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0여개 지역 여전히 ‘금주령’
<세계일보>
복음주의 기독교 영향 탓…경기부양 명분 완화 추세
미국에서 술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지역(카운티)이
아직도 200곳을 넘는다고 B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곳은 주로 복음주의
기독교의 영향이 강한 주(州)들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주류 판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인구가 약 4000명인 켄터키주 윌리엄스버그는 20일 주류 판매 허용 여부와 관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좌석이 100석 이상인 음식점에서 술을 팔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찬성이 반대보다 불과 14표가 많아 승리했다. 5년 전 투표에서는 반대가 130표 더 많아 주류판매가 불발됐다. 윌리엄스버그는 이로써 술에 대한 통제를 ‘완전 금지’에서 ‘부분 허용’으로 바꾸게 됐다. BBC는 “모든 주민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이곳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현실론을 내세운 찬성파와 도덕적, 종교적 가치를 내세운 금지파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찬성파를 이끈 폴 크롤리는 “우리 지역도 21세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대형 음식점에서의 주류판매를 허용하면 새로운 음식점들이 우리 지역에 들어오고 일자리가 100개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지파의 일원인 매튜 래틀리프는 “술을 마시는 게 우리를 번창하게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금지파가 도로에 내건 문구는 더 직설적이다. “주 예수를 섬긴다면 술은 안 된다.”
BBC는 “남북전쟁에서 남부군이 패한 뒤 일부 지역에서 ‘비록 우리가 전쟁은 졌지만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금주운동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며 “켄터키주는 짐빔(Jim Beam)과 같은 세계적 위스키의 본고장이면서도 120개 카운티에서 여전히 주류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켄터키 주립대의 조 코커 교수는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은 음주에 대해 매우 깊은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 이 같은 금지는 완화되는 추세로 갈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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