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이형기 - 낙 화

淸山에 2010. 12. 27. 11:25

 

 

        낙  화  - 이형기 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1933~2005) 시인의 초기 시에 속하는 이 시는
    집착 없음과 아름다운 물러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형기 시인은 1950년 시 〈비오는 날〉을 잡지
    《문예》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17세. 최연소 등단기록이었다.
    "시(詩)란 본질적으로 구축해 놓은 가치를 허무화시키는 작업이야.
    시에 절대적 가치란 없어.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팔자를 타고난 놈들이 시인이야. 그 무엇이건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정신의 자유 말이야."
    그는 시 창작뿐만 아니라 소설, 평론, 시론, 수필 등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다.
    초기에는 자연 서정을 선보였으나 현대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악마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로 나아갔다.
    그는 한국시사에서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 미학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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