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변화의 규칙성을 측정해 시간을 기록했다. 해의 변화에 맞춘 시간 달의 변화에 맞춘 시간 강물의 범람에 맞춘 시간, 그리고 인간은 60초, 60분, 24시간, 일주일, 일순(10일) 등 자연의 시간을 쪼개어 인간의 시간을 만들었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갈등 달력에 담긴 역사를 과학으로 풀어보자.
1. 달력 만들기, 시간을 재는 요령
나침반이 없어도 피라미드의 네 모서리를 동서남북에 맞출 수 있다.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막대기 하나면 방위를 알아내고, 하루의 길이와 1년의 길이를 정확히 잴 수 있다.
수천년 전 고대인들이 만든 시간측정의 비법을 알아보자.
시간여행이 가능해서 우리가 고대 이집트에 간다면 지금의 지적인 능력을 발휘해 이집트에서 천재나 선지자로 행세할 수 있을까?
지금의 과학지식을 이용해 수레, 풍차, 펌프등 몇몇부분에서 신통력을 보여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특히 이집트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달력에 관한한 더욱 그러하다.
(1) 시리우스별을 보고 1년을 측정
첨단과학기기를 쓰지 않고 고대의 상황에서 달력을 만들어 보자. 가장 먼저 우리는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도 알아차리게 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부정확하지만 대체적인 자연의 주기성을 알게 된다.
달력은 자연이 변화하는 정확한 주기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하루의 길이, 한달의 길이, 1년의 길이 등을 정확히 알아야 몇 백년이고 틀리지 않는 달력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주기를 측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현상은 매우 뚜렷한 규칙성을 갖고 있어 이를 관측해 정확한 주기들을 구할 수 있다. 우선 고대 이집트인들처럼 시리우스가 해뜨기 직전에 보이는 때를 표시해 두었다가 계속 관측해서 똑같은 시간에 시리우수가 보이는 날이 있으면 그날이 일년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측정하려면 먼저 시계가 있어야 하고, 시리우수가 떠오르는 때부터 태양이 뜨는 때까지 정확한 시간 간격을 알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대에 제작된 물시계나 모래시계로는 대충의 시간을 잴 수 있겠지만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2) 막대기 하나로 동서남북 알아내...
이러한 관측은 시기를 대략 아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정확한 일년의 길이를 알아내고 달력을 만드는데는 아무래도 부정확하다. 고대인들이 쓸 수 있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막대기(노몬, gnomon)를 이용해 해그림자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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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범람은 이집트인들에게 씨뿌릴 시기를 알려줬다. | |
평평한 면 위에 노몬을 꽂고 해그림자 길이를 측정하면, 하루의 길이를 잴 수 있고, 동서남북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해그림자 주위에 적당한 크기의 원을 긋고, 오전과 오후 해그림자가 원에 일치하는 두곳을 정한다. 이두 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이 방향이 정동, 정서방향이다. 여기에 중학교에서 배운 선분을 수직이등분하는 작도법을 쓰면 정남, 정북 방향도 얻을 수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네모서리가 정확히 동서남북방향에 일치한다고 하는데, 고대인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정확한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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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그림자를 일년내내 측정하면 최소에서 최대까지 그림자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최고점은 동지점, 최저점은 하지점이된다. | |
정남의 방향이 정해지면, 다음날부터 계속 해가 정남에 위치할 때의 해그림자를 관측해 그림자길이를 날마다 표시한다. 하루의 길이를 정하는 방법은, 첫날 태양이 정남에 방향에 오는 때로부터 다음날 다시 정남에 오는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면 된다.
일년의 길이를 정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해그림자 길이의 변화를 측정해야 한다. 태양의 고도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날마다 남중 때의 해그림자 길이가 변한다. 태양의 그림자가 가장 짧은 때가 하지, 가장 긴 때가 동지다. 이론적으로는 해그림자가 가장 짧은 두 날을 알아내면 이 사이의 시간간격이 일년이다. 그러나 일기불순 등으로 날마다 해그림자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일년의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년을 두고 계속 관측해서 보완해야 한다.
