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좋은글 窓가

나는 그대를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淸山에 2011. 1. 31. 17:04
 

 

 
 
 
 
 
 

천년(千年)을 넘어
기약없는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그대도 흘러가고
나도 흘러가는데

오직,
영혼의 모진 번뇌(煩惱)만은
그리움에
못 박혀 흘러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대의 무심(無心)함을
믿고 싶어집니다.

그대가
나에게 돌아와도
나는
그대를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힘에 부치는
이승의 사랑도
이제 그만
내려 놓고 싶습니다.

항상,
그렇게
그대가 없는 것도 싫습니다.

생각하면
그대의 사랑이
나와 함께 있었을 때만
나는
기쁘게 살아 있었습니다.

이제는
살아도 죽은 사람답게
고요한 향화(香火) 속에
깊은 망각(忘却)이나 되렵니다.

그리하면,
가슴에 고였던
오랜 눈물도
제 풀에 지쳐 흐르겠지요.

그러다
언젠가는
그 눈물마저 마르겠지요.

다시,
만난다 해도
그대가 누군지 모르겠지요.

그대가
나를 포옹하면,
한 줌의 재가 되어
하얗게 쓰러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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