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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꽃다운 이름들

淸山에 2012. 5. 30. 19:14

 

 

 

 

꽃, 꽃다운 이름들

 

 

꽃, 꽃다운 이름들

이 세상에 꽃 같이 좋은 것이 또 있을까?

張良守

4월 - 참 좋은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도 그렇고, 거기에 무엇보다 갖가지 꽃이 피어서 그렇다. 몇 차례 마땅찮은 세상일에 대해 쓴 소리를 했으니, ‘입가심’ 삼아 꽃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 세상에 꽃 같이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두꺼운 눈을 뚫고 초록 잎과 함께 노란 꽃봉오리를 내미는 복수초, 매서운 겨울바람 앞에 작고 단정한 봉오리를 터뜨리며 짙은 향기를 내뿜는 매화 - 등 어느 것이나 꽃이 피는 모습은 다 좋다. 꽃은 지는 모습도 좋다. 서정주 시인이 읊었듯,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그 슬픈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꽃 이름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叡智(예지)에 찬 분들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꽃 이름은 그 생김새를 보고 지은 것이 제일 많다. 錦囊花(금낭화)는 비단주머니 꽃이라는 뜻인데, 긴 꽃대에 횡으로 조롱조롱 달린 꽃을 보면 마치 비단 주머니가 달린 것 같다. 玉簪花(옥잠화)는 옥비녀꽃이라는 뜻인데, 자세히 보면 피기 직전의 그 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하고 꼭 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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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주머니를 닮은 錦囊花(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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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簪花(옥잠화). 그 봉오리가 옥으로 만든 비녀를 닮았다.



또 붓꽃은 활짝 피기 직전의 봉오리가 먹물을 듬뿍 찍은 붓 모양 그대로다. 복주머니란은 꽃의 둥그런 모양이 옛날 어린이들 허리에 달아 주던 복주머니하고 많이 닮았다. 4월이면 산과 들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피는 제비꽃은 제비가 돌아올 때에 피는데다 그 날렵한 자태가 제비를 닮아 그렇게 부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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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활짝 피기 직전의 봉오리가 먹물을 듬뿍 찍은 붓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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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 꽃송이가 복주머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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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날렵한 자태가 제비를 닮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紫雲英(자운영)은 그 한자가 자주색 구름꽃이라는 뜻인데 4월, 논밭에 무리 지어 핀 그 꽃을 보면 그 이름 그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봄에 피는 홀아비꽃대는 꽃대가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올라오는 것이 혼자 사는 사내를 연상하게 하는 데가 있어 그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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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雲英(자운영). 그 무리가 자주색 구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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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꽃대. 꽃대가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올라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10년 무렵 우리나라에 들어와 6~7월에 피는 국화과의 꽃에 妓生草(기생초)라는 것이 있다. 이 꽃은 노란 꽃잎 한가운데에 짙은 밤색 무늬가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짙은 화장을 한 기생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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妓生草(기생초). 짙은 화장을 한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외국종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는 歸化植物(귀화식물) 꽃도 많은데 우리 선인들은 그런 꽃을 외국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고, 이왕 우리 식구가 된 것을 어쩌겠느냐는 듯,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고 있다. 브라질 원산 부레옥잠이 그런 경우다. 물 위에 떠서 사는, 왕성한 생명력의 이 식물은 잎이 옥잠화의 그것을 닮아 있는데 잎 사이에 물고기 내장의 공기주머니, 부레(浮囊·부낭) 같은 것이 있다 하여 그런 이름을 붙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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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



멕시코가 고향인 코스모스는 예외로, 우리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나 했는데, 그것은 내가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그 꽃에는 살살이꽃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가을에 피는 그 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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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가 고향인 코스모스. 살살이꽃이라는 이름도 있다.



꽃 이름 중에는 그 피는 시기를 보고 거기에 맞게 지은 것도 있다. 한여름에 피는 꽃으로 ‘바람나비’라는 뜻의 風蝶草(풍접초)라는 있는데 그 俗名(속명)은 기생꽃이다. 꽃의 모습이 화려하기도 하고 거기다 밤에 피기 때문에 그런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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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蝶草(풍접초)


