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파헤친 歷史

박정희의 고속도로와 김일성의 동상

淸山에 2012. 8. 21. 07:26

 

 

 

 

 

 

박정희의 고속도로와 김일성의 동상

박정희는 고속도로로 자유와 소통, 신뢰와 희망을 가져왔지만, 김일성은 동상으로 억압과 불통, 불신과 절망을 가져왔다.

최성재     

 

 


  후진국의 독재자들은 3대 신화가 있다. 고속도로 건설과 제철소 건설과 동상 건립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그들이 성공하는 것은 자신의 동상을 건립하는 것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김일성이다. 큰 것 작은 것 다 합하면 김일성의 동상은 2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 어디에 가나 지금도 김일성을 만날 수 있다. 굳이 동상이 아니더라도, 관공서마다 기업소마다 집집마다 김일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불이 나거나 홍수가 나면, 부모나 자식보다 김일성의 초상을 최우선적으로 꺼내야 한다. 아들딸이 타 죽어도, 물에 빠져 죽어도 김일성의 초상화만 꺼냈으면, 그는 일약 ‘공화국 영웅’이 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사람보다 우대받는다. 죽은 지 15년이나 되었지만, 이처럼 김일성은 여전히 북한 전역을 통치한다. 태양신으로 북한주민의 영혼을 쇠사슬처럼 옥죄고 있다. 평양이라야 산 사람에겐 하루에 전기가 두세 시간밖에 공급되지 않지만,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김일성 동상에는 24시간 전기가 공급된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도 김일성 동상 홀로 찬란히 빛난다.
 
  이런 김일성에겐 꼬박꼬박 ‘주석’의 칭호를 붙이는 자들이 박정희에겐 대통령은커녕 독재자란 꼬리표를 꼭 단다. 친일파란 꼬리표도 심심찮게 달아준다. 빨갱이란 꼬리표까지 빈정거리며 달아준다. 심지어 그 딸을 지칭할 때도 그 앞에 ‘독재자의’란 관형어를 꼬박꼬박 붙이고,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민주를 독점한다. 독재자라, 참 희한한 독재자다. 그들에게 물어 보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SNS를 날려 보라. 박정희의 생일을 아는지? 5천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아마 박정희의 가족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게 무슨 독재자인가? 박정희의 동상을 본 적이 있는지? 단 한 개라도 본 적이 있는지? 박정희는 생전에 자신의 생일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자신의 동상 건립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노총의 통일장학퀴즈에 참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들고 김일성의 생일을 물어 보라. 북한 주민만이 아니라 이젠 한국인도 웬만하면 김일성의 생일은 알 것이다.
 
  북한에는 대한민국에는 거지에게도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 그러니 이동할 일이 거의 없다. 걷고 뛰는 게 가장 큰 이동 수단이다. 자전거도 사치다. 그런 곳에서 고속도로가 필요할 리 없다. 전시용으로 건설한 것도 유지보수가 안 돼 엉망이고 다니는 차도 없다. 일제시대 때 건설한 도로와 철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노후화되어 1945년보다 못하다. 한국에선 한두 시간에 갈 거리가 한두 주일 걸린다. 북한 주민은 굼벵이처럼 움직이지만,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은 벤츠 타고 전용열차 타고 축지법 쓰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도로가 없는 곳에 산업이 발달할 리 없다. 다람쥐 도토리만큼 생산되어도 운반할 길이 없다. 그나마 트럭을 갖고 있는 군대가 왕이다. 짐 실어 주고 돈 받고 사람 실어 주고 돈 받는다. 사람들은 그저 하늘 한 번 보고 김일성 동상 한 번 보고 김정일 초상화 한 번 보고, 수령님 노래 장군님 노래 부르며 미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를 욕하며 빈 손가락을 빤다. 그렇게 억압과 불통, 불신과 절망이 천지에 가득하다.
 
