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배움/신바람英語

한국식 영어에 대하여 - 외래어를 중심으로

淸山에 2010. 11. 9. 03:53
 

 

 
 
 

1. 한국식 영어는 하지 말자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시절에 행하였던 것인데, 대통령이 임명한 꼭두각시 국회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앉아 자신을 임명해 준 대통령을 간접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다시 뽑아주는 기상천외한 제도를 말한다. 이것을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명명했는데 한마디로 엉터리 민주주의라고 하겠다. 혹자는 "미국식" 민주주의도 있고 "영국식" 민주주의도 있는데 왜 "한국식" 민주주의만 엉터리냐고 항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식이나 영국식은 모두 민주주의 정신을 근본에 두는 제도인 반면 한국식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란 적어도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미국식이나 영국식은 방법상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이러한 기본적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70년대 한국식은 국민의 참정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Komocracy (Korean Democracy)는 American Democracy나 British Democracy와는 달리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그럼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식 영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던져보자. Konglish (Korean English)는 미국식 영어 (American English)나 영국식 영어 (British English)와는 달리 한마디로 "영어가 아니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부연하면, 미국식이나 영국식은 다소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영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로간에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식은 근본적으로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식이나 영국식 또는 어떤 식의 영어와도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여기서 영어를 간략히 정의해 보면 "영어란 어느 특정한 집단의 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언어학자가 체계적으로 기술해 놓은 것을 영어의 "문법" 즉 영문법이라고 한다. 영문법 속에는 영어의 발음, 어휘, 구문, 의미, 화용 규칙이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법이 한국식 영어에는 있을 수 없으므로 한국식 영어는 영어가 아님은 물론이고 하나의 진정한 "언어"가 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가령 누군가 {영희가, 책을 읽지, 아니, 했다}라는 한국어 어휘를 영어 어순에 입각하여 "영희가 했다 아니 읽지 책을"이라고 내뱉었다면 이것이 미국식 한국어인가 한국식 영어인가?[주1] 이것은 한 마디로 말장난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 "I do not know about King Sejong"이라고 해야 할 것을 한국어 어순에 입각하여 "I Sejong King about know not do"라고 했을 때 이것을 (영어 어휘를 사용했다고 하여) 영어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모국어화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혹자는 한국사람이 미국사람처럼 영어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사람은 "한국사람답게" 된장식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한국사람이 빠다먹고 혀꼬부라진 발음을 해대는 것이 뭐가 좋으냐는 것이다. 오히려 역겹게 들린다는 사람도 있다. 또 한국사람이 너무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 얄미워 보이고 채신머리없어 보이는 반면 좀 어눌하고 투박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스타일이 한국사람 입장에서 보면 더 호감이 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왜 우리 한국인이 해야 하는가, 한국인은 우리처지에 맞게 "한국식"으로 해야지 하는 논리와 같다고 본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쓰는 이유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려면 그들의 문법에 충실히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주2] 가령 어떤 분이 영어를 일부러 한국식으로 발음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고 그런 분들은 구태여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2.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자
미국에서 오랜 기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온 A씨는 고민이 있다. 커피나 피자를 주문할 때 한국식으로 '커피' 또는 '피자' 등으로 "촌스럽게" 발음해야 할 지 아니면 영어식으로 coffee 또는 pizza로 "제대로" 해야 할 지. 또 다른 B씨는 '핸드폰'이라는 말에 상당히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 이유는 cell(ular) phone 또는 mobile phone이라고 해야 바른 영어표현이지 hand phone은 적절한 영어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B씨의 가동 가능한 어휘목록 속에는 '이동전화', '휴대전화' 또는 심지어 '휴대폰'이나 '손전화'(핸드폰의 한국식 표현?)는 있어도 '핸드폰'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C씨는 테니스를 칠 때 라인 위 즉 선상에 공이 떨어지면 한국사람들은 흔히 '세이프'하거나 '온 라인'하는데 이것은 모두 정확한 영어표현 '온 더 라인(on the line)'으로 바로 잡을 것을 주장한다. 독자들 중에도 혹시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은 없는지.