(3) 황도 계산에 수십년 걸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하지점의 태양 위치가 하지날 정오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태양은 지구의 공전에 의해 황도상을 이동해가는데 황도상의 최고점이 하지점이다. 그런데 이 점은 지구 시간으로 정확히 정오가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정확한 하지점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관측을 오랫동안 계속해서 완전한 태양의 궤도(황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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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선의 원은 천구의 적도, 점선은 황도를 나타낸다. 황도와 적도가 만나는 점이 춘분점이다. 지금은 춘분점이 물고기 자리 근처에 있다. |
해그림자의 측정오차 또한 정확한 일년의 길이를 정하는데 피할 수 없는 방해요소다. 지면이 조금만 왜곡돼 있거나, 기울어 있으면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측정면을 완전한 수평이 되게 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측정면에 물을 채우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수평(水平)을 맞추는 것이다. 해그림자 측정용지를 물에 띄워 정확한 수평면을 만들고 여기에서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한다.
(4) 번지는 해그림자
또다른 방해요소는 태양이 한 점이 아니라 크기를 지닌 전체라는 점이다. 노몬의 그림자는 자세히 보면 그 끝의 윤곽이 정확히 나타나지 않고 부옇게 번져 있다. 이는 태양의 윗부분이 만드는 그림자와 가운데 부분, 아랫부분이 만드는 그림자가 서로 겹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그림자를 얻는 방법이 여러모로 고안됐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크기가 50여m나 되는 큰 노몬을 만들어 측정하고, 노몬의 끝에 세로 막대를 두어 정확도를 높이려 했다. 혹은 바늘구멍으로 태양을 통과시켜 태양의 윤곽을 정확히 측정해 정확도를 높이기도 했다. 해그림자 측정면에 바늘구멍을 뚫어 아래에서 노몬의 끝과 태양을 일직선으로 관측하면 정확한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
하루의 길이와 1년의 길이가 정해지면, 이를 기준으로 시간 간격을 나누어 달력을 만든다. 하루를 24등분한 것이 1시간이다. 하루 24등분법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고대인은 밤과 낮을 각각 12등분했는데, 이것이 로마를 거쳐 전유럽에 퍼져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또 1시간을 60등분해 1분으로 하고, 1분을 다시 60등분해 1초로 한다. 이러한 시간간격은 모두 하루를 등간격으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하루의 길이를 1달의 길이와 1년의 길이에 연장하면 문제가 생긴다. 1달과 1년의 길이는 정확히 하루 길이의 정수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법의 문제는 바로 등간격의 시간을 정수배로 떨어지지않는 시간간격에 맞추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윤초, 윤일, 윤월, 윤년등이 모두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일년의 길이를 재는 다양한 방법
▼ 태양의 일출위치가 날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측정하면 일년의 길이를 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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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지평선에서 매일 해가 또오르는 위치를 살펴보면 그 위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남쪽 방향을 기준으로 하면 해가 뜨는 위치는 매일 북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간다. 일정 기간이 흐르면 가장 부꽂까지 갔다가 다시 서서히 남쪽으로 그 위치가 변한다. 태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관측하면 가장 남쪽에서 출발해 다시 가장 남쪽의 취체에 올 떼까지의 기간이 1년이 된다.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가 가장 남쪽에 있는 때가 동지이고, 정동쪽 방향인 경우가 춘분 또는 추분이고, 가장 북쪽에 위치한 때가 하지다. 기원전 2500년경 영국의 고대인들이 건설한 스톤헨지 유적은 이 원리를 이용한 구조물이다. 이 거석 구조물의 중심에서 해뜨는 위치를 관측해 계절 변화를 알아내고 또한 달의 위상변화와 연결해 달력을 만들었다. 고대인들은 스톤헨지에서의 관측을 통해 일식과 월식의 날짜도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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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날 스톤헨지 중앙의 관측자에게 보이는 일출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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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는 중앙 관측자의 위치에서 일년 중 특정일의 일출위치와 남중 위치를 표시하는 돌을 둘레에 세워놓았다. 천체운행을 정확히 반영한 일종의 달력이라 할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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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음력과 양력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인가
시간을 나타내는 방법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약속은 자연의 변화와 어울려야 생활에 불편이 없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자연의 시간을 잘 표현한 달력이 좋은 달력이라 한다면 음력은 양력보다 좋은 달력이다. 양력과 음력의 이력서를 살펴보자.
