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투표홍보는 민주당이 하고 있다. 투표는 자유민주주의 국민권인데 그 국민권을 나쁘다고 하는 것이 저게 민주당이 할 짓이냐구요. 그럼 투표하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냐구요, 장진성 전남 순천에서 강의를 끝내고 서울역에 도착한 나는 택시를 탔다.
대부분 택시를 타면 기사가 먼저 목적지를 묻거나 인사말부터 건네는데 첫 마디가 의외였다. “고약한 놈들!” 나는 조금 당황했다. 도루 내릴까 생각하는 찰나 이번엔 택시기사의 느슨해진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합니다. 손님 보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 쪽으로 머리를 돌렸더니 플래카드가 하나 눈에 띄었다. “나쁜 투표 하면 안 됩니다.”
나는 모르는 척 하고 물어보았다. “저건 뭐죠?” 택시기사의 목소리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상급식 선거를 하지 말라는 건데, 저게 말이나 되요? 국민투표야말로 민주주의인데 그걸 나쁘다고 하면 민주주의 하지 말자는게 아니겠소, 한심한 놈들, 자기들이 하면 민주주의이고, 남들이 하면 나쁜 짓인가?”
나는 정치에는 아예 무관심한 시민인 듯 살짝 웃으며 물었다.
“아저씨는 정치성향이 조금 보수 쪽인 것 같네요, 한나라당 쪽인가요?”
보통 그런 질문을 하면 손님을 의식하여 말을 바꾸기 십상인데 오히려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한나라당? 정치하는 것들은 다 그 놈에 그 놈이지요. 나는 누구를 편들어서가 아니라 저게 말이냐 되냐구요. 투표는 자유민주주의 국민권인데 그 국민권을 나쁘다고 하는 것이 저게 민주당이 할 짓이냐구요. 그럼 투표하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냐구요, 만약 내가 투표하면 내가 나쁜 놈이냐구요!”
듣고 보니 그랬다. 그래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민주주의투표 자체를 모독하는 저런 짓을 누가 선거법으로 고발하면 좋겠어요.
“주변에선 보고 뭐라고 하는가요? 다른 동료들도 아저씨랑 생각이 같은가요?”
택시기사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거의나 고함쳤다.
”나처럼 열 받죠. 나쁜 투표라니깐 투표에 대해 전혀 생각 없던 사람들도 괜히 열 받죠. 내 그날 아침 첫 시간에 누구보다 먼저 투표 하려고 합니다.“
그런 열띤 대화 때문인지 택시기사가 택시비를 요구할 때에야 나는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돈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쌩 달려가는 택시의 뒷모습을 보니 마치 좀 전에 말하던 그 기세로 지금 당장 투표장에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선지 그 뒤로 이어지는 무수한 택시들에서도 나는 8월 24일 무상급식 투표인파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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