 

최근까지 계속 되고 있는 논쟁 중의 하나가 "한글전용"이냐 "한자혼용"이냐 하는 문제다. 수년전 이 문제가 다시 붉어져 나왔을 때 필자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당시에 내 예상외로 70%이상의 학생들이 한글전용에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글전용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말에 침투해 있는 한자어를 모두 우리 토박이말로 대치하는 것은 큰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事物'은 '몬'으로, '飛行機'는 '날틀'로 등등). 많은 학생들은 놀랍게도 한글전용이 "한자"를 혼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서 "한자어"를 섞어 쓰지 말자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글전용의 취지를 다시 상세히 설명해 주고 다시 물었더니 90% 이상의 학생들이 한자혼용을 반대하였다. '한국어', '음성학' 등은 모두 한자어지만 엄연히 우리말 어휘목록에 들어있는 한국말이다. 이들을 토종 우리말인 '배달말', '말소리갈' 등으로 고쳐 쓰는 것은 우리의 어휘목록에 어휘항목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새로운 뜻이 없다고 하겠다. 더 나아가 엄격한 의미에서 동의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현재 통용되고 있는 유사 한자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우리의 표현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령, "내 뜻을 따르라"는 가능해도 "내 의미를 따르라"는 불가능하다. 또한 "의미 있는 말"과 "뜻 있는 말"은 확실히 어감이 다르다.

 

이제 다시 앞에서 언급한 A-B-C씨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외래어"와 "외국어"의 차이를 혼동하고 있는데서 오는 것 같다. 외래어란 그 外來 역사가 짧든 길든 상관없이 우리말化 된 것이다. 따라서 외래어는 그 해당 原語(source word)가 발음되고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게 우리가 발음하는 식으로 발음하고 사용하면 된다. 따라서 '커피'나 '피자'는 coffee나 pizza처럼 발음할 필요가 없고, '핸드폰'은 우리말이기 때문에 굳이 영어에서 hand phone이 쓰이느냐 안 쓰이느냐에 민감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테니스에서 '세이프', '온 라인'은 우리말 용어이고 on the line은 영어용어이지 그 이상의 논란거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라디오'를 영어의 radio처럼 발음할 필요가 없는가는 이제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한마디로 라디오는 우리말이고 radio는 영어이기 때문에 각기 해당 언어권(여기서는 한국어와 영어)의 발음방식을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버스'를 [버스]와 [뻐스] 중 어느 쪽으로 발음할 것인가의 문제는 더 이상 영어의 bus와 관련이 없는 것이며 '조건'을 [조건]/[조껀] 중 어느 쪽으로, '헌법'을 [헌법]/[헌?j] 중 어느 쪽으로 발음할 것인가와 동일한 문제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말에서 '볼'의 경우 발음되는 것에 따라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가령 "저 투수는 볼이 많다"에서 '볼'을 [볼]로 발음하면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 반면, '볼'을 [뽈]로 발음하게 되면 "공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발음상으로만 보면 [볼]과 [뽈]은 '불'/'뿔'처럼 한국어에서는 서로 상이한 어휘항목에 해당될 것이다. 비슷한 예로 똑같은 어원 cut에서 왔더라도 '카트'와 '컷'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가령, '카트'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는 행위나 탁구 등의 운동 경기에서 공을 깎아 치는 기술을 지칭할 수 있는 반면, '컷'은 삽화나 영화의장면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숏카트'는 '머리를 짧게 자름'을 의미할 수 있는 반면 '숏컷'은 영어의 shortcut(지름길)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비록 語源(etymology)이 같더라도 原語, 즉 직접 수입한 source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카트'는 영어에서 직접 수입된 외래어가 아니라 일본어 カット를 수입한 것인 반면, '컷'은 영어의 cut을 우리말로 직접 바꿔 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서비스'라는 단어의 경우, 적어도 두 가지의 의미가 공존하고 있다. 첫째는 "이것은 서비스예요"처럼 '공짜로 또는 덤으로 주는 것'의 의미와, 둘째는 '서비스 정신'에 쓰인 '봉사'의 의미다. 전자의 '서비스'는 일본어 サ-ビス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영어의 service에 없는 의미가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볼]과 [뽈]의 발음 차이는 모두 영어의 ball을 우리말화 하였다 할지라도 수입 시기가 다른데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다. 가령 경기시작을 알리는 '플레이 볼'은 [뽈]이라고 하지 않고 [볼]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비교적 최근에 수입된 '볼'일수록 발음이 [뽈]이 아니라 [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외래어와 관련된 보다 상세한 논의는 배양서. 1980. 「言語學 新講」 한신문화사】를 참고할 것.)

