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Knowledge <415> 국가 이름의 유래 [중앙일보]
루마니아는 ‘로마의 땅’, 몽골은 ‘용감한 자의 나라’라는 뜻
어느 분이 메일로 요청해 왔습니다. 슬로바키아같이 ‘~아’나 우즈베키스탄같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 이름이 많은데 왜 그런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을 뜻하는 코리아도 ‘아’로 끝나는군요. 문의하신 분을 포함해 뉴스클립 독자 여러분을 위해 국가 이름의 유래와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허귀식 기자
랜드(land)와 아(a)로 끝나는 국명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체코계와 슬로바키아계 대표들이 국명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바꾸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체코는 1993년 체코, 슬로바키아로 갈라섰다.
[중앙포토]
서유럽의 나라 이름에는 ‘땅’이란 뜻의 ‘land(랜드·란드·란트)’가 많이 붙습니다.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독일(도이칠란트), 폴란드, 핀란드, 스위스(스위철랜드)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북서 유럽 이외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같은 땅이란 의미로 ‘~ia’ ‘cia’를 많이 사용합니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등이 그런 나라입니다. 스페인(에스파냐)도 그런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라는 나라 이름은 ‘로마의 땅’을 뜻합니다. 루마니아의 언어는 옛 로마 말인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만 슬라브계 민족과 이웃해 지내면서 슬라브어의 영향을 받은 단어들도 많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프랑크의 땅’이란 뜻의 ‘Francia’에서 유래합니다.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 이름
남수단공화국 국민들이 지난해 7월 9일 분리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남수단은 가장
최근에 독립한 나라다.
[중앙포토]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면 국가명에 ‘스탄(stan)’이란 말이 들어간 나라들은 한 군데 몰려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일대입니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등 7개국 정도 됩니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들입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뺀 5개국은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에 포함돼 있다가 1991년 독립한 나라들입니다. 스탄은 산스크리트어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말로 ‘땅’을 뜻합니다. 터키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에서 활동했던 민족들이 사용해온 말입니다. 지금은 중국에 속해 있으나 분리독립운동이 벌어지는 신장위구르 일대에는 과거 동(東)투르키스탄이라는 독립국이 있었습니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란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투르키스탄은 ‘투르크의 땅’이나 ‘투르크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말의 ‘땅’과 ‘스탄’이 발음상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영어의 ‘스테이트(state)’도 뿌리가 같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처럼 발음과 뜻이 비슷한 단어가 여러 언어에 있는 것은 인류 공통어인 ‘노스트라티카’가 있었고, 모든 언어는 거기에서 나눠졌기 때문이라는 학설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상관성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답니다.
파키스탄이란 이름의 유래는 독특합니다. 193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생으로 무슬림운동을 하던 쿠드하리 라마트라가 이 나라를 구성하는 지역 이름의 약자 등을 조합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펀자브(Punjab), 아프가니아(Afghania), 카슈미르(Kashmir), 신드(Sindh), 그리고 ‘tan’은 발로키스탄(Balochistan)에서 알파벳을 한 자씩 따고, 이슬람을 뜻하는 ‘I’를 넣어 ‘Pakistan’으로 지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발로키스탄의 ‘스탄’ 역시 땅을 뜻하는 것 아닐까요. 이설(異說)도 있습니다. ‘PAK’는 힌두스카니어로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고, ‘ISTAN’은 페르시아어로 ‘나라’라는 뜻이어서 ‘맑고 깨끗한 나라’를 의미한다는
주장입니다.
한자식 국가명 … 서반아는 스페인, 아라사는 러시아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애굽’은 애급(埃及)으로, 이집트를 뜻한다는 걸 알지 못하면 해석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출애굽은 ‘이집트 탈출’이란 의미입니다. 이처럼 외국명을 비슷한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獨逸(독일)이나 德國(덕국)은 도이칠란트에서 온 말입니다. 프랑스는 佛蘭西(불란서)나 法國(법국), 러시아는 露西亞(로서아)·俄羅斯(아라사)로 각각 표기했습니다. 이탈리아는 伊太利(이태리), 오스트리아는 奧地利(오지리), 스위스는 瑞西(서서)나 瑞士(서사), 그리스는 希臘(희랍), 스페인은 西班牙(서반아)입니다. 또 스웨덴은 瑞典(서전), 캐나다는 加奈陀(가나타)·加拿大(가나대), 네덜란드는 和蘭(화란), 터키는 토이기(土耳其), 필리핀은 비율빈(比率賓) 등으로 불렀습니다.