달력을 만드는 역법의 1차적인 목적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날짜가 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하 나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임의로 약속을 정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당장 오늘은 2000년 1월 1일이라고 약속한 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생활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일주일을 5일로 해도되고, 일년을 10달이나 20달로 정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계절의 변화 등 자연세계의 모습과 잘 들어 맞지 않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날짜를 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구운동에 맞춘 자연의 시간
자연의 시간이란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주기적인 운행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다. 즉 1일은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회전(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며, 1년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한바퀴 회전(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물론 달력을 처음 만들었던 사람들은 지구가 자전하거나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반대로 해가 하루에 한 바퀴씩 지구 주위를 돌고 있으며, 천구가 1년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고 생각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력이나 양력은 모두 기본적으로는 자연의 시간을 반영해 만들어진 달력이다. 그것은 음력과 양력 모두 1년의 길이를 365일 또는 366일 정도로 정한 것에서 쉽게 드러난다. 오늘날 1년의 길이는 약365.2422일로 알려져 있는데, 동서양을 막록하고 고대인들은 이미 기원전에 이와 근사한 값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으로 1년의 길이를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달의 길이를 정하는 방법에 서는 음력과 양력이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먼저 양력의 경우를 살펴보자. 양력은 해의 운행만을 고려하므로 자연의 시간에 따라 1달의 길이를 정한다면, 1달은 해가 황도 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12로 나누어서 그것을 1달의 길이로 정하면 된다. 이를 수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즉1년의 길이를 365.25일이라고 한다면 1달은 365.25일/12=30.44일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2월의 해가 가장 빨리 움직인다?
처음에는 이런 원칙이 대체로 지켜졌다. 따라서 큰달을 31일, 작은달은 30일로 정하여 그것을 교대로 배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양에서는 정치적인목적에 따라 이런 원칙이 무너지게 됐다. 시저와 아우그스투스는 자신의 생일달을 기념하기 위해7월과8월의 날짜를 임의로 늘려 버렸다. 그 결과 2월은 28일 또는 29일밖에 되지 않으며, 7월과8월은 연속해서 큰달로 배치됐다.
이를 해의 운행에 적용해 설명한다면, 1월달의 경우 해는 31일 동안 황도의 1/12만큼운행해야 되므로 비교적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2월달이 되면 28일동안 똑 같은 거리를 운행 해야 되므로 상당히 빨리 움직여야 되는 것이다. 이런 모순으로 양력은 1달의 길이를 정함에 있어서 전체의 운행에 따른 자연의 시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음력은 원칙을 보다 철저하게 지켰다. 1달의 길이를 정할 때 양력은 일년을 12로 나눈데 비해, 음력은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음력에서는 달의 모양이 날짜가지나면서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바뀌는 것을 보고 그 주기 약29.53일을 1달의 길이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음력에서는 1달의 길이가 29일 또는30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음력은 양력보다 전체의 운행을 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했던 달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양력에서는 1년의 길이를 365.25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값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1년의 정확한 길이는 아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양력에서는 계속해서 이 근사값을 사용했을 뿐이다.
천문학 발전에 따라 정확도 증가
그러나 음력에서는 보다 정확한 1년의 길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얻어진 새로운 값은 곧바로 새로운 달력에 반영됐다. 과거동양에서 나타났던 몇 가지 대표적인 역법과 이에 쓰인 1년의 길이를 보여주는(표1)를 보면 이를 잘 알수 있다.
