19전 19패였던 것이었고 당연히 김만술이 지휘한 2소대는 19연승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기적이었습니다.
[ 전투에 투입되기 전 총기를 점검하는 병사의 모습 ]
전진부대의 단 1개 소대가 무려 3개 대대 병력의 적과 싸워 고지를 끝까지 사수함과 동시에 사살 314명, 부상 450명, 포로 3명의 엄청난 전과를 획득하였습니다. 반면 아군의 피해는 전사 6명, 부상 18명에 불과한 극히 경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휴전 직전에 벌어진 베티고지 전투였습니다. 그리고 기적을 이끈 김만술 소위는 한국과 미국의 최고 무공훈장을 동시에 받으면서 군신(軍神)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 한국과 미국의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김만술 ]
세계 전사를 살펴보아도 1개 소대가 반나절 동안 1개 연대 규모의 공격을 격퇴한 엄청난 전과를 찾기는 힘듭니다. 굳이 계량화한다면 불과 13척의 판옥선으로 10배나 많은 왜선 함대를 격멸한 명량대첩 정도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승리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현실에 등장한 레오니다스와 200인의 스파르타 용사들이었습니다. 반면 전진부대처럼 단대호 1이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던 중공군 1사단에게는 결코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되었습니다.
[ 중공군 1사단은 치욕을 겪었습니다 ]
김만술이 지휘한 2소대는 마지막으로 상승부대의 전통을 지켜내어 국군 1사단의 한국전쟁 참전사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였습니다. 사실 세계 전쟁사에서, 그것도 한국전쟁처럼 규모가 컸던 전쟁에서 부대의 건재를 계속 유지한 불패의 상승부대를 찾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랑스럽게도 우리 국군에게는 바로 그런 부대가 있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천하제일사단이라 할 수 있는 전진부대입니다.
[ 전쟁 당시 전진부대의 활약상 ]
히틀러나 스탈린처럼 후퇴를 패배로 보았던 인물도 있지만 결코 후퇴는 패배와 동일시 될 수 없습니다. 후퇴는 패배를 당하지 않기 위한 작전의 일부이고 이를 결코 창피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처럼 전진부대는 패배를 당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초기 지연전, 다부동 전투, 평양 점령, 서울 재탈환 같이 깊은 발자국을 남긴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피아의 모든 부대들을 통틀어 전진부대만한 불패의 부대는 없습니다.
[ 평양 입성 당시의 1사단 ]
극히 일각에서 다부동 전투를 제외하고 그리 인상적인 전과는 없다고도 하는데, 그것은 꼬투리잡기에 불과합니다. 전투에서의 승리는 크게 적 격멸과 공간의 확보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면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라 할 수 있지만 하나만 달성해도 승리로 인정하는데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스탈린그라드 전투처럼 소련이 공간을 확보하며 이긴 전투라도 인적, 물적 피해가 더 컸던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 서울 재탈환 당시의 모습 ]
하지만 1사단은 전쟁기간 동안 전략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던 전투의 주역이었지만, 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하여야 할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하였습니다. 그 증거가 단 한 번도 부대의 편제가 무너져 내린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전진부대는 최소의 희생으로 항상 최대의 승리를 이끌어온 부대였다는 의미이고 이것보다 더한 자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전과를 올려온 부대가 1사단입니다 ]
선진국 군대라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던 미군들조차 처음부터 믿고 함께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을 만큼 전진부대의 전과는 그야말로 찬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군 전체의 자부심이자 자랑이기도 합니다. 60여 년 전 고난의 시기에 1사단의 용사들은 엄청난 적을 상대하여 결코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약소국 군대의 불비한 장비와 여건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 전진부대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
그들은 꺼지지 않는 불같은 용기를 가지고 있어서 만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조국을 수호해 내었고 전진의 선봉장으로써 국군의 영광을 대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도 처음 부대가 창설되었을 당시에 담당하고 있던 바로 그 자리를 변함없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찬란하고도 자랑스러운 부대사를 써나간 전진부대와 선배 참전용사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훌륭한 부대의 전통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