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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학교 교사가 바라보는 임수경(편집, 재등록)

淸山에 2012. 6. 10. 05:16

 

 

 

 

 

새터민 학교 교사가 바라보는 임수경(편집, 재등록) 

[퍼온글] 
 
 
 김일성을 높이러 북에 갔다가 남한의 자유를 전해주고, 북한 인권법 막으러 국회 갔지만 종북의 실체 알려줘
강철군화    
 
  
 많은 분들이, 왜 우파 새터민인 백요셉이 애초에 임수경과 사진을 찍고 싶어했는가 궁금해하십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색깔론을 겨냥한 음모였거나 혹은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의심하시는 분들까지 있지요. 그러나 저는 새터민 학교의 교사로서 임수경과 사진을 찍고 싶어했던 백요셉씨가 이해됩니다.
 
 임수경이 젊은 시절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들은 '통일의 꽃'이라는 그 처녀에게 완전히 반했었습니다. 주어진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용기와 순발력, 감히 얼굴을 들어 바라보기도 두려운 김일성에게 푹 안겨서 울어버리는 자유로운 감정표현, 그러면서도 김일성이 준 선물을 호텔에 깜박 잊고 두고가는 천진한 모습, 매일같이 바뀌는 패션, 공개된 장소에서 천주교식 성호를 긋는 신기한 행동.. (그래서 어느 대북 풍선 전단에는 ‘림수경처럼 기독교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까?’라는 재미있는 문구까지 있지요.)
 
  삭막한 병영 같은 평양 한복판을 활보하는 자유로운 남조선의 여대생. 그녀는 너무나 신선한 남쪽의 바람이었던 것입니다. 임수경이 가는 곳마다 북한 주민들이 한번 만져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밀려들었고, 때로는 그런 극성 팬들에 의해 안전원들의 통제선이 무너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 인민들이 이렇게 당의 통제를 안 따르게 되었지?"
 
  당시 안전원들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네요.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수령(남한 대통령)얼굴에 침을 뱉고 평양에 온 임수경은 당연히 처형당하고, 가족은 (남한에도 그런게 있다면)정치범 수용소에 같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문규현 신부의 손을 잡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하던 날, 북한 전국은 울음 바다가 되었던 것이죠.
 
 "제발 이 선물을 림동무에게 전해주세요!"
  "돌아가면 죽어요, 제발 여기서 같이 살아요!"
  "림동무 나랑 결혼해요! 여기에 살아요!"
 
  이게 바로 당시 북한 주민들의 진심어린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내려가서도 잘 살아있다는 소식, 감옥에서도 편지를 쓰고 사상을 굽히지 않는다는 소식이 북쪽으로 전해질 때 마다 주민들은 반가워 하면서도 의아해 했습니다.
 
 "당장 안 죽은것도 신기한데 편지라니, 세상에 그런 감옥이 다 있냐?"
 
 그러면서 남한 사회가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라는 추론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십대, 이십대에 불과한, 그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저의 새터민 제자들 마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북한 주민들에게 임수경은 전성기의 서태지를 능가하는 세대를 초월한 신화가 되었던 것입니다.
 
 "선생님, 선생님, 저희 엄마는 당시에 림수경이랑 사진도 같이 찍었더래요!"
 한 제자가 나에게 이런 자랑을 했던게 겨우 얼마 전이죠.
 
  그렇기에 때로는 조금 심할 정도로, 통진당이나 주사파라면 치를 떠는 새터민들조차 임수경에게만은 호의를 보이며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백요셉 씨조차 그런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마치 한번도 서태지에 열광해 본 적도 없고, 엘범 한 장 산 적 없는 저라도 그를 만나면 폰카라도 함께 찍고싶을 것과 마찬가지 정서입니다. 최소한 우리 세대의 스타이긴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김일성을 찬양하러 올라갔던 임수경이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밝은 면을 부각시켜 준 공로도 없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정말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임을 상징하는 사람이 된 것이죠.
 
 북한 정권과 종북 세력에게는 김일성의 딸로, 386 세대에게는 민주화의 꽃으로, 북한 인민과 새터민들에게는 수퍼스타로.. 이토록 다양한 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입만 꾹 다물고 이미지만 잘 지켰으면, 통일 한국의 대통령도 꿈꿔 볼 수 있을만한 인지도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번 사건은 새터민들이 갖고 있던 모든 애정을 무너뜨렸습니다.
 
 “탈북자는 (북한 정권의)변절자다, 탈북자는 대한민국에선 숨죽이고 살아라.”
 
 이 발언은 이미 김씨 일족에 대한 애정이 바닥을 드러낸 북한 주민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한에 탈북자 친척 하나쯤은 두고 있는 수백만의 애타는 마음을 후벼파는 상처를 준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그녀가 상징하던 ‘자유’와 ‘통일’의 이미지도 완전히 부숴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들어간 교실마다 임수경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지금쯤이면 핸드폰과 장마당을 통해 실시간으로 남한소문을 듣고 있는 평안북도, 함경북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 인민들에게 이 사실이 쫙 퍼졌을 것입니다. 그녀가 준 호감이 컸던 만큼 배신감도 클 것이구요. 주사파 세력에게는, 심지어 자유 통일이 된 후에도 써 먹을수 있었을만한 히든 카드의 상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요즘 세상에 종북주의자가 어디 있냐’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되어주었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임수경, 그녀는 통일의 꽃이 맞는듯도 하네요
  김일성을 높이러 올라갔지만, 도리어 남한의 자유를 전해주게 되었고,
 북한 인권법과 자유통일을 막으러 국회에 갔지만, 도리어 종북의 실체를 알려주었으니까요.
 
  악인은 자기의 칼에 망한다고 했습니다.
 북한해방과 자유통일의 날이 가까워 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임수경의 실각. 솔직히 부담스러운 지뢰 하나가 치워진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