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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 힉스, 이름 유래는 '망할 놈의…'

淸山에 2012. 7. 15. 15:52

 

 

 

 

 

'신의 입자' 힉스, 이름 유래는 '망할 놈의…'
[중앙선데이]

 

 


‘신의 입자’는커녕 ‘망할 놈의 입자’였다는데…
김제완의 물리학 이야기 힉스


 

‘힉스’가 뭐길래 신문과 방송이 크게 보도하고 있을까. 힉스는 전자처럼 이 세상을 이루는 근본 입자인 소립자다.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발견된 물질의 근본이 되는 입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곱 가지 발견을 전자,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중성미자, 쿼크 그리고 ‘힉스’를 꼽는다. 전자와 원자핵을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고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와 더불어 중성자까지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성미자부터는 알쏭달쏭할 수 있다.

 

원자 속의 전자가 궤도 위치를 바꾸면서 빛(광양자)을 만들어 낸다면 중성미자는 원자핵 속의 중성자가 깨어지면서 나온다. 그래서 중성미자는 원자핵이 만드는 제3의 빛(레이저의 빛을 제2의 빛이라고 할 때)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빛과 달리 철판도 뚫고 지나고 지구도 ‘존재하지 않는’ 듯 지나가는 유령 같은 입자다. 쿼크는 원자핵 속의 양성자·중성자 속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입자로 물질을 만드는 가장 기본 단위다.

 

금까지 알려진 소립자는 전자족(6개), 쿼크족(6개), 힘을 전달하는 보손(Boson)족(4개)이 있는데 모두 합해 16개가 있다. 이들이 모여 산과 들, 사람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든다.

 


힉스 입자(사진)는 이런 모든 입자에 질량(무게)을 주는 특이한 입자다. 또 힉스 입자는 이 모든 소립자와 관계하는 특별한 입자여서 ‘신의 입자(God Particle)’라고도 불린다. 힉스 입자의 이름이 나오는 데는 재미난 스토리가 숨어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언 레이더먼은 힉스 입자를 다루는 책을 만들면서 책 제목을 ‘Goddamn Particle’, 즉 ‘망할 놈의 입자’로 지었다. 그런데 출판사가 그래선 책이 안 팔린다며 뒤의 damn을 빼고 ‘God Particle’이라고 한 것이다.

 

아무튼 힉스 입자가 나타나기 전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된다. 빅뱅 직후 우주는 에너지만 꽉 차 있고 질량을 가진 입자는 하나도 없다. 질량이 없는 전자장, 쿼크장들이 만들어 내는 무게가 없는 입자로 꽉 차 있었다. 앞서 말한 16개의 입자도 이때는 질량이 없었다. 질량이 없어 모두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로 날아 다니면서 원자핵보다도 작은 우리의 ‘씨앗 우주’를 순식간에 자몽의 크기로 팽창시켰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힘은 불안정하게 큰 에너지를 가진 힉스장이 정상적인 안정 위치로 가면서 방출하는 에너지일 것이란 생각을 하는 물리학자들이 많다.

 

그런데 어쨌든 ‘힉스’가 어떻게 입자들에 질량을 준다는 말인가? 비유를 위해 힉스장을 넓은 평야를 뒤덮은 눈이라고 해 보자. 스키를 타는 사람은 눈 위를 미끄러지듯 가면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장화를 신고 가면 눈에 장화가 빠지면서 엄청 힘이 든다. 그 차이는 눈의 속성으로 발생한다. 눈은 스키를 탄 사람과 장화를 탄 사람을 만드는데 그게 비유적으로 말해 힉스장이다. 힉스장의 ‘힉스’가 소립자(스키 또는 장화 신은 사람)에 질량을 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5년 예견한 이래 실제로 힉스 입자가 발견되는 데 왜 47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양성자보다 130배 무거운 힉스 입자가 현재 자연계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만들려면 출력이 강한 가속기가 필요하다. 이번에 ‘힉스’를 발견한 유럽 공동핵연구소의 LHC 가속기는 10조원을 들여 만든 둘레가 27㎞나 되는 거대 시설이다. 완성되기까지도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그처럼 큰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힉스 입자는 수명이 1조 곱하기 1조 분의 1초밖에 되지 않아 그 자체론 볼 수 없고 힉스가 없어지면서 나오는 다른 입자들을 관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LHC의 두 팀이 공통으로 관측한 것도 충돌로 나온 광양자 2개의 움직임이다.

 

그런데 LHC가 ‘힉스 같은 입자를 발견했다’고 아직 단정하지 않은 만큼 좀 더 두고봐야 할 부분이 있다. 관측량이 힉스 이론에서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3개 채널에서 나오는 입자들의 움직임도 더 관찰해 봐야 확신할 수 있다.

 

이번에 분석한 힉스 입자 데이터는 1초 사이에 분철된 4억 개 데이터 가운데서 300개 비율로 뽑은 것이다. 기준에 따르긴 했지만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하나를 고르는 격’인 그 작업에서 혹 잘못이 끼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나온다. 지난번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발견’ 기사도 잘못이었는데 원인은 10만 개 이상의 전선이 얽힌 기기 가운데 하나가 오작동한 게 원인이었다.

 

우리의 몸은 뼈와 살의 모음인데 이들이 원자들의 집합이고 그 원자들은 전자와 쿼크 같은 소립자의 집합체다. 그런데 힉스 입자가 없다면 이들은 무게가 없고 우리 자신도 허공에 뜬 유령 같은 존재가 된다니 힉스 입자에 보통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학문화진흥회 이사장 rise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