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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촌 강봉석 명인, 가마솥에 달인 구수한 옛날 쌀조청

淸山에 2013. 12. 30. 13:09

 

 

 

 

 

 

 

두레촌 강봉석 명인, 가마솥에 달인 구수한 옛날 쌀조청

입력 : 2013.12.30 09:00

 

 

 


장작불을 피워 가마솥에 고던 그 옛날 조청의 맛과 맥을 이어가고 있는 강봉석 명인이 만든 조청은 다르다. 설탕 한 숟가락 안 들어간 구수한 조청을 먹어봤다면 세상에 그 어떤 단맛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극 없고 순수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두레촌 강봉석 명인과 김민지 셰프.

두레촌 강봉석 명인과 김민지 셰프. 

 


끼니로 혹은 약으로 먹던 조청

조청의 역사는 엿과 함께 시작되었다. 곡식으로 고두밥을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약한 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끓이고 나서 자루에 넣어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드는 것이 조청이다. 조청을 더 오랜 시간 고면 엿이 되는데 엿의 색깔은 고온에서 당류 또는 당류의 수용액을 가열할 때 일어나는 캐러멜화 반응에 의해 갈색이 된다. 엿은 옛날 공문서를 들고 역과 역 사이를 하루 80리에서 1백 리씩 달려야 했던 역졸들의 봇짐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비상식량이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의 봇짐에도 엿은 빠지지 않았다. 옛날 사람들은 밥 대신 엿을 들고 다닐 정도로 엿에는 에너지와 영양분이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엿을 이당이라 하고 허한 것을 보호하고 갈증을 멈추며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몰린 피를 헤치며 충초를 보호한다고 하였다. 또 엿은 기력을 돕고 담을 삭이며 기침을 멈추게 하고 비장을 든든하게 한다.

때로는 주식처럼, 때로는 달달한 간식으로, 때로는 약처럼 먹었던 엿과 조청이 그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설탕’이 등장하면서다. 조청 대신 설탕을 넣어 요리하고 엿이나 한과 대신 초콜릿이나 과자를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엿과 조청은 추억의 음식으로 잊혀갔다. 이렇게 잊혀가는 엿과 조청의 맥을 이어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두레촌 대표인 강봉석 명인이다. 그는 사양산업이라 생각했던 엿과 조청을 40여 년간 만들며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명인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강봉석 명인을 뒷바라지하며 함께 조청과 엿을 만들어온 강봉석 명인의 아내.

명인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강봉석 명인을 뒷바라지하며 함께 조청과 엿을 만들어온 강봉석 명인의 아내.

 

34살, 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강봉석 명인은 그 옛날 엿의 인기를 부흥시키고자 정식 허가를 내고 ‘제일엿공장’을 세우고 엿과 조청 만들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아내는 광주리에 엿을 가득 담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팔았고 아이들도 고사리손으로 새벽 2~3시까지 부모를 도와 엿을 만들었다. 참 어렵던 시절이었지만 기본 재료인 엿기름 만들기부터 마지막 과정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판매했기에 그의 엿과 조청은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2008년에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식품 명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에 그의 이름을 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혀를 감동시키는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단맛

두레촌에서 생산하는 엿과 조청은 품질이 우수한 국산 쌀과 옥수수, 엿기름으로 만든다. 물론 설탕이나 방부제는 들어가지 않는다. 두레촌 조청을 맛본 사람이라면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하고 구수한 단맛에 놀란다. 엿을 맛보아도 마찬가지다.

 


	도라지, 사과 등 다양한 종류의 조청을 만들지만 강봉석 명인이 가장 애착을 두는 것은 호박조청이라고 한다. 조청을 만드는 호박은 한국 재래종으로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도라지, 사과 등 다양한 종류의 조청을 만들지만 강봉석 명인이 가장 애착을 두는 것은 호박조청이라고 한다. 조청을 만드는 호박은 한국 재래종으로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도라지, 사과 등 다양한 종류의 조청을 만들지만 강봉석 명인이 가장 애착을 두는 것은 호박조청이라고 한다. 조청을 만드는 호박은 한국 재래종으로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1 생엿을 하얀 막대엿으로 만들고 있는 강봉석 명인. 2 두레촌에서는 국산 보리를 구입해서 직접 싹을 기른 다음 말려서 엿기름을 만든다.
1 생엿을 하얀 막대엿으로 만들고 있는 강봉석 명인. 2 두레촌에서는 국산 보리를 구입해서 직접 싹을 기른 다음 말려서 엿기름을 만든다.


