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관심 세상史

아부다비, 백혈병 소년 4억원 넘는 치료비도…

淸山에 2013. 4. 2. 16:31

 

*여기*

 

 

 

 

 

아부다비, 백혈병 소년 4억원 넘는 치료비도…
[중앙일보]

“큰 병, 한국이 잘 고쳐” 소문 … 외국인 고액 환자 몰려

 

 

서울성모병원 정낙균 교수가 골수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아부다비에서 온 백혈병 환자 무함마드군을 병실에서 진료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지난해 10월 4일 오전 2시, 어둠이 깔린 인천공항 활주로에 소속 항공사가 불분명한 비행기가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날아온 환자 전용기 ‘로열 젯(Royal Jet·아부다비 보건부 소속)’이었다. 기내엔 급성 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 무함마드 알 하드라미(11)가 타고 있었다. 어머니·외할아버지와 함께였다. 아랍에미리트 의사 2명도 동행했다. 기내에서 무함마드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이들 일행은 구급차를 타고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것은 오전 4시쯤. 이 병원 소아 백혈병 전문의인 정낙균 교수와 전문 간호사·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2011년 7월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무함마드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병원 측은 환자의 몸 상태를 골수 이식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항암치료를 두 차례 실시했다. 3개월에 걸친 항암치료로 몸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자 올 1월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병원 측이 미국 국립골수제공프로그램(NMDP)에 의뢰해 공수받은 미국인의 조혈모세포가 사용됐다.

 

 지금까지 수술 경과는 좋은 편이다. 방광염 등 수술 합병증이 완전히 치유되면 이달 안에 퇴원할 예정이다. 말을 더듬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무함마드의 어머니는 평범한 보통 엄마다. 그는 병원 의료진에게 “(자국에선) 골수 이식이 불가능했는데 한국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가톨릭계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이 이슬람 환자·보호자를 위해 병원 안에 마련한 이슬람 기도실.


 1일까지 중간 정산된 무함마드의 진료비는 4억2000만원. 최종 진료비는 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병원 측은 추정한다. 국내 병·의원에서 치료받은 해외 환자 1인 진료비로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함마드의 전용기 탑승(1억원)·병원 비용은 물론 보호자 체재비까지 전액 아부다비 보건부가 부담한다. 국민이 아프면 무상으로 의료 지원을 하는 정책에 따라서다.

 

 지금까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입원치료를 받은 베트남의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53)가 지불한 4억3600여만원이 최고액이었다. 이 환자는 둘째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국내 진료비, 미·유럽보다 싸 경쟁력

2009년 5월 정부와 국내 병·의원들이 ‘의료 한류(메디컬 코리아)’ 일으키기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고액 진료비를 지불하는 중증(重症) 환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중증 환자들이 ‘한국행’에 나서는 건 한국 의료의 질이 세계 수준이란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게다가 중동 환자들이 정치적·종교적 이유 등으로 미국·유럽행을 꺼리고, 한국의 의료비가 미국·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도 한몫했다.

 

 서울성모병원 정 교수는 “만약 무함마드가 미국 유명 병원에서 항암치료·조혈모이식세포 이식 시술을 받았다면 진료비가 우리의 두 배가량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병원이 이슬람 기도실까지 설치

국내 대형 병원들이 해외 환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고액 중증 환자 유치를 도왔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아랍계 환자들에게 중동 음식인 할랄(Halal) 음식을 제공하고 병실마다 이슬람 기도물품을 비치해 호감을 샀다. 라마단 기간엔 병실 문안에 기도시간표를 부착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아랍식·러시아식·몽골식·웨스턴·태국식·그리스식 등 각 나라 환자식을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들이 진료비에 대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용 패키지 수가를 올해 안에 마련해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작년 외국인 15만 명 치료 … 2000억 수출 효과
[중앙일보]
의료사고 대비 보험가입 늘려야

 


한국에 들어와 치료를 받는 해외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해외 환자는 15만 명(잠정치)을 넘어섰다. 해외 환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엔 6만203명이었지만 2010년 8만1789명, 2011년엔 12만2297명으로 늘었다. 해외 환자가 국내에서 쓴 진료비는 2009년 547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을 넘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 환자 유치건수나 진료비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해외 환자를 더 불러들이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달 말 현재 보건복지부에 외국인 환자 치료를 하겠다며 공식 등록을 마친 병원이 2610곳, 유치를 돕겠다는 대행사는 636곳에 달한다. 하지만 2011년 1년간 1명 이상의 환자를 유치·치료한 곳은 875곳에 불과하다. 2091곳은 실적이 전무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일부 미등록 대행사들은 해외 환자들을 의료기관이 아닌 피부미용숍 등으로 데리고 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미등록 업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보험사에 해외 환자 유치를 할 수 없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등에서는 국내외 보험사가 협력해 적극적인 해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의료법을 개정해 보험사에 대해서도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액 진료비를 내는 중증(重症) 환자가 늘고 있는 것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의료사고 배상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가입률이 90%가 넘는다. 반면 국내 병원에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병원이 알아서 해결하는 비율’이 65%에 달한다. 유치 업무를 하는 한 대행사 직원은 “해외 환자들은 ‘얼마짜리(어느 수준까지 배상 가능한) 의료사고 배상보험이 들어 있느냐’고 묻는다”며 “한국에선 배상보험이 의무가 아니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한다”고 전했다. 고액 환자를 유치하려면 적절한 의료배상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