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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 없다면

淸山에 2013. 4. 2. 16:49

 

 

 

 

 

부활이 없다면

나는 예수의 부활을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김동길     

 

 


  종교와 과학은 많은 갈등을 빚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번번이 과학은 종교보다 한 단 높은 자리를 차지했고 때로는 종교의 스승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종교는 믿지 않아도 과학은 믿는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남부에서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테네시 주의 고등학교 생물교사 한 사람이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기 때문에 재판에 회부됐는데 그 재판을 속칭 ‘원숭이 재판’ (Monkey trial)이라고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한 케플러나 갈릴레오가 교황들을 이기고, 진화론을 제창한 다윈이 교회의 고루한 지도자들을 이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종교를 밟은 과학의 최후 승리는 아닙니다. 아직 과학 못지않게 인간의 신앙은 활기차게 살아 있습니다. 과학이 밟아 죽인 것은 미신이지 결코 신앙은 아닙니다.

 

물질은 썩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지만 정신은 썩지도 않고 죽지도 않습니다. ‘영혼의 불멸’을 입증할 과학도 없고 반증할 과학도 없습니다. 나는 성 오거스틴이나 헤겔과 더불어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와서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간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고, 그 믿음으로 86세의 노인이 되어, 머지않아 나를 찾아올 나의 ‘마지막 원수’인 죽음을 그리며 미소 짓습니다. 나는 예수의 부활을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나는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습니다. 어떤 과학의 힘으로도 죽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어떤 철학자도 과학자도 죽음 앞에 숙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극복하지 못 한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소나 말이나 개나 돼지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 수는 없지만 믿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웃으면서 살고 있고, 내일 웃으면서 떠날 것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나의 오늘과 내일이 어둡기만 할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