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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역사소설 ‘7년전쟁’ 22년 만에 복간

淸山에 2012. 7. 16. 09:33

 

 

 

 

 

김성한 역사소설 ‘7년전쟁’ 22년 만에 복간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작가 김성한(1919~2010)의 역사소설 <7년전쟁>(5권·산천재)이 임진왜란 420주년(7주갑)을 맞아 새로 출간됐다. 이 작품은 1990년 첫 출간 당시 <임진왜란>이었다가 원래 제목을 되찾았다. 작가가 1984년 동아일보에 연재를 시작할 때는 <7년전쟁>이었는데 반일감정이 높았던 일부 독자들이 ‘왜인들이 일으킨 난동(왜란)’이라고 부르지 않는 데 대해 항의하면서 1년 만에 제목을 바꾸었다.
 
<7년전쟁>은 ‘임진왜란=왜의 침략’이라는 단편적 인식을 넘어서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불거진 국제전으로 이해한다. 이순신 곽재우 권율 등 조선의 인물뿐 아니라 전쟁을 도발하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을 멈추려는 일본 내 세력,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명나라에 관한 이야기도 펼쳐진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이 소설의 서술은 임란의 역사를 상세히 기술한 선조실록을 한 줄 한 줄 따라간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집필 당시 중국과 일본의 자료를 거의 섭렵해 소설의 수준을 넘어 2차 역사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함경남도 풍산 생인 작가는 일본 야마구치 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한다. 중·고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1950년 등단한 그는 ‘50년대 작가’로 분류되지만 1956년 ‘사상계’ 주간으로 언론계에 몸담은 뒤 동아일보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으로 일하면서 창작과 거리를 둔다. 언론인 시절, 역사소설로 방향을 바꾼 그는 주영특파원으로 재직 중 맨체스터대학원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받고 1981년 퇴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그는 <7년전쟁> 연재를 시작하면서 “흔히 시는 음악, 소설은 그림에 비유되거니와 역사소설은 그림 중에서도 풍경화에 속한다. 풍경화는 무엇보다 그 대상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한·중·일 3국의 사료를 광범위하게 조사해 임진왜란을 동아시아의 패권국 명과 신흥강국 일본의 충돌이 빚어낸 거대한 비극이자 그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갔던 조선인들의 자화상으로 그린다.
 
1권은 내란으로 긴 세월을 보내고 통일을 이룩한 일본이 전쟁으로 달려가는 긴박한 정세를 다룬다. 이어 왜군의 엄청난 침략 앞에서 전혀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던 조선의 모습(2권)이 나오고, 이순신과 의병장들이 등장하며 명군의 참전이 임박해진다(3권). 4권은 삼국의 속사정이 겹쳐진 복잡다단한 외교전이 펼쳐진 뒤 5권에서 ‘마무리전쟁’(정유재란)과 기이한 화평의 과정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