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업신여기지 마라
1964년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서독을 국빈으로 방문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목 메인 음성으로 객지에서 고생하는 그들을 격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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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70년대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을 다투어 독일에 광부로 자원해 갔습니다. 이들은 1,000미터가 넘는 지하의 갱도에서 석탄을 캐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한 달에 650 마르크 정도의 노임을 받으면 그 중에서 100 마르크만 쓰고 550 마르크는 고향에 사는 부모에게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고 들었습니다. 간호사들도 독일로 갔습니다. 젊은, 아릿따운 대한의 딸들이 서독의 병원들에 배치되었으나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정식으로 간호사 일은 하지 못하고 시체를 닦거나 청소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서독을 국빈으로 방문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목 메인 음성으로 객지에서 고생하는 그들을 격려하였습니다. 육영수 여사는 손수건으로 줄곧 눈물만 닦았습니다. 박 대통령도 차에 오르자마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고 전해집니다.
꼭 50년 뒤에 그 두 분의 따님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 독일을 찾아가 메르켈 수상과 정상회담을 하였습니다. 오늘의 한국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를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150만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땅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오늘 그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이 10위권에는 드는 대단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편안한 삶에 겨워서 엉뚱한 수작을 하고 한심한 작태를 벌이는 얼간망둥이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그런 것들이 학교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고 공장에도 있습니다. 심지어 국회에도 법원에도 정부에도 있습니다. 강남의 살롱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떠드는 놈들 중에도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그런 미친놈들은 교회에도 있고 성당에도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제 정신 아닌 자들을 올림픽 경기장에 다 모아 놓고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 놈들아, 정신 차려라! 서독에 가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 광부로 또는 간호사로 돈을 벌어 이 나라 경제의 밑거름을 마련한 이 나라의 젊은 남녀들, 오늘은 다 70대 노인이 되었을 그들의 희생을 외면하지 마라! 대한민국을 업신여기지 마라!”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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