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미국, 한국이 세계 전략에 도움이 되는 지 회의'라는 제목으로 월간조선 2013년 9월 호 에 게재 된 글 입니다.
I. 세계 최악의 지정학적 상황에 처한 비 전략적 대한민국
모든 국가들은 경쟁 한다. 약소국들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 경쟁하며 강대국들은 1등이 되기위해 경쟁한다. 국가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자신의 현재 지위보다 한 등급이라도 상승된 지위에 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1등 자리도 2등자리도, 꼴등 자리도, 모든 자리는 하나뿐이다. 국가들은 지위 상승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위에 있는 나라의 지위를 빼앗아야 만 한다. 그래서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아무리 친한 나라라 할 지라도 ‘경쟁’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쟁하는 나라들 일 지라도 이웃 나라를 아예 제거해 버려야 겠다는 목표를 가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의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말살 시키겠다는 이웃과 더불어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나라는 오로지 한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뿐일 것이다. 두나라 중 한국의 처지는 이스라엘 보다 훨씬 불리하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없애 버리겠다는 이웃 나라들을 각개 격파 하기에 충분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웃들이 힘을 합치더라도 이를 능히 막아낼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지금 주변국은 커녕 북한의 위협조차 능히 막아낼수 있는 처지에도 있지 못하다. 북한은 한국과 1:1 로 붙으면 자신이 승리할 자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또한 말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종합 국력에서 북한보다 30배 이상의 우위를 보이는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은 당장 극복, 수정 되어야 할 한국의 가장 큰 고질 병이다. 북한에게 대화하자고 조르는 것도 한국 이며, 돈을 주며서도 쩔쩔매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국제관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보다 훨씬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말 할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주변국들은 모두 세계 1,2,3,4 위의 강대국이라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이웃을 격파 할수 있다지만 우리는 결코 그럴 처지가 못된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운명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며, 미국은 현재 전략적 이유에서 한반도 문제에 깊게 개입하고 있는 세계 패권국이다.
이렇게 험악한 상황에서 존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지도자들의 국제정치 및 국가안보에 관한 인식은 가히 태평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이 국방을 위해 지출하는 돈은 비율상으로 이스라엘의 절반 밖에 되지 않으며 세계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냉전이 끝난 후 20여년 동안 세계에서 국방비를 가장 빠른 속도로 증액시킨 나라는 중국인데 우리 나라 언론인 혹은 정치가들중 지난 수십년 중국의 국방비 성장률이 중국의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았다는 사실을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한 지난 십여년 동안 일본의 국방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인식이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인지 궁굼해서 묻는 질문이다.
2010년 중국이 함공모함을 진수 시켰을 때 “서해를 내해로 만든 중국” “찬란한 태양이 뜨다” 라고 정신 나간 보도 제목을 뽑은 한국 언론도 있었다. 지난 8월 6일 일본이 헬리콥터 항모를 진수 시키자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히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비난 했다. 중국의 항공모함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엄청 도움이 되는 모양이고 일본의 헬리콥터 항공 모함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본의 항모와 맞장 뜰수 있는 해군력 증강 캠페인이라도 벌이자는 언론은 보지 못했다.
금년 초,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제정치학적인 무감각에 관한 재미있는 시론이 신문에 게재 된 바 있었다. ‘한국인이 잘 모르는 세가지’ 라는 제목의 시론으로 한국인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를, 얼마나 위험한 처지에 있는지를, 그리고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 나라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도 모르고 , 북한도 모르고, 일본, 중국도 모른다는 말 일 것이다. 한가지 더 추가 하라면 필자는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 얼마나 무섭고 냉혹한 나라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자신을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설파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자신도 모르고 적도 모르고 누가 믿을 수 있는 친구인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