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도 못 피한다 … 100m 8초 ‘살인 바람’
[중앙일보] 입력 2011.06.01 01:50 / 수정 2011.06.01 10:19 [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미국 덮친 ‘토네이도 테러’ 한국에도 토네이도가 1980년 경남 사천에 회오리 황소, 공중으로 20m ‘부양’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처럼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살인 바람’. 미국 언론이 최근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토네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토네이도 테러(Tornado Terror)’라는 말도 사용한다. 실제로 올 4~5월 두 달간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로 520명이 목숨을 잃었다. 토네이도 발생과 피해 상황이 제대로 집계되기 시작한 1950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지난달 22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남쪽으로 260㎞ 정도 떨어진 조플린(Joplin)시.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나른한 휴일을 즐기고 있던 이 작은 도시에 초강력 토네이도가 들이닥쳤다. 토네이도가 습격하기 20분 전부터 비상 사이렌이 울렸지만 잦은 경고에 둔감해진 시민들은 대피를 외면했다. 잠시 후 초속 70m가 넘는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면서 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토네이도는 6.4㎞ 길이에 폭 1.2㎞나 되는 거대한 발톱자국을 남겼다. 139명이 숨지고 2000여 채의 건물이 부서지면서 인구 5만 명이 사는 이 작은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수십 명이 토네이도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다 올 들어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첨단 기상관측시설과 예보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이처럼 피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져 손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발생 20~30분 전에야 겨우 발생 장소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시속 40㎞가 넘는 이동 속도는 100m 거리를 7~8초에 휩쓸고 지나간다.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뒤늦게 발견한다면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달아나도 따돌리기 어렵다.
토네이도는 한마디로 격렬하게 회전하는 공기 기둥이다. 깔때기 또는 파이프 모양으로 지표면과 공중의 두꺼운 구름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토네이도는 보통 초속 50m 정도의 강풍을 동반하는데, 초속 130m가 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인천 강화도에 상륙해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의 상륙 당시 최대 풍속은 초속 52.4m였다. 풍속만으로 따지면 태풍 곤파스도 보통 수준의 토네이도에 불과하다.
미 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폭풍연구소 등에 따르면 토네이도의 지름은 보통 80m, 큰 것은 3㎞나 된다. 1925년처럼 350㎞를 이동한 예도 있지만 대개 몇 ㎞ 이동한 뒤 사라진다. 공주대 권혁조(대기과학과) 교수는 “태풍에 비해 토네이도는 수명이 워낙 짧아 이동 경로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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