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실재하는 사물들의 세계 속에
내재하는 리듬에 대한 인식을 다룬다.
마치 삶의 전개에 있어서 예감적인 방법이 있듯이
움직임의 조화 속에서 사진작가들은 작업한다.
그러나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시키는 것이다.
움직이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찍는 사진은, 우연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장, 수백장의 사진을 찍은 이후에, 그 중 하나가 포착한
사진 한 장이 그 순간의 백미를 담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이는 바로 그 한장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집중하여 셔터를 누른다.
이런 점에서 순간이라는 것은 0.001초의 짧은 그 시간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정 이어지는 연속선 중
어느 한 지점인지도 모른다.
삶에 있어서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다음 순간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듯...
어느 시인은
'영원이라는 건 그대와 내가 마주보는 바로 그 순간이다.'
라는 말을 했다. 순간이 영원으로 승화되기 위해선
강렬한 인상, 혹은 기억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기 위한
가장 매력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매력적이지만은 나는 아직 사진을 찍은 후에 남에게
작품이라고 보여 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대리 만족으로 그 '순간의 미학'을 펼친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소개한다.
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
프랑스가 낳은 세계 최고의 전설적 사진작가
"결정적 순간"으로 사진작가 중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평생 라이카 M과 35mm표준렌즈 그리고 흑백사진,
노 트리밍(후 보정), 노 플래쉬를 고수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1908년 프랑스 샹틀루에서 태어났다.
1931년 경 우연히 사진을 배우게 되어 아프리카 여행에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 프랑스 전역과 이태리,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제작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사진 못지않게 영화에도 큰 흥미를 가져 1936부터 1939년까지
영화제작에 몰두하는데, 1937년에는 내란 중인 스페인에 가서
사진도 찍으면서, 공화국 병원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생명의 승리>를 만들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의 영화사진부대에
육군하사로 복무하던 카르티에 브레송은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극적으로 탈출하여 파리에 돌아온 그는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활동하면서 나치 점령과
파리 해방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계 사진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부터이다.
그는 먼저 1947년에 절친한 친구들인 로버트 카파,
데이비드 시무어, 조지 로저 등과 함께 취리히에서
사진통신사 <매그넘(Magnum)>을 결성하였다.
1952년엔 유명한 사진집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출간하여 세계 사진계를 '결정적 사진'의 열풍에 빠뜨렸다.
이후 1970년대 후반까지 보도사진가로 세계 전역을 다니면서
독특한 사진세계를 선보였다. 또 알베르 카뮈와 피카소,
사르트르, 자코메티 등 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문화예술인과 정치인의 초상을 찍기도 하였다.
그러나 친구 데이빗 시모어가 취재도중 살해되자
사진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1966년에는 자신이 창립한 매그넘과도 결별하고,
1974년부터는 그림에만 전념하였으며,
파리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 2004년 8월 사망하였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늘 카메라를 삶과 마주한
눈의 연장(延長)으로 생각했으며,
사진을 일기이자 삶의 메모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진적 철학이 내재된 <결정적 순간>이란
삶의 한순간을 예리하게 관통하는 의식과 인식의
상승작용이며, 사진가와 대상이 찰나적으로 하나가 되는
생의 순간이었다. 내용과 구성이 가장 조화로운 순간,
절제된 구성과 기하학적 구도로 귀결되는 최상의 순간을
발견하여 타이밍에 맞추어 이것을 촬영하는 것이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이 용어가 생긴 이래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고
오늘날에 와서는 하나의 사진예술의 미학으로 자리잡았다.
몽마르트로 가는 파첼리 추기경 1938.
프랑스 생 라자르, 1932.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시키는 것이다."
-앙리-
그리스 시프노스, 1961.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다.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이 있다."
-앙리-
"사진에 있어서 시각적인 구성은
오직 훌륭한 직관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앙리-
베를린, 1962.
"순간이란 단순한 시간적인 것이 아니라
대상 자체의 본질이 가장 잘 나타난 순간이다."
-앙리-
"인간애의 뜨거운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한다."
-앙리-
Rue Mouffetard, Paris, 1952.
장 폴 사르트르, 1946.
윈저공과 심슨부인, 프랑스 1951.
프랑스,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