  한국은 정반대다. 민주와 민생을 울부짖으며 김대중과 김영삼이 결사반대했지만, 박정희는 전국의 차량이 10만 대일 때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자동차 1,000만대 시대에 대비했다. 가족 외에는 자신의 생일을 알리지 않고 심지어 청와대 비서실에도 양력인지 음력인지 알리지도 않고, 박정희는 자조적(自嘲的) 엽전 의식의 쓰레기를 자조적(自助的) 비옥한 토양으로 만들어 산업의 꽃을 방방곡곡 피우고 민주의 싹을 동네방네 틔웠다. 전 국민이 돈(자유)이 되는 곳이면 시원시원 뚫린 도로와 철도를 따라 어디든지 달려가게 만들었다. 공부하며 일하고 일하며 싸우게 만들었다. 자유와 소통, 신뢰와 희망이 만발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박정희는 고속도로 외에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건 포항제철이다. 김일성이 일제가 만들어 놓은 제철소로 거들먹거릴 때, 박정희는 단숨에 그것을 뛰어넘는 종합제철소를 만들었다. 그것이 세계제일이 될 줄은 아마 박정희도 몰랐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원도, 기술도, 자본도 없다며, 비교우위 법칙을 자세히 설명하며 수입대체하는 게 백 번 낫다며 충심으로 반대한 일본과 독일과 미국이 포철이 세계제일이 될 줄 알았을 리 없다.
 
  자체 기술로 산업의 쌀을 만들어 단숨에 세계 5위급 공업선진국이 되겠다던 모택동! 수백만 개의 대장간으로 수백만 톤의 제철소를 능가한다며 수천만 명을 굶겨 죽인 모택동! 대도약하려다가 대추락한 모택동! 박정희는 그런 미치광이 독재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권력을 사용하되 개인숭배가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외세배격이 아니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용했다. 외국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데 사용했다. 대일청구금으로 자본을 마련하고 국가보증으로 외채를 끌어다가 선진 기술을 눈물로 배우고 철광석을 수입하여 100년 앞선 일본을 미구(未久)에 능가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와 조선과 건설과 방위산업 모두에 젖줄이 되게 만들었다.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으로 5천만이 먹고 살 시스템을 구축하고 죽었다. 그 다음에는 아무리 무능한 지도자가 나와도, 김일성을 사모하는 대통령이 나와도, 김일성의 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바리바리 갖다 바치는 대통령이 나와도, 한강에서 물지게로 물 퍼 간 것처럼 표시 안 나게끔 만들고 죽었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선 말과 글을 장악한 자들이 집요한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미혹시키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로 역사를 배우는 순진한 국민을 미혹시키고 있다. 그들은 김일성은 같은 민족이라며 눈 감아 주거나 은연중 민족의 태양신으로 숭배하고, 박정희는 민족 반역의 친일파이자 민주 파괴의 독재자로 저주한다. 소련군 5만 명을 뒤에 업고 온 ‘꼬봉’ 김일성의 소련군 대위 전력은 해괴망측하게 일제청산했다며(실은 세율 100%인 공산화를 뿌리내렸음) 칭송하고, 맨 몸으로 혼자서 해방 조국에 들어온 박정희의 일본군 중위 전력은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역사의 죄인으로 내몬다. 300만의 생령을 앗아간 김일성의 남침에는 냉전의 논리로 면죄부를 부여하고,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한강을 건너 반공으로 국민을 일치단결시켜 절망의 국가를 희망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일제히 단죄한다. 조선동아마저 단죄한다. 2400만을 노예로 만든 김일성은 민족화해와 내정불간섭의 궤변으로 죽어서도 주석 대우하고, 5000만을 명실상부한 자유인(돈 없는 자유인은 자유인이 아님)으로 만든 박정희는 빈부격차와 정경유착의 만병통치 돌팔이 진단으로 죽어서도 무덤에 침을 뱉는다. 박정희가 살면 한국은 살고, 김일성이 살면 한국은 죽는다. 중립은 없다.
  (2012.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