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사회/좋은글 窓가

여 보 게 친구 - 서산 대사

淸山에 2009. 12. 4. 16:32





      여보게 친구 /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역사.정치.사회 > 좋은글 窓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옥수수로 갈바람에 칠십년을 보냈네  (0) 2010.01.05
梅花 이야기   (0) 2009.12.04
돌아 오지 않는 세월  (0) 2009.10.07
내 마음의 기도  (0) 2009.09.16
행복을 나누는 시간표  (0)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