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색깔론(論), 철저히 하자
김대중 고문
과거 정권 악용한 전례 때문에 지금도 '반대자 억압' 냄새 풍겨 그러나 공직자 되려는 사람에게 국가관과 정체성을 묻는 것은 헌법 체제 수호 위해 당연한 일… 이제 '색깔론'에 주눅들지 말자 김대중 고문 한국 사람 대부분은 사람들의 이념이나 사상(思想)을 다루는 '색깔론(論)'에 거부감을 가져왔다. 색깔론은 한마디로 공산주의자냐 아니냐의 검증이고 그것을 다른 말로 하자면 '빨갱이 논쟁'이다. 공산주의를 빨간색에 비유한 것은 구(舊) 소련의 국기 색깔이 빨간 데서 유래한다. 그 뒤 중국의 국기도 홍기(紅旗)고 공산 위성국가 대부분의 국기도 빨간색이 주조를 이루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그러면서도 빨간색 비유가 싫었던지 색깔론을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라며 일종의 고정관념이나 강박관념으로 치부해왔다.
북한 공산주의 집단의 침략으로 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그들과 대치 중인 한국으로서는 공산주의를 배척하고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도 과거 정권이 노동운동, 진보주의나 좌파의 정치 활동을 탄압하는 방법으로 색깔론을 악용했던 전례가 있어 색깔론에는 지금도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억압의 냄새가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 말에 주눅 들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바로 그런 점에 착안해서 친북(親北)·종북(從北)주의자들은 자기들의 속내가 드러났을 때마다 매번 "또 색깔론이냐?"면서 정체성을 감추고 색깔론을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 수단인 양 선전해왔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했고, 이해찬 신임 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서 매카시즘을 들고 나왔다. 사실과 다른데도 공산주의자로 매도해 숙청하는 것을 매카시즘이라고 한다면 이 대표의 말은 우리 사회에 주사파나 종북주의자가 없는데도 그리 몰아간다는 뜻이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색깔론을 기피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해도 섣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자는 것이다. 색깔론은 국민 입장에서 저들의 국가관과 정체성을 묻는 것이고, 저들이 북쪽 김정은 집단과 어떤 구체적 연계를 갖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권리이며 우리 헌법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과 질문은 적어도 이 나라의 공직(公職) 또는 공직에 준하는 사회적 선도 기능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던져져야 하고 해당자는 이에 대답해야 한다. 이제 종북주의자나 주사파가 나라의 중추 기관인 국회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행정 기구의 업무에 관여하는 사태가 눈앞에 다가온 마당에, 우리는 더 이상 색깔론에 주눅 들어서는 안 되고 매카시즘에 빗댄 또 다른 역(逆)매카시즘에 주춤해서도 안 된다.
이념의 다양성이라는 명제를 생각해서 사람들 개개인의 생각과 이념을 들춰내고 통제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이제 그 정도는 감당할 여유가 있고 또 그런 위치에 왔다. 하지만 공직자는 다르다. 또 북한 체제를 동경하고 한국 체제를 저주하는 흐름 또는 경향이 국민의 5%를 넘어 10%에 달한 지금, 대한민국 체제로서는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은 체제로서의 자기 방호 의무다. 특히 진보당 정치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내재적 접근'을 주장하며 한국의 헌법 체제를 비난하면서 당당히(?)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다. 그들의 색깔을 당당히 묻고 이들의 반(反)국가적 행동을 통제하는 일에 '국민적 심판'을 내려주는 것 역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종북주의자들이 국회 등 국가 기밀을 다루는 자리를 차지하고 그 정보가 북한에 전해질 개연성이 있음을 감지하고서도 우리가 색깔론에 주눅 들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직무 유기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동원된 매카시적(的)'수법'은 시대적으로 온당치 못하지만 실체적인 공산주의자를 가려내자는 '발상'만은 지금 우리에게도 당면한 과제다.
이런 문제를 새삼 제기하는 것은 지금 축출 대상이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의 실체와 색깔과 정체성이 선거 전에 노출됐는데도 과연 국민으로부터 그만큼의 표를 얻어 비례대표로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인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결과는 달랐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정치인과 공직 희망자들에 관한 한, 그들의 국가관과 정체성을 묻는 색깔론을 통해 국민적 심판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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