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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ABC 화법’

淸山에 2012. 7. 30. 16:32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ABC 화법’

 

 

 

어떤 사람이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운전을 하다 그만 경찰에게 과속으로 잡혔다. 경찰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했다.

“당신이 올 줄 알고 아침부터 기다렸소.”

 

그러자 운전자는 웃으며 이렇게 응수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같아 빨리 달려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치와 배짱으로 맞짱 뜨는 운전자를 단속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여유와 대담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했다면 오히려 더 큰 범칙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

 

어떤 운전자가 과속으로 달리다 잡혔다. 그러자 경찰에게 한 마디 했다. “잘 좀 봐주세요.” 

경찰은 화를 내며 말했다.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러자 운전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운전면허증을 잘 봐달라니까요.” 

 

이 또한 한 수 위 전략이다. 일단 찔러보고 아니면 재치로 설득하는 전략, 이것이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얻는 이점이다. 그러니 무게 잡지 말고 유머를 잡아라. 유머가 천 가지의 해를 없애줄 것이다.

 

 

한 사람이 애완견을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다 배가 고파 식당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개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안경을 써 마치 맹인처럼 보이게 위장했다.

 

“손님, 개는 못 들어갑니다.”

웨이터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봐요. 웨이터씨. 이 개는 나를 안내하는 맹인견이요. 거금을 주고 샀단 말이요.”

“뭐요. 세상에 이런 똥개가 거금을 주고 산 맹인견이라뇨?”

웨이터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놀란 듯이 대꾸했다.

 

“뭐요. 그럼 내 맹인견이 똥개란 말이요?”

“그렇다니까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하며 웨이터는 개와 함께 그를 친절히 안내했다.

유머는 이처럼 놀라운 친화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게 만든다. 필자는 강의 나갈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다.

 

“왜 유머를 배우려 하세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답을 준다.

 

“진실만으로는 부족하잖아요.”

혹은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한다.

“유머가 약이죠. 유머는 나를 부드럽게 포장해주니까요.”

 

그래서 필자가 즐겨 쓰는 전략이 ‘ABC 유머화법’이다. ABC 화법은 말 그대로 모든 화법의 기초가 된다. 우선 상대에게 잘 다가가는(Approach)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의 다리를 놓아야(Build Rapport) 하며, 마지막으로 상대에 말을 맞춰야(Customization) 한다. 상대에게 친근감 있게 접근하여 신뢰를 주는 전략으로 유머만한 게 없다. 유머를 먹이고 웃음을 끌어낸 후 상대에게 맞는 맞춤 화법을 구사하면 어떤 대화에서도 득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자기중심의 말을 늘어놓으면 이기는 대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득의 기본은 ‘나의 언어’가 아닌 ‘상대의 언어’를 찾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맞춤식 화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상대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약”이라고 말한바 있다. 당신이 정치인이라면 노동자를 만날 때는 노동자의 언어로 말하고, 농민을 만날 때는 농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택하라. 게다가 어린이를 만날 때는 반드시 어린이의 언어를 가져야만 설득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생산직 직원을 만날 때 그들의 언어를 찾아 말하라. 영업직 직원을 만날 때는 당신이 영업사원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마음을 열고 당신에게 다가온다. 아무리 현란한 언어를 늘어놔도 그들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은 자신과 당신의 컬러가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이 먼저 “나는 당신과 같은 컬러를 갖고 있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법들이 있다.

-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라.
-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어떤 언어를 택할 것인가를 알아라.
- 내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이 즐겨쓰는 언어를 찾아라.
-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말하라.
-이기려 들지 말고 공감을 나누어라.

 

“윈-윈이란 기법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절대적인 철학’이다”라고 스티븐 코비는 말한다. 스티븐 코비의 말은 참으로 당연한 지적이다. 더욱이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상대의 입지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폭군이나 다름없다.

 


임붕영 한국유머경영학회장 boongyoung@han-mail.net

 

반드시 칼을 빼 들어야만 폭군은 아니다. 말을 제멋대로 하여 상대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것은 칼로 벤 상처보다도 오래 간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하지만 말을 잘못하면 만 냥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쌓은 관계를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법칙을 만들었다. ‘100-1=-100’.

 

백 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면 그것은 -100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 일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관계나 우호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을 신중히 해야 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말에 신경 써야 함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알게 된다.

 

“우리가 말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우리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움베르트 마투라나는 말한다. 그러니 한 마디의 말이 벽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심코 당신이 사용하는 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숨겨져 있다. 상대를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풀링 언어(Pulling word)’와 자신의 말을 함으로써 상대를 움츠리게 만들고 달아나게 하는 ‘푸싱 언어(Pushing word)’가 그것이다. 유머야말로 상대를 끌어안는 풀링 언어의 정수다. 유머야말로 리더를 리더답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래서 “유머를 잃는 것은 당신의 중심을 잃는 것과 같다”라는 맥머피의 말은 언제 들어도 의미심장하다.

 

 

/이코노미 플러스
 글=임붕영 한국유머경영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