 

 

3. 왜래어가 문제다
앞 절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우리말의 외래어 중에는 영어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수입된 경로를 보면 日語를 통하여 수입된 것이 그 중 제일 많다. 이러한 우리말 외래어들은 일어 속의 외래어를 다시 한국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비록 어원(etymology)은 영어나 서구어에서 왔다고 할지라도 한국어화된 영어가 아닌 "한국어화된 일본어"(Koreanized Japanese; Kopanese)라고 할 수 있다. Kopanese는 우리의 "외래어" 범주 안에 속함으로 엄밀히 말하면 외국어 즉,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이고 더더욱이 영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따라서 우리말 외래어와 영어의 대응 표현을 찾으려는 사람은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Kopanese; "왜래어" 라고 불러 봄직하다)가 진짜 영어식 표현이 될 수 없는 사실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에서 예시한 '서비스', '카트' 등의 예 외에도 이제 그 예를 여기서 좀 더 나열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보통 줄여서 쓰는 영어식 표현의 상당수가 일본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에서도 어휘를 축약해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것을 영어로 clipping 또는 abbreviation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면:

photo(graph), pop(pular) music, exam(ination), lab(oratory), prof(essor), (tele)phone, tel(ephone), gym(nasium), ad(vertizement), bike(←bicycle), math(ematics), gas(oline), auto(mobile), demo(nstration), doc(tor), dorm(itory) 등등.


심지어 piano(forte), (omni)bus, (cara)van, (motor)car, taxi(cab), stereo(phonic) 등도 본래 줄여진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외래어 중에 영어에서는 현재 줄여 쓰고 있지 않은 것이 꽤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괄호 속은 해당 영어임):

에어컨(air-conditioner), 리모콘(remote controller), 아파트(apartment), 앰프(amplifier), 노트(notebook), 네고(negotiation), 도란스(transformer), 드라이버(screwdriver), 드라이어(hair drier), 렌트카(rental car, rent-a-car), 마이신(streptomycin; antibiotics), 마이크(microphone), 매스컴(mass communication; (mass) media), 매직((magic) marker), 멘스(menstruation; period), 미스(mistake), 미싱(sewing machine), 미션(transmission), 볼펜(ball point pen), 비디오(videoplayer), 빼빠(sand paper), 삔(hair pin), 슈퍼(supermarket), 스위스(Switzerland), 애드벌룬(advertizing ballon), 애프터서비스(after-sales service; warranty), 에로(erotic), 엑셀(accelerator), 오바(overcoat), 오토(automatic), 인텔리(intelligentsia), 인플레(inflation), 츄리닝(training wear; gym suit), 카레라이스(curry and rice), 카세트(cassette tape recorder), 카운터(check-out counter), 콤비(combination; combo),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 클래식(classical music), 테레비(television), 텍스트(textbook), 파마(permanent wave; perm), 파쇼(Fascism), 파인주스(pineapple juice), 아마(amateur; cf. pro(fessional), pro-am(←professional-amateur)), 프로(proportion), 하이힐(high-heeled shoes), 호모(homosexual; gay), 다이아(diamond), 매너(manners), 밀크커피(coffee and milk; coffee with cream), 백뮤직(background music; Muzak), 선글라스(sunglasses), 스모크 햄(smoked ham), 스킨(skin cream; tonic), 스탠레스(stainless steel), 씨엠(commercial (music)), 씨에프(commercial (film)), 코디(coordinator), 프론트(front desk), 플라이 아웃(flied out), 후래시(flashlight; lantern), 화이트(whiteout) 등등.

이들 중 상당수는 일본식 외래어 즉 일본어에서 우리말로 차용되어 우리말 발음법칙으로 표기되어 쓰여온 Kopanese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일본어에서 빌어 온 외래어는 수없이 많은데, 아래에 열거한 것 중의 상당수가 그렇게 의심되는 것들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도 포함시켰으므로 독자들은 추후 일어 모국어 화자에게 직접 문의하여 확인해 주기 바란다): (괄호 안은 대응되는 올바른 영어표현이다)