칠레 原産(원산)의 달맞이꽃은 밤에 피기는 하지만 노란 꽃이 화장이 야단스럽지 않아 그런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다. 국화과의 九節草(구절초)는 9월9일이면 아홉 마디로 자라는데 그래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 꽃은 그날 꺾어 베개 속에 넣고 잠을 청하면 은은한 향기 속에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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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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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節草(구절초). 9월9일이면 아홉 마디로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꽃은 그 성격이나 한방·민간요법의 약효 때문에 그에 맞는 이름을 가진 것도 있다. 만리향·천리향·백리향 하는 꽃은 모두 향기가 짙어 그렇게 불리고, 엉겅퀴는 피가 엉기게 하는 止血(지혈) 효과가 있어 붙은 이름이란다. 요즘 노랫말에 ‘일편단심 민들레야, 떠나지 않으리-’ 하는 것이 있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 꽃은 보기에는 연약한 것 같아도 그 뿌리가 곧고 깊게 내려 옮겨심기가 아주 어려운데 그래서 그런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꽃 이름 중에는 세상살이의 고달픔, 생의 가파름, 나라의 不運(불운)을 말해주는 것도 있다. 제비꽃에는 오랑캐꽃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그 예쁘고 연약한 들꽃에 왜 그런 민망스런 이름을 붙였는가 했더니 이 꽃은 4월에 피는데 북쪽 오랑캐들이 그때가 되면 양식이 떨어져 우리 민가를 침범하는 일이 잦았단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저 꽃이 피거든 오랑캐의 내습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아메리카 원산의 皆亡草(개망초)는 구한말 우리나라의 비운을 말해 주는 이름의 꽃이다. 당시 일본은 대륙 침략의 作戰路(작전로)로 우리나라에 철도를 놓고, 신작로를 닦느라고 곳곳에서 땅을 파헤쳤다. 그러고 나면 거기에 못 보던 꽃이 피곤 했는데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보고 나라가 망할 징조를 보여 주는 꽃이라고, 亡國草(망국초)라고 부른 것이 그런 이름이 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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皆亡草(개망초)



위의 꽃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주머니란' 출처- 네이버블로그: 야생초사랑(
http://cafe.naver.com/emfrhctkfkd/37704)
'자운영' 출처 - 네이버 포토갤러리(http://photo.naver.com/view/2009051016405050641)

그외의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블로그: 아름다운 우리나라, 아름다운 우리 꽃(http://blog.naver.com/handemin?Redirect=Log&logNo=40108679806&from=postView) 입니다.

 

 

 

 

 

 

 

 

다시, 꽃 이야기

꽃 모양에서 유래된 꽃의 이름들

張良守

우리의 야생화 이름에는 그 꽃 모양을 보고 지은 것이 제일 많은 것 같다. 4월에 피는 족두리풀이 그 좋은 예다. 족두리란 여자가 결혼식 같은 때에 쓰는 冠(관)이다. 주로 그늘에 자라는 작은 키의 식물에 피는 이 꽃은, 검은 비단으로 만드는 족두리와 많이 닮은 데다 잎 아래에 수줍게 피어 있는 모습이 새색시처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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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풀



이른 봄부터 5월까지 길가, 논밭의 둑 아무데나 피는 봄까치꽃은 흰색 바탕에 연한 청색 꽃이 까치를 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다. 이 꽃에는 그 씨 모양이 그것과 같이 생겼다 하여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 고운 꽃을 그렇게 부르기가 민망하다고 생각했는지, 요즘은 그 이름은 잘 안 쓰는 것 같다.

그 물건과 생김새가 빼닮은 꽃으로는 닻꽃을 들 수 있다. 한여름에 피는 이 꽃은 네 개의 날카로운 갈고리 모양을 한 꽃잎이, 배를 바다에 고정시키려고 내리는 닻과 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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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꽃



층층꽃은 위로 올라가면서 층을 지어 피는데 우리의 고층 아파트를 연상하게 해 저절로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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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꽃



질경이의 한 속인 창질경이의 생김새도 재미있다. 30㎝ 정도의 키로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줄기 끝에 날카로운 창날이 있는 모양인데, 조자룡이 말에 올라 꼬나들고 적진으로 돌진할 때의 그 창이 눈에 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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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질경이



또 하나 옛 무사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 투구꽃이다. 자주색의 이 꽃은 무사들이 쓰던 투구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식물의 즙으로 만든 附子(부자)는 맹독성이라 옛날에 賜藥(사약)으로 썼다 한다. 비운의, 肅宗(숙종)의 嬪(빈) 장희빈도 이 투구꽃 독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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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새와 한 마리의 포유동물 양쪽을 닮았다 하여 그런 두 가지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긴 꽃차례(花序·화서: 꽃대)에 아래에서 위, 끝으로 차례차례 피는 이 꽃은 얼핏 까치 날개의 흰색을 연상하게 하는데다 수염 같이 보이기도 하여 까치수염이라고도 하고, 또 끝으로 가면서 가늘어지는, 약간 구부러진 모양이 강아지 꼬리 같다 하여 개꼬리풀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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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