강봉석 명인은 재료도 재료지만 전통 방식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청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엿기름이다. 엿기름은 ‘기르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기름’이라는 명사가 된 것이다. 말린 보리 싹은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엿을 만들기 위해 기른 보리 싹’이라는 의미에서 ‘엿기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이 들어 있는 수조에 곡물을 담그면 곡물이 물을 빨아들이면서 씨알의 배(胚)가 활성화된다. 축축해진 곡물에서 씨알 속의 녹말을 엿당으로 전환시키는 녹말 당화 효소 같은 다양한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싹이 나온다. 예전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곡물을 펼친 뒤 삽으로 뒤집었는데 지금은 회전통이나 교반기가 달린 수조에서 휘저으며 싹을 틔운다. 싹이 튼 곡물, 즉 생맥아는 가마에서 말려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데 구멍이 뚫린 가마 바닥을 통해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로 말린다. 생맥아는 가마에서 나오는 열의 강도와 시간에 따라 맛과 색이 달라진다. 이렇게 만든 엿기름의 경우 맥주나 엿, 식혜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다른 건 몰라도 엿기름은 제가 직접 만들고 있어요. 조청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니까요. 껍질을 벗기지 않은 보리를 물에 담가두면 싹이 돋고 잔뿌리가 나와요. 싹과 뿌리가 약 3㎝ 이내로 자랐을 때 건져내 말립니다. 보리 싹 속에서 싹을 돋게 하려면 보리 씨앗 속의 탄수화물을 맥아당으로 바꾸어주는 효소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오랜 시간 그대로 둡니다. 이때는 발효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효소에 의해 녹말이 맥아당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충분히 물에서 띄운 다음 가마솥에 넣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오랜 시간 우려 삼베와 같은 보자기로 찌꺼기를 걸러내고 다시 가마솥에 넣고 오랫동안 졸입니다. 식어도 굳지 않을 정도로 졸이면 ‘조청’이 되고 조금 더 졸여 갈색의 점도가 높은 조청을 서서히 식히면 단단하게 굳는데 이것이 생엿입니다. 갈색이 도는 생엿을 망치로 깨면 깨진 면이 유리처럼 반짝이지요. 생엿으로 흰 가락엿을 만드는데 우선 생엿을 살짝 가열해서 물렁물렁해지면 이것을 힘으로 잡아당겨 길게 늘인 후 두 가닥으로 접고 다시 당겼다가 또 접는 일을 반복하면 16가닥, 32가닥 식으로 늘어나요. 서로 엉겨 붙으면서 그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 비교적 쉽게 부스러지는 하얀 막대기 엿이 되지요. 호박엿을 만들고 싶다면 생엿을 녹인 후 호박을 갈아 넣고 잡아당겼다 접는 일을 반복하면 되지요. 흰 가락엿의 표면에 깨를 바르면 깨엿이 되고 잘게 부순 땅콩을 바르면 땅콩엿이 됩니다. 흰 가락엿을 다시 가열하여 물렁물렁하게 한 후에 나무로 만든 턱이 얕은 상자에 부어서 굳힌 다음 필요한 만큼 끌과 망치로 떼어내어 먹는 것을 반티엿이라고 합니다.”

 


	1 물에 타 먹거나 요리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두레촌 조청. 2 먹기 좋은 크기로 끌과 망치로 잘라낸 반티엿.

 1 물에 타 먹거나 요리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두레촌 조청. 2 먹기 좋은 크기로 끌과 망치로 잘라낸 반티엿.


조청이란 엿이 되기 전 단계로 수분 함량이 30~35%일 때 제품화한 것이다. 쌀이나 호박, 수수 등에 엿기름을 넣어 만든다. 두레촌에서는 조청을 만들 때 국내산 재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사과와 같은 충주의 특산품을 사용한다.

“물엿, 올리고당, 쌀엿 등 브랜드마다 이름을 달리 사용하고 있지만 조청이 정확한 이름입니다. 조청은 요리에 부드러운 단맛과 윤기를 낼 때 주로 사용합니다. 쌀과 호박 등의 영양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조청은 영양이 풍부해 가공식품인 설탕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장의 독소와 노폐물 제거로 숙변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줘 변비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라지조청 등을 물에 타 마시면 좋습니다.”

 

 

 

 

 

 

 

 

두레촌 강봉석 명인, 가마솥에 달인 구수한 옛날 쌀조청
 


김민지 셰프가 제안하는
조청 레시피

조청은 각종 조림이나 고기를 재울 때 양념장에 넣어 조리하면 요리에 단맛과 윤기를 더해주고, 무침이나 볶음요리를 만들 때 나중에 넣어 살짝 볶으면 오래 두고 먹어도 풍미와 빛깔이 유지된다. 멸치, 콩, 닭, 생선 등을 이용한 조림요리, 장아찌나 나물 등을 무칠 때, 생선이나 고기를 이용한 구이요리, 고추장이나 맛탕, 한과를 만들 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떡을 먹을 때 꿀 대신 찍어 먹거나 미숫가루를 탈 때 설탕 대신 넣어도 맛있다.

 

 


	두레촌 강봉석 명인과 김민지 셰프.

두레촌 강봉석 명인과 김민지 셰프. 

