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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둥지 훔친 소쩍새·하늘다람쥐

淸山에 2013. 6. 29. 19:50

 

 

 

 

 

딱따구리 둥지 훔친 소쩍새·하늘다람쥐
[중앙일보]

 

 


2013년 6월 소쩍새(국립대전현충원), 하늘다람쥐(대전 식장산), 오색딱따구리(정부세종청사 전망대 숲).

 

왼쪽부터 소쩍새(천연기념물 제324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오색딱따구리입니다. 소쩍새와 하늘다람쥐는 ‘내 집 마련’ 소원을 이뤘고, 오색딱따구리는 집을 거의 다 완성한 듯 바깥쪽을 열심히 다듬고 있네요. 소쩍새와 하늘다람쥐가 오색딱따구리보다 더 부지런해 먼저 집을 마련한 걸까요? 답은 “노(No)!”입니다. 소쩍새와 하늘다람쥐 이 두 놈은 딱따구리들이 파놓은 둥지를 제집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숲 속에서 딱따구리의 둥지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로 이용됩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안쪽 아래로 파 내려가며 둥지를 만듭니다. 비바람도 피하고, 눈보라도 막아 주니 이보다 더 좋은 집은 숲 속에 없습니다. 또한 튼튼해 무너질 염려가 없고,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으니 숲 속에서 가장 완벽한 집입니다.

 

딱따구리는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제242호, 몸길이 약 46㎝), 청딱따구리(약 30㎝), 큰오색딱따구리(약 25~28㎝), 오색딱따구리(약 23㎝), 쇠딱따구리(약 15㎝) 등 종류가 많아 집 크기도 다양합니다.

 

 이러다 보니 딱따구리 둥지는 숲 속 작은 동물들이 탐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색딱따구리 같은 중간 크기의 딱따구리 둥지는 소쩍새(몸길이 18.5~21.5㎝)가 욕심내고, 쇠딱따구리 둥지는 몸집 작은 다람쥐(몸길이 15∼16㎝)들이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몸길이 15∼20㎝의 하늘다람쥐는 오색딱따구리 둥지가 제격이겠죠.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몸길이 43~51㎝)은 몸집 큰 까막딱따구리 둥지를 찾아 헤맨답니다.

 

 집을 빼앗기는 딱따구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행복해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눠 가지는 거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절대로 나무에 구멍을 내지 못하니까요.

 

 

글·사진=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