누구라도 한 눈에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은방울꽃이 아닐까 한다. 5월에 피는, 방울 같이, 작은 鐘 (종) 같이 생긴 이 하얀 꽃은 마치 금방이라도 달랑달랑 맑은 소리를 낼 것 같은데 거기다 더욱 이쁜 것이, 그 은은한 향기가 또 그렇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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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



타래난은 어머니, 누나가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초록색 줄기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으로 감겨 올라가면서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꽃이 피는데 그 모양이 옛날, 내 나이 사람들이 어릴 때 본, 어머니, 누나가 감고 계시던 실타래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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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



브라질 원산의 시계꽃은 시계를 닮았다. 이 꽃은 한여름에 피는데, 지름이 8㎝ 쯤으로 약간 큰 손목시계만 하다. 완전 원형에다 빙 둘러가며 시계의 문자판 같은 무늬가 있는 게, 한 번 쯤 ‘지금 몇 신데?’ 하고 물어 보고 싶은 마음이 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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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꽃



산과 들의 습기가 있는 곳에 자라는 괭이눈은 꽃 모양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식물은 한봄이면 5~20㎝의 키로 자란다. 연노랑과 녹색이 섞인 꽃이 옅은 광채를 띠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고양이가 햇볕을 받았을 때 눈이 부시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것 같다. 이 꽃은 털괭이눈, 산괭이눈, 오대산괭이눈 등 약간씩 다른 10여 종이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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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눈



바위취라고도 불리는 虎耳草(호이초), 호랑이귀꽃은 좀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보통 꽃잎들은 모두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대칭을 이루고 있기 마련인데 이 꽃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 꽃의 꽃잎은 모두 5장인데 그 중 3개와 2개가 각각 색깔과 모양이 다르다. 3개는 길이가 3㎜ 정도로 작은데 연한 붉은 색 바탕에 짙은 붉은 색의 반점이 있다. 다른 2개는 길이가 10~20㎜로 그 보다 4~5배가량 크고 아무 무늬도 없이 흰색을 하고 있다. 이 큰 두 꽃잎이 뾰죽하게 선 호랑이의 귀 같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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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취(호이초)



며느리밥풀꽃은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꽃이다. 옛날 어떤 며느리가 밥에 뜸이 들었나 보려고 밥풀 하나를 입에 넣었는데 그것을 본 모진 시어미가 어른 먼저 밥에 입을 댔다고 매질을 해서 죽고 말았다 한다. 그래서 붉은 입술 같은 이 꽃의 가운데에는 밥알 같이 생긴 흰 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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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



나팔꽃은 말 그대로 나팔을 닮았다고 그렇게 부른다. 이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져 일본에서는 ‘아침 얼굴’이란 뜻의 ‘아사가오(朝顔)’라 하고 영미권에서는 ‘아침 찬미’라는 뜻의 ‘morning glory'라고 하는 모양인데 우리 조상님들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어디 그 꽃뿐이냐’ 라고 생각하고, 그 모양에 따라 이름을 지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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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한겨울에, 물가에 피는 신선꽃이라는 뜻의 水仙花(수선화)는 金盞玉臺(금잔옥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꽃 모양이 마치 옥으로 만든 臺(대)에 금으로 만든 술잔을 올려 놓은 것 같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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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해오라비난은 기품있는 새, 白鷺(백로), 해오라기를 닮았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그 새가 활기차게 날개를 저으며 날아오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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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비난




‘족두리풀’ 출처: 네이버 블로그: my-home'(http://blog.naver.com/jungnakchul?Redirect=Log&logNo=80072116497)
‘닻꽃’ 출처: 네이버 포토갤러리(
http://photo.naver.com/view/2009082122480107071)
‘타래난’ 출처: 네이버 포토갤러리(
http://photo.naver.com/view/2007081708040012144?page=2&view=search&sort=ranking&postType=photo¶m=%ED%83%80%EB%9E%98%EB%82%9C)
‘해오라비난’ 출처: 네이버 포토갤러리(
http://photo.naver.com/view/2010081113593500291?page=1&view=search&sort=ranking¶m=%ED%95%B4%EC%98%A4%EB%9D%BC%EB%B9%84%EB%82%9C)
‘층층꽃’ 출처: 네이버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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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의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 아름다운 우리나라, 아름다운 우리 꽃'(http://blog.naver.com/handemin?Redirect=Log&logNo=40108887441&from=postView)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