 

“조청이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만들어지는 줄 몰랐어요.(웃음) 설탕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설탕 대신 조청을 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네요. 조청을 실제로 요리에 사용해보니 단맛이 강하지 않고 여운이 있어요. 특유의 향이 약간 있어 식재료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발효를 거쳐 만들어서 그런지 오히려 식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더라고요. 윤기도 더해줘 음식이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이고요. 궁중떡볶이를 할 때나 달콤한 소스가 들어가는 돼지고기강정의 일종인 꿀때기를 할 때도 조청을 넣으면 좋아요. 물엿처럼 지나치게 걸쭉하지도 않아 사용하기 편합니다. 단맛이 나는 드레싱에 또는 강정 등을 만들 때, 반찬처럼 먹는 약고추장에 조청을 활용해보세요. 맛이 한결 깊어지고 음식도 보기 좋아져요.”


 


	구운마된장소스샐러드

구운마된장소스샐러드 

기본재료 마 300g, 쪽파 약간
된장소스 조청 2큰술, 된장·식초 1큰술씩, 고춧가루·다진 마늘 1작은술씩

만드는 법

1 마는 껍질을 벗겨 1㎝ 두께로 동글게 썰어 기름기 없는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된장소스를 만든다.

3 쪽파를 송송 썰어 접시에 담고 그 위에 구운 마를 올린 뒤 기호에 맞게 소스를 뿌린다.



	키조개관자조청약고추장

키조개관자조청약고추장

 

기본재료 키조개관자 2개 분량, 고추장 2컵, 조청 8큰술, 간장·다진 마늘 1큰술씩, 참기름·통깨 약간씩

만드는 법

1 키조개관자는 얇고 잘게 썬다.

2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잘게 썬 키조개관자를 넣고 달달 볶는다.

3 ②에 고추장을 넣고 약불에서 저어가며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4 ③을 저장용기에 담고 통깨를 뿌린다.



	견과류레몬정과
 
견과류레몬정과

 

기본재료 호두·아몬드 200g씩, 해바라기씨·밤(껍질 제거한 것) 100g씩, 건포도 50g, 조청·설탕 2컵씩, 물 1컵, 레몬 껍질 1개 분량

만드는 법

1 호두와 껍질을 제거한 밤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2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는 기름기 없는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3 냄비에 조청과 설탕, 물을 1 : 1 : 0.5 비율로 넣은 뒤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젓지 않고 은근한 불에서 끓인다.

4 ③에 견과류를 넣고 약불에서 간이 배도록 5분 정도 조린 뒤 체에 밭쳐 조청 시럽을 어느 정도 빼준다.

5 150℃의 기름에 ④의 견과류를 넣고 살짝 튀겨 기름기를 제거한다.

6 레몬 껍질을 강판에 갈아 ⑤에 넣어 고루 섞는다.


강봉석 명인이 제안하는 쌀조청을 이용한 DIY형 간편고추장

강봉석 명인은 요즘 두레촌을 찾은 체험객들에게 쌀조청을 이용한 DIY형 간편고추장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고추장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젊은 주부들은 담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데 ‘간편고추장’은 조청을 비롯 몇 가지 재료만 갖추면 10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어 체험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추장의 주재료인 쌀가루나 보릿가루 대신 쌀조청을 활용해 전분을 익히고 당화 과정을 생략해 간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쌀조청을 이용한 DIY형 간편고추장  

 


	쌀조청을 이용한 DIY형 간편고추장


기본재료 (고추장 10㎏ 분량) 쌀조청 5㎏, 고운 고춧가루 2㎏, 메줏가루 250g, 소금 700g, 뜨거운 물 3.6ℓ, 소금물 약간, 보관용기 1개

만드는 법

1 큰 용기에 쌀조청과 팔팔 끓인 물을 붓고 조청이 녹을 때까지 잘 저어준다.

2 ①이 30~40℃ 정도로 식으면 메줏가루를 섞어 덜 풀어진 것이 없으면 고운 고춧가루를 붓고 다시 한 번 섞는다.

3 ②에 소금을 넣는다. 소금은 가정의 기호에 따라 가감하고 소금이 모두 녹을 때까지 저어준다.

4 ③의 고추장 농도가 되면 소금물을 약간 타준다.

5 끓는 물로 씻어 소독해 건조시킨 보관용기에 고추장을 담고 바로 먹거나 15일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강봉석 명인은…
34세에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조청과 엿을 만들어온 지 40여 년이 되었다. 1981년 두레촌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조청 만들기를 개량, 표준화했고 1997년에는 농림부 주관 ‘우리농림수산식품축제’ 포장디자인 부문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가공식품부에서 은상인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하였으며 2008년에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식품 명인 제32호로 지정되었다.

김민지 셰프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 ‘민스키친’의 오너 셰프. 음악을 전공했지만 음식 만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음악 대신 요리를 택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약간의 변화로 색다른 한식을 즐길 것을 사람들에게 권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TV와 잡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강부연 기자 | 사진 이보영 | 촬영 협조 두레촌(  043-853-0714 
www.doorech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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