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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무성의에 사라진 ‘품바 원조’ 생가무안

淸山에 2012. 7. 24. 06:42

 

 

 

 

 

지자체 무성의에 사라진 ‘품바 원조’ 생가무안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예산타령만 하며 철거 뒷짐
 
“어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씨구씨구 들어간다. 나라님이 개판쳐도 우린 새판을 짜고….”
 
무안군 일로읍 전통시장의 장날엔 어김없이 지역주민들이 만든 극단 ‘천사촌’이 공연을 벌인다.

 

 


품바는 무안에서 탄생했다. 일로읍에서 1㎞가량 떨어진 용산마을엔 품바를 전국화시킨

고 김시라씨(1945~2001·사진)생가가 있다.

 

시인이기도 한 김씨는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인 1981년 12월 일로읍 공회당에서 ‘1인극 품바’를 무대에 올렸다. 김씨는 5~6명이 나선 전통품바를 1인극으로 바꾸고, 그 안에 ‘5·18’ 등 시대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새겨넣기 시작했다. 광주·전남에서 머물던 품바는 2년 후 서울로 진출, 대학로와 대학가를 휩쓸며 전국적인 문화상품으로 떠올랐다. 무안 주민들의 품바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의 생가는 연극인 등 문화인들의 단골 답사지이기도 하다.

 


품바를 전국적으로 알린 고 김시라씨의 철거 전 생가 전경.

 

 그 생가가 지난 13일 철거됐다. 2002년 그의 아버지(2004년 별세)가 농협에 진 4900만원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부산의 사업가 ㄱ씨가 1억여원에 넘겨받아 철거했다. 주민들은 23일 무안군이 주민들의 이런 뜻 있는 움직임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민간단체가 2006년부터 전국품바명인선발대회까지 열면서 무안품바살리기 운동을 해왔으나, 무안군은 겨우 ‘품바관광상품 육성 계획’만 내놓고 ‘예산 타령’만 해왔다. 품바는 1994년 말 4000회 공연으로 최다 횟수, 최대 인원 동원 등으로 한국기네스북에 올랐고, 현재 6000회를 향해 달리고 있다. 임송주씨(50·일로읍)는 “생가가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철주 군수는 “지난 4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큰일이 많아 미처 생가 철거를 예상치 못했다”며 “올해 국가로부터 품바자원화사업 자금으로 3억7000만원을 받게 되는 만큼 생가 복원에 힘을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품바타령젓가락장단-박옥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