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냐 성능이냐… 한반도 영공 지배할 차기전투기는?
F-35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 같던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의 접전 양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력 후보로 부상했던 미 록히드마틴사의 최신형 스텔스기 F-35A가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결함과 비용증가설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F-X 1, 2차 사업을 독식했던 미 보잉사의 F-15SE는 출생의 벽이 높기만하다. 과거 대형 무기구매 때마다 작용했던 한·미 동맹이란 정치적 고려가 최근 들어 ‘국익 우선’ 논리에 밀리는 분위기여서 ‘대형무기=미국산’ 공식이 깨질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산 ‘유로파이터’의 존재감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유로파이터는 도입 대상 전투기 60대 중 53대의 한국 내 생산, 한국형전투기사업(KF-X)에 2조원 현금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F-X 후보기종별 분석을 통해 한반도 영공을 지배할 차기 전투기를 점쳐본다.
◆기종별 개발 및 실전배치 시기는
1996년 개발에 나선 F-35는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F-22 ‘랩터’의 보급형 전투기다.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제작돼 공군과 해군용, 해병대용으로 각기 다른 3가지 버전이 있다. 현재 시제기 100여대가 실전배치 전 비행시험을 받고 있다. 미국과 함께 F-35를 만드는 JSF(3군 통합타격전투기 사업)에 참여한 영국 등 8개국은 2020년 이전에는 F-35가 초기 작전성능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 정부 역시 179대의 F-35 도입 계획을 2017년 이후로 연기했다. 우리 정부도 2017년을 최초 인도 시점으로 잡고 있다.
보잉의 F-15SE의 초기 버전은 1967년 개발됐고 10년이 지난 76년 실전배치됐다.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전장에서 활약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 공군은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차기전투기로 F-15K 60대를 구매, 운용하고 있다.
F-15SE는 F-15K 버전에다 내부무장을 다는 등 스텔스 성능을 가미한 설계상의 전투기로 현재 시제기가 없다. 워낙 개발된 지 오래된 모델이다보니 보잉사가 이번 F-X 3차 사업에서 탈락할 경우 F-15 생산조립 라인은 문을 닫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유럽항공방위우주연합(EADS)이 제안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트렌치3’ 버전이다.
트렌치1은 1994년 개발돼 2003년 실전 배치됐고 트랜치3 버전은 2013년 완성됐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리비아전에 출격했으며, 현재 트렌치 1, 2 버전을 포함해 모두 350대가 운용되고 있다.
◆가격과 유지·보수비용은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로 도입되는 F-35A(공군용)의 미 정부 구입가격은 1억9000만달러다. 일본은 대당 2억4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초기 대당 7000만∼8000만달러로 예상됐던 가격은 각종 기체 결함 등에 따른 개발 지연 탓에 급상승했다. 이로 인한 공동개발국들의 도입 취소나 축소가 잇따르고 있다.
F-15SE는 1억달러 이하의 가장 헐값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수명주기가 오래되다보니 성과기반군수(PBL)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종사가 두 명 타는 복좌기에다 설계상 한계로 연비와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로파이터도 최신 기종인 만큼 1억달러가 넘는 가격대로 알려져 있다. 대신 PBL 비용이 경쟁 기종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진과 레이더, 전자전 장비가 모두 유로파이터 관련 회사 제품이란 점도 PBL 비용을 낮추는 강점이다.
◆스텔스 성능
적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기능을 좁은 의미의 스텔스로 정의할 수 있다. F-X 3차 사업에서 가장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F-35는 전방에 대해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적이 F-35 후방을 레이더로 추적할 경우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F-15K에다 내부무장을 다는 F-15SE는 극히 제한적 스텔스 성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보잉도 스텔스 성능과 관련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약 F-15SE가 스텔스 성능 구현을 위해 외부에 장착하는 운항, 타기팅, 적외선 포드를 모두 포기할 경우 야간출격 및 저고도 침투, 정밀폭탄 투하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로파이터 트렌치3는 4.5세대 전투기다. 완벽한 스텔스기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동체 82%가 레이더반사면적(RCS) 감소 탄소복합 소재이고 엔진 공기흡입구에 전파흡수도료를 발라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재연소 없이 초음속 순항이 가능한 슈퍼크루즈 기능으로 RCS를 줄이고 대전자전 시스템, 무선송수신을 대체하는 데이터통신과 적외선 추적 장비로 보완하고 있다.
◆전투력의 상징인 엔진
F-35A는 추력이 가장 좋은 F135 터보팬 엔진을 장착했다. 하지만 단발엔진으로 F-22 랩터가 가진 슈퍼크루즈나 추력편향 성능은 없다. F-15SE는 GE의 F100-229 쌍발엔진을 달고 있다. 마찬가지로 슈퍼크루즈와 추력편향 성능은 갖추지 않았다. 유로파이터는 유로젯200 쌍발 엔진에 슈퍼크루즈와 추력편향 기능을 갖췄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