(표 1) 음력에서 사용한 1년의 길이 |
시대 |
달력이름 |
1년의 길이 |
춘추전국시대 |
사분력(四分曆) |
365.2500 |
기원후 206년 유홍(劉洪) |
건상력(乾象曆) |
365.2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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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력(大明曆) |
365.2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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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력(宣明曆) |
365.2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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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력(統天曆) |
365.2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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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력(授時曆) |
365.2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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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헌력(時憲曆) |
365.2422 |
현대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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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2422 | |
달력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양력은 몇 차례 바뀌지 않았다. 그에 비해음력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역법이 제시됐으며 그 종류는 지금까지 거의 1백여 가지에 달한다. 이것은 동양인들이 달력이란 항상 실제 천체운행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철저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천체운행에 관한 새로운 천문학적 지식이 얻어질 때마다 그 내용을 음력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이런 태도는 음력의 24절기에 대한 표시에서 나타난다. 계절이 변하는 이유는 지구의 회전축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공전하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을 달력에서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 등의 24개의 절기로 표시했다. 양력에서는 해의 운행을 가지고 날짜를 표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날짜만 보아도 해의 위치를 어림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양력에는 따로 24절기를 표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음력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관계 없는 달의 운행을 보고 날짜를 표시하기 때문에 음력 날짜만으로는 계절의 변화, 즉 해의 위치를 알 수 없다. 음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부터 날짜와는 별도로 24절기를 따라 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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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때 만들어진 해시계 앙부일구. 반구 내부에 그려진 선은 각 절기별 해그림자가 지나는 길이다. 남북방향을 정확히 잡고 해시계의 그림자를 보면 그날의 절기와 현재 시각을 알수 있다. |
처음에는 1년을 24등분해 24절기를 표시했다. 즉 1년의 길이가 365.25일이라고 가정하면, 24절기를 365.25/24 = 15.218일마다 하나씩 배치했던 것이다. 그러나6세기무렵 장자신(張子信)이라는 천문학자는 오랜 천문관측을 통해 해의 운행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해의 운행속도는 겨울에는 평균값보다 조금 빠르고 여름에는 늦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에 따라 24절기 사이의 간격도 항상 같은 것이 아니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어야 했으며, 이런 사실은 8세기경 일행(一行)이 만든 대연력(大衍曆)이라는 달력에 반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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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휴대용 새시계(위)와 돌에 만든 해시계(아래) |
달의 운행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해의 경우보다 더 일찍발견됐다. 달의 운행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기원전 전국시대부터 지적됐으며, 2세기 말 유홍(劉洪)이 만든 건상력(乾像曆)이라는 달력에 반영됐다.
윤달이 만드는 음력과 양력의 조화
계절은 태양의 남중고도가 변하면서 지면에 입사되는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변하고, 낮의 길이가 변하면서 생긴다. 태양의 남중고도와 낮의 길이 변화는 태양이 황동상에서 어느 위치에 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계절변화는 태양의 운행이 1태양년 동안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이므로 달의 운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음력에서는 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날짜를 매기므로 양력과 음력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1태양년의 길이가 12삭망월의 길이와 같다면 태음력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1태양년의 길이는 12삭망월의 길이보다 10.9일 정도 길다. 따라서 약 3년이 지나면 음력이 한달정도차이가 나기 때문에 음력달과 계절은 현격한 차이가 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해의 음력 2월 초에 있었던 춘분날 이약 10년이 지나면 6월로 옮겨지고, 34년정도 지나면 다시 2월로 되돌아 온다. 여름의 달인 음력 7월은 겨울이 되기도 하고 봄이 되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와 음력 달의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춘분을 항상 2월달에 오도록 하고, 추분은 8월달에 오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몇 태양연의 길이와 몇 삭망월의 윤달을 넣게되면 계절과 음력달의 명칭이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다.
