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추사 김정희의 그림)' 기탁했던 83세,
1000억대 산림 기부
석남준 기자 이메일namjun@chosun.com
손창근씨, 남산 2배 면적 내놔… 얼굴 전혀 드러내지 않아 50년 넘게 키운 200만 그루 "개발 유혹 뿌리치려 기부" 산림청 기부 임야 역대 최대… 손옹 부친은 개성 갑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국보 180호·아래 사진)를 기탁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현금 1억원을 기부하면서도 한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얼굴없는 기부자' 손창근(83)옹이 이번엔 50년 넘게 가꿔온 시가 1000억원대의 임야를 기부했다.
손옹이 기부한 임야는 서울 남산 총면적의 2배에 달하는 662㏊로 산림청 45년 역사상 최대 면적의 임야 기부다.
산림청은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용인·안성 지역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던 손옹이 임야를 국가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손옹은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대리인을 산림청에 보내 기부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산림청 직원과
만남도 갖지 않은 채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모두 마쳤다.
산림청 관계자는 "손옹이 대리인을 통해 '어떤 조건이나 단서 없이 우거진 숲을 기부하니, 후세에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잘 관리해달라'는 말만 남겼다"면서 "수도권 지역의 끈질긴 개발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재산을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말도 함께 전해왔다"고 했다. 손옹은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무차별적으로 개발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옹은 1960년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김대건 신부 묘역을 포함한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 인접해 있는 이 지역에 잣나무와 낙엽송 등 20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임도(林道)까지 닦았다. 이러한 공로로 손옹은 1966년에 대통령 표창을, 1991년에는 산림청의
모범 독림가(篤林家)로 지정되기도 했다.
손창근(83)옹이 산림청에 기부한 시가 1000억원대의 임야에 손옹이 직접 심고 가꾼
잣나무와 낙엽송 등 200만여 그루의 나무가 빼곡하다.
산림청 제공
손옹의 아름다운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옹은 지난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현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기부 행사나 인터뷰는 전혀 없었다. 손옹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갑자기 돈 1억원이 생겨서 중앙박물관에 기부하고 싶으니 빨리 통장 번호 좀 알려주십쇼"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엔 미술품 소장가로도 유명한 손옹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했다. 소유권까지 넘기는 기증과 달리 소유권은 소장자가 그대로 가지면서
일정기간 맡기는 것을 기탁이라 하는데, 당시 손옹은 2년 기간을 정해
박물관에 세한도를 기탁했었다.
당시 기탁 사실 또한 수개월이 흐른 후 세간에 알려졌다. 손옹은 1940년대 후반 개성 갑부 출신인 부친이 세한도를 구입한 뒤 물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림청은 손옹이 기부한 임야를 손옹 부친의 아호(雅號)를 따 '서포숲'으로 이름짓고, 손옹의 뜻을 담은 기념비를 설치하고 산림체험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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