영국은 잉글랜드를 뜻하는 ‘英蘭(영란)’의 ‘英(영)’에 나라를 의미하는 ‘國(국)’을 합친 말입니다. ‘영란(英蘭)은행’은 ‘Bank of England(잉글랜드은행)’를 뜻하는 것으로 네덜란드를 뜻하는 ‘和蘭’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영란(英蘭)전쟁이라고 말할 때는 17세기에 영국과 네덜란드가 벌인 세 차례의 전쟁을 뜻합니다. ‘랜드’에 해당하는 말을 ‘蘭’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일랜드를 愛蘭(애란)으로, 핀란드를 芬蘭(분란)으로, 폴란드를 波蘭(파란)으로 각각 적습니다. 외국 도시 이름도 한자로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는 羅城(나성), 로마는 羅馬(나마), 워싱턴은 華盛頓(화성돈) 등입니다. 이런 한자식 표기는 표음문자가 아닌 한자로 외국 발음을 표기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미국·영국·이태리·불란서·호주 등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선 많이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답니다.
코리아, 해상교역 활발했던 ‘고려’에서 유래
청나라 황여전람도의 유럽판 중 하나인 ‘윌킨스 지도’에 표기 된 ‘COREA’. 우리나라 영토에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간도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민족 역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나라 이름은 ‘한(韓)’과 ‘조선’입니다. 삼한의 한, 대한제국(구한), 그리고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조선에는 고조선, 조선, 그리고 북한의 조선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코리아(Korea)는 고려(高麗)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해상교역이 활발했습니다. 또 몽골이란 세계제국과 교류해 고려라는 국명이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려(麗)’는 나라 이름으로 읽을 때 ‘리’라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고려(고리)를 뜻하는 ‘Core’에 땅을 의미하는 ‘a’가 붙어 ‘Corea’가 됐고, 이것이 나중에 ‘Korea’로 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라 이름을 둘러싼 분란
버마 vs 미얀마
미얀마로 부를까, 버마로 부를까. 미국은 그동안 ‘버마’라는 명칭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공식 국명은 ‘미얀마’입니다. ‘강한 사람’을 뜻합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도 미얀마로 가입돼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등이 공식 국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일부 영어권 국가들은 “국민의 동의 없이 채택된 미얀마라는 국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옛 이름인 버마의 사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 등 미얀마 내 민주세력도 버마로 부릅니다. ‘버마’라는 국명은 국가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버마족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1948년부터 1974년까지 ‘버마 연방(Union of Burma)’이었고, 1974년부터 1988년까지는 ‘버마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the Union of Burma)’이었습니다. 1989년 군사 정권은 국명의 영어 표기를 ‘Union of Myanmar’로 바꿉니다.
몽골 vs 몽고
같은 나라를 두고 혹자는 몽골, 혹자는 몽고라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몽골이 옳습니다. 몽고는 중국에서 한자로 ‘蒙古(몽고)’라고 표기한 데서 유래합니다. 문제는 ‘무지몽매할 몽(蒙)’자입니다. 중국인들이 주변국들을 낮춰 부르며 붙인 한자입니다. 몽골인들로서는 자신들을 비하하는 ‘몽고’를 좋아할 리 없지요. 중국은 여전히 자신이 지배하는 몽골족 거주 지역을 ‘네이멍구(內蒙古)’로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몽고’라는 말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몽골인들이 원하는 몽골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몽골은 ‘용감한 자의 나라’를 뜻한다고 합니다.
필리핀 국명 개명론
필리핀은 ‘필립 왕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국명은 16세기에 스페인 탐험가가 정복활동을 펼친 뒤 자신의 정복지를 왕자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 명명한 데서 유래합니다. 필리핀은 스페인 식민 통치시대(1565~1898)를 거쳐 미국 통치시대 및 일제 강점기(1899~1946)를 거쳐 1946년 독립합니다. 고(故) 에디 엘라드 상원의원은 새로운 나라 이름으로 ‘마하르리카(Maharlika)’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많아 유야무야됐다고 합니다. 필리핀 말고도 사람 이름이나 신의 이름에서 따온 나라 이름은 더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볼리비아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의 이름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드’ 가문의 이름을 각각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1990년 이래 신생국 및 개명국
옛 소련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벨라루스·우크라이나·몰도바·그루지아·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러시아(연방)
옛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세르비아·마케도니아
옛 체코슬로바키아
체코·슬로바키아
기타
에리트레아(1993년 독립), 독일(동독+서독) 예멘(예멘+남예멘), 나미비아(남아프리카), 미얀마(←버마) 동티모르(2002년 독립), 남수단(2011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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