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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호 국립공원 기리시마야쿠

淸山에 2011. 1. 1. 14:32
 

 

 
 
 
일본 제1호 국립공원 기리시마야쿠
강동은 - 2009.03.26 16:54

 


분화구 즐비한 ‘달의 국립공원’
기리시마 산군 최고봉 韓國岳…고산철쭉 가득한 이국적 풍광

일본 열도 최남단의 섬 규슈(九州)에는 일본의 국립공원 제1호인 기리시마야쿠(霧島屋久) 국립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크게 가고시마(鹿兒)현과 미야자키(宮崎)현의 경계에 자리한 기리시마(霧島) 산군과 규슈 남쪽 60km 해상의 섬 야쿠시마(屋久島) 두 곳으로 구분된다. 이 두 지역은  각각  화산지형과 삼나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일본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달의 공원’이라는 별칭의 기리시마 산군은 23개에 달하는 봉우리 곳곳에 분화구와 화산호가 산재해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일본의 건국신화인 천손강림(天孫降臨) 신화와 여러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가라쿠니다케(韓國岳·1,700m)라는  이 산군  최고봉의 이름이  큰 관심을 끈다.



▲ 신모에다케의 옥빛 화산호와 거대한 분화구.
유황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생동감 있는 화산이다.


▲ 가라쿠니다케 분화구. 300m가 넘는 깊이에 폭도 900m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기리시마 주봉에 ‘한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에 대해 설명한 자료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논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산 이름이 칭하는 ‘韓國’은 고대 삼한일 것이라 추정한다. 이는 일본 최초의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서 신들의 활약상을 이야기하는 천손강림 조에 한국이라는 기록이 나온 것에서 출발한 추론이다.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韓國’을  ‘강고쿠’가 아닌  ‘가라쿠니’로 읽는 것도  바로 가야(가라국)를  뜻하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고대 일본과 우리나라의 연관성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을 지닌 가설이라 하겠다.

이곳 기리시마에서는 우리식 산맥 개념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르는  봉우리마다  터져나간 분화구가  둥그런 화구륜을 이루고 있어  산줄기를 그리면 폐곡선이 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하지만 화산지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다. 기리시마 트레킹은 한국의 산을 오를 때와는 다른 이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리시마  최고봉인  가라쿠니다케(韓國岳)의  산행기점은 에비노 고원이다.  기리시마의 연봉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이 해발 1,200m의  고원지대는  도로가 나 있어 차량 접근이 가능하다.
▲ 신모에다케 오르는 구간의 키 큰 철쭉 군락.
이곳의 개활지에는 억새군락이 무성한데, 가을이면 그 색깔이 새우난초의 붉은 색을 띄며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때문에 지명에 일본어로 새우를 뜻하는 ‘에비’를 붙였다고 한다.

가을이면 붉은 억새밭 장관 이루는 에비노 고원



▲ 에비노 고원에서 가라쿠니다케로 오르는 산길. 이곳 특유의 자그마한 억새풀이 가득하다.

기리시마 온천지구의 이와자키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차량을 이용해 고원으로 이동한다. 구불구불한 산록도로를 타고 오르던 차는 광활한 벌판이 나타나자 속도를 줄인다.
이곳이 기리시마 트레킹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에비노 고원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에메랄드빛을 띤 둥근 화산호 후도이케(不動池)가 눈길을 끈다.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광이다.  하지만  감탄은 아직 이르다.  산 위로 올라가면  더욱 아름다운 광경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구름이 낀 날씨지만 고원에 쏟아지는 강렬한 자외선이 눈을 찌푸리게 한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무장하고 곧바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노출된 바위 여기저기서 연기가 솟아나고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언뜻 보기에는 지리산 제석봉 오름길과 유사한 분위기지만, 누렇게 물든 바위와 유황 연기는 분명 이국적인 풍경이다.



▲ 가라쿠니다케 정상에 세워진 ‘한국 악’ 팻말.

산길은 뚜렷하게 나 있고 이정표도 확실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일본 등산객의 수가 제법 많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단체로 산을 오르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일본의 등산인구는 우리나라보다 한층 연령이 높아 보인다.  노인화가 심화된  일본 사회의 일면을  이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은 좋다. 계단을 통과해 서서히 고도를 높이니 에비노 고원이 발 아래로 내려앉는다.
위에서 보니  시퍼런 물이 고여 있던  후도이케 화산호 옆에  커다란 화산호가  두 개나 더 있다.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분화구 즐비한 것이 달 표면 같다”



▲ 고산식물 미야마 기시시마와 신모에다케 화구호.


▲ 산길은 신모에다케의 화구를 타고 돌게 되어 있다.