컨닝(カンニング; cheating), 아르바이트 (part-time job), 서클(club), 사인펜(felt-tip pen), 샤프펜슬(mechanical pencil), 호치키스(stapler; Hotchkiss는 이것을 발명한 사람의 이름), 런닝홈런(inside-the-park homer), 롤케이크(log cake), 바톤터치(baton pass/handoff), 포볼(base on balls; walk), 데드볼(hit by pitched ball), 백네트(backstop), 언더스로(submarine throw), 풀베이스(loaded bases), 홈인(scored; reached home), 백홈(throw to the plate), 사인(autograph), 골인(goal), 노골(no score), 포드(forward), 골게터(striker), 오버헤드킥(bicycle kick), 핸들링(hands), 백넘버(uniform number), 게임셋(game over), 스카이서브(spike serve), 슬로우 비디오(slow motion; reply), 탤런트(TV star), 부루스(slow dance), 그룹사운드(band), 레코드(판)(album), 트럼프(card game), 클로버(club ☜ 카드놀이에서), 골든아워(prime time), 피켓(sign board), 샐러리맨(employee), 캄푸라치(camouflage), 핸드캐리(carry-on baggage), 바바리(trench coat), 잠바(jacket), 와이셔츠(dress shirt), 원피스(dress), 투피스(suit), 아이쇼핑(window shopping), 팬티스타킹(panty hose), 가스렌지(stove), 스탠드(table lamp), 콘센트(outlet), 셔터(release button), 에그후라이(fried egg), 하이라이스(hash rice), 오므라이스(rice omelet), 카스테라(sponge/pound cake), 슈크림((cream) puff; eclair), 아이스께끼(popsicle), 사이다(7-UP, Sprite, soda pop), 프림(cream, creamer), 커피타임(coffee break), 오바이트(throw up), 더치페이(Dutch treat; Go Dutch), 오픈카(convertible), 스티커(ticket), 카센터(car repair shop), 핸들(steering wheel), 네임카드(business card), 본네트((美)hood; (英)bonnet), 윈도부러시(wiper), 백미러(rear view mirror), 크락숀(horn; Kraxon은 본래 상표이름), 밤바(bumper), 마후라(muffler), 사이드미러(outside mirror), 사이드브레이크(hand/parking brake), 빵구(flat tire, puncture), 오토바이(motorcycle), ㅃ찌(pliers, pinchers), 메스(knife, scalpel), 핀셋(tweezers, pincers, forceps), 가제(gauze), 기브스((plaster) cast), 비닐하우스(greenhouse), 비닐백(plastic bag), 골덴(corduroy), 껌(chewing gum), 나이터(night game), 리어카(cart), 자크(zipper), 올백(straight-back hair style), 콘사이스(dictionary), 올드미스(old maid), 프로(program), 하히칼라(stylishness, chic, dandy), 히스테리(hysteria), 타임(time out), 개런티(fee, pay), 다시(A')(A-prime), 드라마(soap opera), 리시버(headphone, earphone), 리포트(paper, homework assignment), 미이라(mummy), 앙케이트(questionnaire), 인터체인지(intersection), 핀트(point, focus), 하이틴(late teens), 미스프린트(typo), 북카바(book jacket), 베니어(판)(plywood), 니스(칠)(varnish), 비치파라솔(beach umbrella), 스티로폴(styrofoam), 스킨쉽(physical contact), 썸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아스팔트(pavement), 아이스박스(cooler), 트렁크(suitcase), 파이팅(ファイティン; Go) 등등.

 

지금까지 열거한 Kopanese(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는 대응되는 영어표현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반면 다음에서 열거할 Kopanese들은 대응되는 영어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으나 발음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를 요망하는 것들이다. 가령 우리가 영어의 어휘 Cornell, corner, terminal 등을 우리말로 바로 차용해서 쓰려고 한다고 하자. 첫 번째 작업은 아마도 이들 영어 단어들을 최대한 원어의 발음과 근접하게 한글로 옮겨 적는 것이다. 아마도 '코넬', '코너', '터미널' 등으로 전환하면 영어 原音과 비교적 근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영어 hormone, porno 등은 어떻게 한글로 전환될 수 있을까? 영어 원음에 가급적 가깝게 하려면 '호모운', '포노우' 정도로 하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해당 외래어는 '호르몬', '포르노' 이다. 그 이유는 외래어가 영어에서 직접 수입한 것이 아니고 일본어나 다른 경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입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호르몬'이나 '포르노'와 같은 영어발음과는 거리가 먼 외래어를 영어의 hormone이나 porno 보다 먼저 접하기 때문에 이들 어휘를 잘 못 발음하게 될 공산은 상대적으로 Cornell, corner, terminal과 비교하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어에서 직접 수입되지 않고 다른 언어(보통 일어)를 통하여 우리말에 유입된 영어는 실제 영어발음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가령, 다음과 예를 살펴보면:

맘모스/매머드(mammoth), 히로뽕/필로폰(philopon), 라지오/라디오(radio), 보이라/보일러(boiler), 비니루/비닐(vinyl), 도마도/토마토(tomato), 사라다/샐러드(salad), 쓰레빠/슬리퍼(slipper)

 

이들 예는 이렇게 적어도 두 가지 이상으로 발음되고 있는데, 전자의 발음은 일본식에 가깝고 후자는 영어식에 가까운 것이다. 즉 수입 대상을 어느 언어에 맞추었는가에서 비롯된 차이인 것이다. 이제 다음의 외래어를 발음의 유형별로 살펴보자 (자세한 논의는 【한학성. 1997. 「한국인을 위한 영어발음 6원칙」도서출판 글맥】 참조):

비아그라(Viagra), 비타민(vitamin), 오리온(Orion), 프로필(profile), 실로폰(xylophone); 본네트(bonnet), 마돈나(Madonna), 콤마(comma), 감마(gamma), 썸머(summer); 센치(메타)(centimeter), 니코친(nicotine), 센치(멘탈)(sentimental); 코코아(cocoa), 오보에(oboe), 알로에(Aloe); 마가린(margarine), 알레르기(allergy), 할로겐(halogen), 헤게모니(hegemony) 이데올로기(ideology); 샤시(sash); 베란다(veranda); 부자(buzzer); 피날레(finale) 등등.

이렇게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들은 우리로 하여금 영어의 본래 발음과 유사할 것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는 심각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Kopanese(외래어)를 완전히 정복하지 않고는 한국인의 영어발음의 오류는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주3]

 

지금까지 우리는 "외래어"가 우리의 잘못된 영어발음, 잘못된 영어어휘 구사 그리고 잘못된 영어축약형 사용에 지대한 공헌을 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우리말의 모든 외래어(왜래어 포함)는 외국어가 아니고 우리말이므로 그대로 영어로 옮기려 하면 1절에서 기술한 Konglish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게 명심해야 할 것이다. Konglish가 설 땅은 Komocracy와 마찬가지로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I Sejong King about know not do"가 말도 안 되듯이, Kopanese와 함께 하는 영어도 영어가 아닌 Konglish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던 도중 라디오에서 Bee Gee's의 오래 전의 히트곡 "How Deep Is Your Love"가 누군가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서 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DJ의 유창한 영어발음이 내 귀에 거슬렸다. DJ 왈:


지금 들으신 곡은 "하우 디비스 유어 러브"였습니다.

"디비스"가 아니라 최소한 "딥#이스"라고 발음해야 할 것을! 'Deep Is'는 외래어가 아니고 "외국어"이기 때문에 영어에 가급적 가깝게 발음해야 하는데도 이 DJ는 영어를 읽을 때 자기도 모르게 한국식 발음규칙(연음규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

 

<주(註)>
1 "영희가 했다 아니 읽지 책을"이라는 문장은 한국어 문장 "영희가 영어를 읽지 아니 했다"를 영어 문장 "Younghee did not read English"에 한국어 어휘를 대입시켜 만들어 본 것이다.

2 여기서 문법이란 한 언어의 발음, 어휘, 구문, 의미, 화용 규칙을 모두 포함하는 廣義의 문법을 말한다.

3 이 글을 준비하면서 지난 6-7년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외래어 자료를 정리하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서점에 들렀더니 "한국식 엉터리 영어"를 잘 정리해 놓은 책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박종호. 1998. 「엉터리 영어 바른 영어」조선일보사】
총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필자가 조사한 자료 보다 방대하고 유용한 실용적인 예문과 함께 설명도 상세하게 잘 되어있는 것 같아서 독자들에도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을 준비하는데 뒤늦게나마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글 출처 : http://tong.nate.com/boxitem/post.do?action=read&_tongID=4798&_boxID=72389&_boxItemID=20053134&from=list&_sort=0&@idx=1&@base=0&@rid=&@sw=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