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예술/애송詩 모음

승무(僧舞) - 조지훈

淸山에 2010. 11. 23. 09:43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내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