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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서 동아시아 최초 밭 유적 발굴

淸山에 2012. 6. 27. 06:39

 

 

 

 

 

고성서 동아시아 최초 밭 유적 발굴
  • 5000여년 전 한반도 동해안 지역에서 밭농사를 지은 경작(耕作)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자취)가 발견됐다. 이때는 신석기시대 중기(기원전 3600년∼기원전 3000년)에 해당하는 시기다. ‘한반도에서 청동기시대에 농경이 일반화했다’는 기존 학설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농경이 신석기 중기에 이미 행해졌음을 확인하는 중대한 징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청동기를 농업경제시대로 간주한 기존의 역사를 완전히 다시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6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 유적(사적 제426호)에서 신석기시대 밭 유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신석기시대 밭 유적이 발견되기는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고성 문암리 유적’에서 발견된 4, 5호 집자리.
    문화재청 제공

     

    처음 발굴된 신석기시대 밭 유적


    그동안 한반도에서는 신석기시대 밭 유적이 출토된 적이 없다. 밭 유구는 청동기시대와 그 이후 시기의 것만 확인됐을 뿐이다. 한반도에서 확인된 가장 빠른 시기의 밭 유적은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년∼기원전 400년)였다.

    문화재연구소가 이번에 확인한 것은 신석기시대 집자리 5기, 야외 노지 13기 등의 유구와 함께 경작 유구인 밭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신석기시대 농경의 중요한 단서인 밭이다. 그동안은 신석기 유적에서 돌괭이나 뒤지개, 보습, 갈판 등과 같은 농경 관련 석기류와 조·기장 같은 곡물이 탄화한 상태로 발견된 점을 근거로 밭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추정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밭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굴된 밭은 상·하 2개층으로 나눠진다. 상층 밭(1260㎡)은 전형적인 이랑 밭 형태를 띠지만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밭 형태와 비교할 때 두둑과 고랑 너비가 일정하지 않고, 이랑이 나란하게 이어지지 않는 고식적(古式的) 형태다. 해발 2.71∼2.89m에서 확인됐다.

    신석기시대 중기로 추정되는 출토 토기류 파편들.
    문화재청 제공
    상층보다 규모가 작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층 밭(1000㎡)은 이랑이 분명한 상층 밭과 달리 복합 구획을 한 원시적인 모양이다. 이 중 750㎡ 정도의 좁은 면적에서 다양한 작휴(作畦·이랑 짓기) 모습이 발견됐다. 문화재연구소는 이곳에 여러 가지 작물이 심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밭의 해발 고도는 2.61∼2.63m. 하층 밭 내부에서는 신석기시대 중기 토기편(짧은빗금무늬토기)과 돌화살촉이 발견됐다. 하층 밭을 파서 만든 신석기시대 집자리 1기도 나왔다.

    ◆신석기시대로 올라간 동아시아 농경 역사

    문화재연구소가 발굴된 밭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보는 이유는 하층 밭과 5호 집자리의 토층과 관련이 있다. 5호 집자리가 하층 밭(해발 2.63m)을 파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밭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5호 집자리에 대해 “이곳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편 4점은 신석기시대 중기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래 토양의 연대를 OSL(광자극 루미네선스측정)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하층 밭이 약 5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신석기시대 중기로 추정되는 중대한 근거를 제공한 하층밭과 5호 집자리.
    문화재청 제공

     

  • 하층 밭에서 출토된 유물이 모두 신석기시대 중기 유물인 점, 밭 주변에서 확인된 집자리가 신석기시대 중기의 집자리인 점 역시 중대한 근거다. 하층 밭 주변 야외 노지에서는 탄화된 조 1점도 출토됐다.

    연구소는 “이번 신석기시대 밭은 아직까지 중국·일본에서도 확인된 바 없어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발굴된 신석기시대 밭”이라며 “중국의 경우 신석기 초기부터 농경이 시작됐다고 보고는 있으나 밭이 확인되지 않아 화전과 산파(씨뿌리기)와 같은 형태의 농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신석기 중기 농경과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유적퇴적환경·규산체·토양미세형태학적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하기로 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