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는 안마루에서, 내일 가지고 갈 새 금침을 아범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 위에 섰으려니까,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 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꼴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 따위뿐이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하다가, 아범이 꾸리는 이불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 듯이
“얘, 얘, 그게 뭐냐? 그게 무슨 이불이냐?”
하며 가서 만져 보다가,
“당치 않은 삼동주 이불이 다 뭐냐? 주속이란 내 낫세나 되어야 몸에 걸치는 거야. 가외 저런 것을, 공부하는 애가 외국으로 끌고 나가서 더럽혀 버릴 테란 말이냐? 사람이 지각머리가…”
하며, 부엌 속에 죽치고 섰는 손주며느리를 쏘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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