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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포위망은 계곡을 따라 23㎞에 이르렀다.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에 병사 절반이 동상에 걸렸다. 스미스 사단장은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반드시 돌파하
라"고 독려했다. 선두에 섰던 장교는 훗날 이 길을 '지옥불 계곡(Hell fire valley)'이라고 했다.
미 해병은 사망 2500명, 부상 5000명에 이르는 사상자 대부분을 수습해 함께 퇴각했다.
역사상 미군이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됐다.
[ 한강철교를 건너는 북한군과 T-34/85 전차 ]▶1983년 이 전투에서 싸웠던 미군들이 '초신 퓨(Chosin Few)'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일본
지도밖에 없었던 당시 장진의 일본식 지명 '초신'에, 살아남은 사람이 적다는 뜻의 '퓨(few)'
를 붙였다.
소총수로 참전했던 마틴 러스는 '포위망 탈출(Breakout)', 장교였던 조지프 오언은 '지옥보다
더한 추위(Colder than Hell)'라는 책을 펴냈다. 미 해군 순양함 중엔 '초신함(USS Chosin)'
도 있다.
중앙청을 지나 전차길을 따라 남대문쪽으로 향하는 북한군의 T-34/85 전차
▶미 해병 대위 출신 영화감독 브라이언 이글레시아스가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초신 퓨' 회원들을 인터뷰해 전멸 위기를 벗어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한다.
영화 제목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기록하고 기념
하고 있다. 오바마대통령은 6·25 휴전일인 지난 7월 27일을 참전용사를 기리는 국가기념일로
공포했다. '잊혀진 전쟁'이라는 이름은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