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머리 만지는 흑인 꼬마 사진, 3년째 백악관에 걸려있는 이유는?
NYT “오바마 지지 기반은 흑인이라는 증거”

“내 머리카락과 똑같네요” ‘내 머리카락과 같은지 만져보고 싶다’는 제이컵 필라델피아 군의 요청에 기꺼이 허리를 숙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웨스트윙 벽면에는 매주 수십 장의 대통령 사진이 새로 걸렸다가 떼어진다. 1970년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관례다. 하지만 3년째 제자리인 사진이 한 장 있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에서 한 흑인 소년이 허리를 굽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사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이 한 장의 사진이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 기반에 흑인이 있으며, 그가 여전히 (흑인 사회의) 강력한 상징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대선 후보, 그리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오바마는 인종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메릴랜드 주에 사는 제이컵 필라델피아 군. 2009년 당시 다섯 살배기 소년 제이컵은 국가안보회의(NSC) 2년 근무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아버지 칼턴 필라델피아 씨를 따라 백악관에 왔다.
백악관에 근무하다 떠나는 직원 가족이 요청할 경우 대통령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 씨는 대통령과의 사진촬영이 끝난 뒤 집무실을 나서려다 “아이들이 대통령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합니다”라며 돌아섰다.
이어 아들 제이컵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당신의 머리카락이 내 것하고 같은 것인지 궁금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흔쾌히 “직접 만져볼래?”라며 허리를 숙여줬다. 제이컵은 주저하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져보니 어때?”라고 묻자 제이컵은 “제 거랑 똑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사진을 찍은 백악관 사진기사 피트 소자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이 이렇게 오래 대통령 집무실에 걸릴 줄은 몰랐다”며 “백악관 참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이 기꺼이 머리를 숙여서 소년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해줬다는 데서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씨도 “사진 속 제이컵이 대통령에게 ‘나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이네’라고 말하며 ‘나도 언젠가 이곳(백악관)에 있게 될지 몰라’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추론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여덟 살인 제이컵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한다.

[동영상] 오바마·힐러리, 美人들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