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운영하던 조그만 가내수공업을 그만둬야 했다. 우연히 알게 된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은 나에게 희망이었다. 가끔 일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이, 야!’ ‘쓰레기 아저씨’ 이렇게 부르면 서글픔도 느끼지만 나에게 인생의 2막을 열어주고 처자식에게 가장으로서 체면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쓰레기는 달고 단 밥이다.”(정릉4동 환경미화원 ㄱ씨)
서울 성북구청 환경미화원들이 수기집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름다우면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를 23일 펴냈다.
직접 쓴 글들은 투박하지만 거리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진솔하다. 상당수 글에서는 아직도 환경미화원에게 ‘쓰레기’라고 부르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결혼할 때 아내에게 성북구청 공무원이라고 거짓말을 한 사연도 있다. “다행히 아내의 용서를 구하고 무사히 위기를 극복해 잘 살고 있지만 그 거짓말은 영원한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30년 동안 힘든 청소일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 거리 청소를 하며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유독 교통사고 사연도 많다. 쓰레기와 접촉하다 보니 피부병에 걸리기도 한다. 김성복 지부장은 “지난해 우면산 피해 때는 주야로 교대하며 일하다 보니 온갖 쓰레기로 온몸이 피부병으로 가렵고, 씻지 못해 냄새가 진동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래도 우리 뒤로 손을 흔들어 주던 수재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고 회상했다.
보문동 환경미화원 ㄴ씨는 “거리 청소를 하면서 주운 동전을 한푼 두푼 저금통에 모아 승가원에 전달하고, 때로는 폐지를 주워 독거노인을 돕는 데 보태기도 한다”며 “부족하나마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지금의 일이 몇 배나 더 즐겁고 보람차다”고 밝혔다.
‘내 자녀가 미화원을 한다면’이란 질문에 장위2동 환경미화원 ㄷ씨는 “꼭 일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이웃과 더불어 살며 남에게 해로운 행동을 절대 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는 귀하고 천한 일이 없으며 최선을 다해 일하라고 가르쳐왔다”며 “우리 일이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성북구를 청결하게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보람도 느끼고 긍지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