산길 옆에는 이곳 특유의 산철쭉 미야마 기리시마가 작고 빨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5월 말부터 6월 초가 기리시마 산군에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분화구와 어우러진 붉은 철쭉 꽃밭은 대단히 멋진 볼거리다. 일본 사람들에게도 꽃구경은 빠트릴 수 없는 봄맞이 행사인 모양이다.

도로에서 출발해 40분가량 오르니 경사가 한풀 꺾이며 넓은 평지인 전망대가 타난다.
커다란 사진을 붙여  주변 경관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이 서 있다.  기리시마 온천지구와  에비노 고원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점차 경사가 잦아들며 오른쪽 아래로 오나미노이케(大浪池)가 보이기 시작한다.



▲ 가라쿠니다케 정상부에서 본 오나미노이케. 기리시마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화산호다.

오나미노이케는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화산호로 직경 1km가 넘는 큰 호수다.
완만한 산록 위에 놓여 있는 이 호수는 엄청난 크기도 놀랍지만 그 맑고 푸른빛은 신비스러울 정도다.

고산지대의 나지막한 철쭉과 초 본류가 깔려 있는 산길에서 보는 오나미노이케는 가라쿠니다케 오름길 최고의 풍광이다.



▲ 붉은 화산흙으로 뒤덮인 가라쿠니다케 정상.

잠시 후 거친 돌멩이들이 깔린 산길을 지나 오르면 가라쿠니다케 정상에 닿는다.
해발 1,700m. 일본의 건국 신화를 다룬 고사기(古事記)에서 ‘韓國’이 잘 보인다고 언급했던 봉우리다. 정상 이정표가 있는 큰 바위 너머는 까마득한 벼랑이다. 지름 900m에 깊이가 300m나 되는  거대한 분화구로,  한라산 백록담이  다섯 개 정도  들어 갈 수 있는 거대한 규모다.



▲ 니카다케 정상부의 평탄한 산길. 주변은 미야마 기리시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기리시마의 최고봉에 올라 보는 풍광은 한 마디로 일망무제.
주변에  높은 산들이 적지 않음에도  이곳의 고도가 높은데다  산세가 유순해  막힐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남서쪽에 오나미노이케는 정원의 연못처럼 정갈한 모습으로 내려앉았다. 남쪽 멀리 붉은 화산재가 덮인 위압적인 봉우리가 뾰족한 산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다카치호미네(高千?峰·1,574m)다. 기리시마의 산길은 그곳까지 연결된다.



▲ 고산평원을 가로지르는 탐방객들. 화산지형 특유의 거친 토양이 눈길을 끈다.

가라쿠니다케를 지나 완만한 산릉을 타고 남동쪽으로 진행했다.
초반부의 평탄하던 구간을 지나치니 곧바로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조심스레 이곳을 지나니 한 길도 넘게 패인 물길이 산죽밭 사이로 나 있다.
이 자연 수로를 따라 난 산길 옆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숲이 둘러싸고 있다.

속도를 올려 물길을 빠져나온 뒤 완만한 구릉지대를 통과하니 다시 앞을 가로막는 경사로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길이지만 화산재와 돌멩이가 쌓여 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이곳을 통과해 오르면 시시코다케(獅子戶岳·1,428m) 정상이다. 자그마한 잡목으로 둘러싸인 정상에 오르니 건너편 신모에다케(新煙岳·1,421m) 오르는 길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북사면이지만 기후가 좋아서인지 꽃들이 만개한 것이다.

앙증맞은 꽃 피우는 기리시마 고산 철쭉



▲ 일본 건국신화가 전해오는 다키치호미네.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선 뒤 신모에다케로 오르는 오르막길을 따르다 보니 주변이 온통 키 큰 철쭉 밭이다.  미야마 기리시마와는  종류가  다른 듯하다.  성급한 놈들은  이미 꽃잎을 활짝 피워  산 전체가  붉은 장막을 친 것 같다.  꽃 터널을 이룬 산길에서  15분가량 발품을 팔고 나니 신모에다케 화구륜에 닿는다.

신모에다케는 활력이 넘치는 산이다.
공식적으로는  사화산이지만  화구 속에는  아직도 진한 유황 냄새를 풍기는  노란 연기가 쉴 새 없이 솟고 있다. 지름이 1km가 넘는 큰 분화구로 깊이가 800m는 족히 되는 엄청난 규모였다. 바닥에는 살아 있는 듯한 진한 옥빛 호수가 바람에 흔들리며 꿈틀대고 있다.
유황 냄새에 숨 막히고 큰 덩치에 압도되는 봉우리다.

화구 경계를 따라 남쪽 니카다케(中岳·1,345m)를 향해 걷는다.
사람들이 화구 경계를 따라 걷는 모습이 한 편의 그림 같다. 잠시 후 신모에다케 정상 팻말이 있는 곳에 이른다. 남쪽으로 보이는 니카다케는 둥그스름한 언덕 같다. 헌데 그곳까지 가는 2km 구간이 온통 억새밭이다.



