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자 미디어오늘에서 姜尙憲(강상헌) 님이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에 쓴 「‘계획’이라 쓰고 왜 [궤헥]이라 읽나」를 읽었다. 평소에 韓國語(한국어) 발음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管見(관견)을 적어보고자 한다.
‘計劃(계획)’은 한자어다. 한자 ‘計(계)’는 길게 발음해야 하는 글자다. 그래서 ‘計劃’은 [계ː획], ‘計算’은 [계ː산], ‘計量器’는 [계ː량기], ‘計體量’은 [계ː체량]으로 각각 발음해야 한국어 표준 발음이 된다. 그런데 오늘날 大韓民國(대한민국) 정부가 한글전용 시책을 펴면서 국민에게 한자교육을 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초등학교에 「漢字(한자)」가 선택 과목으로, 중등학교에 「漢文(한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자와 한문을 가르치는 교사들 자체가 한글전용 세대로서 한자의 장단음을 구별하여 알지 못한다. 곧 현재 중등 한자교육에서 발음교육은 거의 대부분 표준 발음이 아닌 엉터리 발음 교육이다. 이것은 「漢文」 교재 자체가 발음을 장단음 구별하여 적지 않고 있는 데서 증명된다.
그러다 보니 한자 ‘計(계)’가 長音(장음)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오늘날 한글로 적힌 ‘계획’을 보고 [계ː획]이라고 정확히 표준 발음하는 한국 국민은 거의 없다. 그것은 방송인도 예외가 아니다. 방송인들 또한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한글전용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직 방송인들도 장단음을 구별하여 표준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늘날 방송인 거의 대부분은 모든 발음을 무조건 짧게만 발음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언어의 短音化現象(단음화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방송인들은 비표준발음을 퍼뜨리는 앞잡이가 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오늘날 한국 국민들이 ‘計劃’을 [궤헥]으로 잘못 발음하는 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다. ‘計劃’을 표준 발음으로 말하려면 ‘計劃’ 또는 ‘계획’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한자 ‘計’가 [계ː]인지 [계]인지가 본능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 이건 의식적으로 구별해서 발음하려면 늦다. 무의식적으로 장단음이 구별되어 발음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그렇게 할 수 있는 한국 국민은 거의 없다. 방송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모든 발음을 무조건 짧게만 발음한다. 그래서 ‘計劃’ 또는 ‘계획’을 방송인들도 대부분 단음으로 발음한다. 만약에 ‘計劃’ 또는 ‘계획’을 장음으로 낸다면 절대로 [궤헥]으로 발음나지 않는다. 왜냐면 한자 ‘計’를 장음으로 발음하면 [계:]가 아니면 [게:]로 소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자 ‘計’를 단음으로 발음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計’를 단음으로 급하게 발음하게 될 때는 우리 머릿속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계’를 빨리 소리 내고 ‘획’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1음절의 ‘계’의 발음이 그 뒤에 따라오는 2음절의 ‘획’의 발음에 거꾸로 同化(동화)되어 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곧 ‘계’의 발음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획’의 발음 자리에 가깝게 미리 움직여 소리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가 ‘획’을 닮아서 ‘괴’의 발음 자리에서 소리 나게 된다. 그런데 ‘괴’는 정확히 발음하지 않으면 흔히 [궤]로 소리 난다. 따라서 한자 ‘計’가 [궤]로 발음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2음절의 ‘劃(획)’이 [헥]으로 발음되는 이유는 이렇다. ‘획’은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운 소리다. 그래서 한국인은 흔히 어려운 ‘획’의 발음을 쉽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획]은 좀 더 발음하기 쉬운 [헥]으로 대개 바뀌게 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計劃’을 [궤헥]으로 잘못 발음하는 이유는 한자 ‘計’를 장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단음으로 발음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計’를 단음으로 빨리 발음하려다 보면 2음절의 ‘획’에 거꾸로 동화된다. 그래서 [계]가 ‘획’과 비슷한 [괴]로 발음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괴]는 흔히 [궤]로 발음된다. 다음으로 ‘획’이라는 발음은 어렵기 때문에 편하게 대개 [헥]으로 발음된다. 이렇게 되어서 ‘計劃’이 [계ː획]으로 정확히 발음되지 못하고 [궤헥]으로 발음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인의 부정확한 발음 습관을 잘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현상이 비단 일반 국민에게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어 표준발음으로 방송해야 하는 방송인들에게도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인은 글을 바르게 적는 ‘한글맞춤법’에는 매우 민감하여 바르게 적고자 노력한다. 반면에 말을 바르게 발음하는 ‘표준발음법’에는 정반대로 매우 무관심하여 바르게 발음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姜尙憲(강상헌) 님의 「‘계획’이라 쓰고 왜 [궤헥]이라 읽나」라는 기사가 이러한 세태에 警笛(경적)을 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草堂大(초당대) 교양학부 교수. 慶熙大(경희대) 문학박사. 「한국어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운동본부」 사무국장. 다음 카페 「김창진의 방송언어 바로잡기」 운영. 한국어 표준발음 관련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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