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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지배하라] - (상) IT발(發) 특허전쟁 (중) 씨앗에서 굴뚝까지

淸山에 2011. 8. 31. 03:07

 

 

  

  

 

 
 
 
"특허로 경쟁기업 죽여라" IT공룡들 새로운 전쟁 시작
[특허를 지배하라] (상) IT발(發) 특허전쟁
애플, 삼성 견제 위해 9개국서 19건 소송 제기… 집단 대 집단 대결 양상
모토로라 인수한 구글 특허괴물 인터디지털 노려
MS는 노키아 인수 검토

 

치열한 특허 공방을 벌이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태블릿PC를 각각

 발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오른쪽) 애플 CEO는 아이패드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탭 10.1 제품을 각각 선보였다.

 AFP=연합뉴스·삼성전자 제공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무기, 즉 특허가 도사리고 있다.

과거 연구ㆍ개발(R&D)의 부산물이었던 특허가 이제는 경쟁사를 무력화 시키는 강력한 무기로 둔갑하면서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 IT 업체들은 법정 소송은 물론, 특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M&A도 서슴치 않고 있다.

최근 특허 전쟁을 주도하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업계의 강자들이다. 이 가운데 아이폰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뜨겁게 달군 애플은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 등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공세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애플의 특허공세

애플과 구글, MS의 특징은 iOS(애플) 및 안드로이드(구글), 윈도폰7(MS) 등 모두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OS별로 무리를 이루다보니 최근 IT 업계의 특허 전쟁은 집단 형태로 벌어지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특허 싸움이 반도체나 컴퓨터(PC) 분야의 개발자나 신생기업, 또는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권 전문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최근 집단 대 집단 대결로 바뀐 특허 전쟁의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을 지켜야 하는 애플은 특허를 내세워 경쟁 제품의 사전 차단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폰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의 안드로이드폰들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무상 제공해 애플 이외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은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9개국에서 19건의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에 대해서도 최근 2년간 여러 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노키아에 대해서도 2009~10년 사이 5건의 특허소송을 주고 받았고, 모토로라와 총 20여건의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쟁업체들도 맞소송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HTC는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애플을 상대로 기술 특허 침해 소송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적재산권 소송 전문 업체 렉스머시나의 조슈아 워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런 전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구글, MS도 특허 소송 대비

애플의 강력한 대항마인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발표 직후,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드로이드를 애플이나 MS, 그리고 다른 업체들과 경쟁에서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현재 보유한 특허는 약 1만7,000여건에 이른다. 구글은 지난 달에 캐나다파산한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특허 6,000건을 차지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45억 달러를 제시한 애플과 MS컨소시엄에 패한 적이 있어서,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가 절실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구글은 다음 달 초 진행 예정인 특허 전문업체 인터디지털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디지털은 IT 관련 8,800건의 특허를 보유해 '특허 괴물'로 불린다. 구글 외에 애플 노키아 등도 인터디지털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MS도 최근 구글이 인수 결정키로 한 모토로라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관련된 7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 대전에 합류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셈이다. MS는 현재 휴대폰 세계 1위의 입지가 불안한 노키아와 캐나다의 림사에 대한 M&A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업체들의 특허 공방이 시장 패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업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특허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무기"라며 "국내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車·철강·제약·묘목… 모든 산업서 특허가 무기

 

[특허를 지배하라] (중) 씨앗에서 굴뚝까지
중공업뿐 아니라 농업 분야도 예외 없어
미국인이 한국 향나무 등록… 지금 우리가 로열티 지불
"K5 하이브리드 개발할 때 일본 특허 피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국내 토종 품종 왜성정향나무는 미국 선교사가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하는 바람에 미국에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특허 전쟁은 정보기술(IT)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완성차, 철강, 중공업, 화학, 섬유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씨앗이나 꽃과 나무의 신품종, 묘목 등의

분야에서도 특허분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과거 기술력의 뒷받침해주는,

비교우위 정도로 여겨졌던 특허는 이제 소송이나 로열티 등을 통해

경쟁업체를 무력화하는 핵심 무기로 돌변했다.

특허분쟁, 안전지대는 없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승소하긴 했지만, '특허괴물' 중 하나인 오리온IP가 "컴퓨터를 통한 현대차의 자동차 부품 판매방식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효성도 2001년
타이어 보강재의 하나인 타이어코드와 관련, 미국 하니웰사와의 특허분쟁을 겪은 끝에 승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브랜드에 비해 특허 출원이 적어 소송당할 우려가 큰 만큼 한시 바삐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공업 뿐 아니라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대부분 국내 농가들은 외국산 새 품종의 씨앗이나 묘목을 별다른 신고 없이 들여왔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원산지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농가 등에 값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이는 농업을 포함한 식품 관련 국제 특허라 할 수 있는 국제식품신품종보호동맹(UPOV)규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50번째로 회원국에 가입했지만, 그 동안 국내 농업계에는 그 중요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토종 품종 왜성정향나무를 미국 선교사가 1947년 미국으로 가지고 가서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해 버렸고, 지금 우리가 오히려 로열티를 주고 있다"며 "일본 장미, 네덜란드 백합 등도 특허 문제를 소홀히 했다 큰 코 다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새 품종 개발을 하거나 외국에서 작은 씨앗 하나를 들여올 때도 특허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허가 경쟁력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세계 철강업계를 바짝 긴장시킨 신기술 제품을 내놓았다. 포스코가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초고강도강판(TWIPㆍTwinning Induced Plasticity)'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지지만, 이 제품은 기존보다 강도는 40% 가량 우수하면서도 연성은 두 배나 뛰어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가 마침내 자동차강판 시장에서도 선두로 나설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높은 조업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천
특허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가
국산차 최초로 2012년형 제네시스에 탑재하는 8단 자동변속기도 100%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2007년부터 48개월의 연구기간을 거쳐 완성된 8단 자동변속기는 127건의 특허를 확보한 상태. 현대차는 독일의 ZF, 일본의 아이신 등에서 수입했던 후륜 자동변속기의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국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제고 등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일본의 도요타가 선점한 수 천여개의 특허기술을 피하는 것이었다"며"자동차 부품의 전장화 트렌드와 함께 그린카 시대가 열리면서 특허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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