▲ 신모에다케 동쪽 사면의 억새밭. 이 억새군락은 니카다케까지 이어진다.

신모에다케 동쪽 사면부터 시작된 억새밭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니카다케까지 이어지고 있다.  줄기만 남아 있는 억새밭이 이렇게 장관인데, 가을에 펼쳐질 새우난초의 붉은 억새를 상상하니 가슴이 설렌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일본 트레킹 업체 관계자는 기리시마 산군의 가을이 자신이 다녀본 일본 산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할 정도다.



▲ 신모에다케 정상에서 니카다케로 이어지는 능선길. 넓은 사면 전체가 억새밭이다.

니카다케 가는 길은 온통 나무계단이다.
지반이 약한 화산지대라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자연보존에는 공감하지만 시큰거리는 무릎에는 최대의 적이다.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겨 니카다케에 오른다. 이곳에도 얕은 호수 같은 분화구가 있는데, 주변이 온통 붉은 빛 미야마 기리시마 군락이다.

니카다케 정상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다카치호미네의 멋진 모습을 담은 뒤 곧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풍광이 워낙 뛰어나 구경하는 탓에 생각보다 산행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출발지점까지 니카다케까지 5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이와자키 호텔에서 준비해 준 안내도에 나온 예상시간을 30분 이상 넘겼다.

하산지점인 다카치호가와라(高千?河原)는 일본의 성지인 다카치호미네로 오르는 들목이다.  니카다케에서 그곳까지는 다시 1시간이 넘는 긴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초반의 가파른 구간이 끝날 즈음 멀리 주차장에 버스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서둘러 산길을 내려가는 사이 해가 지며 분화구 사이로 낙조가 물들었다. 늦은 하산 덕분에 목격한 멋진 광경이었다.

[산행길잡이] 분화구 따라 걷는 이색적인 11km 코스


기리시마 주봉인 가라쿠니다케를 오르려면 에비노 고원을 출발점을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가 가장 짧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 정상에 오른 뒤에는 시시코다케를 거쳐 신모에다케~니카다케~다카치호가와라 코스를 밟는 것이 정석이다.
이 코스로 산행을 할 때 총 11km로 보통 5시간 가량 소요된다.

다카치호가와라에서 다카치호미네까지 산행을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산을 넘게 되면 기리시마히가시진자(霧島東神社)까지 총 18km를 걸어야 한다.
돌아오는 교통편을 생각하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산행 중에는 식수를 보충할 곳이 없으므로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겨야 한다.

규슈의 가고시마 공항에서 기리시마 온천단지를 운행하는 버스가 다닌다(1시간 소요).
온천단지에서 에비노 고원까지도 셔틀버스가 운행한다(20분 소요). 숙박은 온천욕장 시설을 잘 갖춘 이와자키 호텔을 권한다. 일본 스타일의 명품호텔로, 이곳 특유의 온천문화를 접할 수 있다.

기리시마  트레킹은  한진관광(02-726-5784, 744-3753)이나  혜초여행사(02-733-3900), 푸른여행사(02-775-8100) 등 트레킹 전문업체에서 취급한다. 마키노조 온천의 이와사키 호텔에 대한 정보는 서울사무소(02-598-2952)에서 얻을 수 있다.

[미야마 기리시마] 일본 남부 고산지대 특유의 철쭉꽃

◀ 일본 남부 고산지대에 널리 분포하는 미야마 기리시마.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키 작은 철쭉. 기리시마 산군 등 일본 열도 남쪽의 고산지대가 주요 자생지다.

앙증맞은 별 모양의 붉은 꽃이 피는데, 대단히 아름답다.
분재를 하거나 정원 한쪽에 모셔두면 딱 좋을 형태의 나무다. 작고 아기자기한 이 꽃의 특징이 지극히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기리시마에서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이 절정기로 니카다케(中岳) 정상부에 대규모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탐방 시기를  잘 맞추면  독특한 일본 고산 식물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와자키 호텔 온천] 일본 내에서도 명품으로 꼽는 자연 온천장

◀ 기리시마 이와자키 호텔의 마키노조(林田) 온천 노천탕.
기리시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품 온천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강한 유황냄새가 진동하며 코를 자극한다.

기리시마 이와자키 호텔의 마키노조(林田) 온천은 히로히토 천황이  규슈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온천으로 명성이 높다. 그만큼 온천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호텔 객실동 건너편의 대형 온천장의 시설과 규모는 일본 내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의 자랑거리는  계곡에서 용출하는  온천수를  그대로 이용하는 자연온천탕을 최고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