이 주기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태양년과 삭망월의 날짜수가 정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사값은 8태양년과 99(8년×12월+3윤월) 삭망월이다. 이는 8년 동안 3 삭망월을 윤달로 넣는 것이다. 두 번째근사값은 19태양년과235(19년×12월+7윤월을 두는 것이다. 그 길이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앞의 것을8년법(八年法)이라하며 8년동안3달의 윤달을 두며 1.6일 정도의 날짜가 차이가 생긴다. 반면에 뒤의 것을 19년법(十九年法)이라 하며 이는 19년 동안 윤달을 7달을 두면 거의 날짜 차이가 없게 된다. 고대 바빌로니아력에서는 기원전 6세기에 8년법을 쓰고, 기원전 4세기에는 19년법을 썼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6세기에 19년법을 써서 태음력에 계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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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공전이 만들어 내는 계절변화 :양력은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삼고 음력은 지구를 중심으로한 달의 공전을 기준으로 삼는다. |
19태양년과 235삭망월의 길이가 같아지는 주기인 6940일을 동양에서는 장주기라 하는데 춘추시대에 발견됐으며, 서양에서는 메톤주기라 하는데 기원전 433년경에 아테네의 천문학자 메톤(Neton)에 의해 발견했다. 이 주기는 태음태양력이 계절에 일치되는 주기인 동시에 달의 삭망이 태양년에 복귀하는 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음력은 19년법으로서 19태양년 동안 7삭망월의 윤달을 넣는다. |
달력과 범죄-1분 차이로 형량 달라질 수 있어
매년 천문대에서 펴내는 역서에는 날짜뿐만 아니라. 매일 일어날 중요한 천문현상들이 총망라돼 있다. 여기에는 음력날짜, 일진, 월령, 일출일몰 시각, 남중시각, 낮의 길이, 월출월몰시각, 아침저녁의 박명시각 등 이 모두 들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양력 날짜와 낮의 길이 정도만 필요하지만, 가끔 박명시각이나 월령등이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느 날의 박명시간이나 달의모습 때문에 법정에서 피고의 형량이 달라지고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벌어진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야간에 일어난 범죄의 경우 가중처벌되는 조항이 있다. 폭행, 체포, 감금, 협박, 주거침입, 손괴, 공갈 등의 범죄는 야간에 일어난 경우 주간에 일어난 경우보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더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다.
또 야간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범인이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를 물리치기 위해 범인을 총으로 쏘아 죽였을 때, 과잉방위의 소지가 있지만, 야간에는 주간보다 공포나 불안이 더 커지므로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다.
때문에 주간과 야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계시각에 범죄가 생기면 1분 1초 차이로 형량이 달라질 수있다. 또 보름달이 떴을 때라면 범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야간이라 하더라도 정상참작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고 알려주는 달력의 편찬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생활속에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
오행성도 대접한 음력
동양의 음력에서는 해와 달의 운행에 관한 매우 정확한 내용을 직접 달력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동양의 역법에서는 달력을 만드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을 듯한 행성의 운행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역법이 달력만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그 안에는 해와 달의 운행만을 고려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역법에는 이미 기원전부터 오늘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라고 부르는 진성(辰星), 태백(太白), 형혹(熒惑), 세성(歲星), 진성(鎭星)등 5개의 행성들의 운행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천왕성, 명왕성, 해왕성 등 오늘날 알려져 있는 나머지 행성들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됐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 옛날에는 행성을 5개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동양에서 역법을 만들 때 단순히 달력만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천체들의 모든 운행모습을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옛날 동양의 달력을 보면 해의 위치와 그에 따른 계절의 변화, 달의 위치와 모양, 각 행성들의 위치관계 등을 모두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력 달력을 통해서는 해의 위치와 계절만을 알 수 있는 것과 커다란 차이라 할 것이다.
양력은 해의 운행만을 고려하고 그 밖의 세부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날짜를 정한 달력이지만, 음력은 항상 천체들의 실제 모습을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달력이었던 것이다. 만약 음력과 양력 중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인 것인가하고 묻는다면, 실제 천체들의 모습과 그에 따른 자연의 시간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음력이 더 과학적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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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체운동으로 측정할수 있는 다양한 1년주기 1항성년(노란색) : 기준항성이 남중하는 것을 기점으로 다시 남중하는 주기. 365.2524일 1회귀년(파란색) : 춘분점에서 춘분점까지 태양의 위치가 순환하는 주기. 365.2422일 1근정년(빨간색) : 근일점에서 근일점까지의 주기. 365.259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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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 사용된 전통역서. 위로부터 대통력, 시헌력,만세력, 천세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