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음 악 - 김수영

淸山에 2011. 1. 15. 06:53
 

 

 
 
 

음 악 - 김수영

 

 

 

 

音樂은 흐르는대로 내버려두자

저무는 해와 같이

나의 앞에는 灰色이 뭉치고

凝結되고

또 주먹을 쥐어도 모자라는

이날 또 어느날에

나는 춤을 추고 있어나보다

불이 생기어도

어젯날의 歡喜에는 이기지 못할 것

누구에게 할 말이 꼭 있어야 하여도

움지기는 마음에

刑罰은 없어저라

音樂은 아주 險하게

흐르는구나

가슴과 가슴이 부디치여도

소리는 나지않을 것이다

단단한 가슴에 音樂이 흐른다

단단한 가슴에서 가슴으로

다리도 없이

집도 없이

가느다란 곳에는 가시가 있고

살찐 곳에는 물이 고이는 것이다

나의 音樂이여

지금 다시 저-기로 흘러라

뭄은 언제나 하나이였다

물은 나의 얼굴을 비추어주었다

누구의 음악 처참스러운지 모르지만

나의 서름만이 立體를 가지고

떠러져 나간다

音樂이여

 

예술을 사랑하고 음악을 가슴에 품었던 20대 청년 김수영 (金洙暎· 1921~1968)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김수영 시인이 1950년 2월 내무부 치안국이 발행한 잡지 ‘민주경찰’ 21호에 발표한 시 ‘음악’이 재발굴됐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서울대·국문학)가 헌책방에서 찾아내 곧 나올 계간지 ‘서정시학’ 여름호에 발표한다.

이번에 찾아낸 시 ‘음악’은 그동안 문단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

 지금까지, 6·25 전쟁이 일어나기 전 김수영 시인의 작품으로는

 ‘묘정의 노래’ ‘공자의 생활난’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아메리카 타임지’ ‘이’ ‘웃음’ ‘토끼’ ‘아버지의 사진’ ‘아침의 유혹’ 9편만 공개돼 있다.(민음사 편 ‘김수영 전집’)

 

시 ‘음악’에서 김수영은

“音樂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자/ 저무는 해와 같이/ 나의 앞에는 灰色이 뭉치고/

 凝結되고/ 또 주먹을 쥐어도 모자라는/ 이날 또 어느 날에/ 나는 춤을 추고 있었나 보다”라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김현경과의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시인은 “나의 서름만이 立體를 가지고 떨어져 나간다/

 音樂이여”라며 비루한 일상을 극복하는 정신적 위안을 예술에서 찾고 있다.

방민호 교수는 “당시 김수영은 역사의 급류 속에서 결혼과 자녀로 압축되는 생활의 문제에 당면해 있었다”며

 “이 시에서 음악은 이러한 생활의 차원을 넘어선 형이상학적 세계를 표상하는 시어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일까”라고 풀이했다.

김수영에게 6·25는 일생의 큰 전기였다.

 이 시를 발표한 직후 결혼한 그는 6·25 전쟁이 터진 후 서울에 남아있다가 북한 의용군에 강제 동원되어 북으로 올라갔다.

 10월, 평양 부근에서 극적으로 탈출해서 서울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한국 경찰에 체포됐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보내진 김수영은 수용소 야전병원 통역관으로 일하다 풀려나와 가족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