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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층을 계속 퍼내면 물의 불순물 농도가 높아진다. 금속 성분 등 침전물이 가라앉아 상대적으로 깨끗한 위쪽 물은 이미 소비됐고, 점점 더 깊은 바닥쪽 지하수를 퍼올리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만든 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지하로 스며드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지난해 인도 수자원부가 조사한 지하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전국 639개 구역 중 158곳의 지하수에는 염분이 너무 많았고, 267곳은 불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넘어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385개 구역의 지하수에는 음용수 허용치 이상의 질산염이, 270곳은 철 성분이, 53곳에는 비소가 각각 포함됐다.
특히 인도 대수층 63곳에서는 납·크롬·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 비소는 어린아이들이 마시면 지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신경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롬 역시 발암물질이다.
인도 북부 곡창지대 펀자브·구자라트에 있는 우물 10곳 가운데 9곳의 수위는 현격하게 낮아졌고, 남동부 타밀나두주에서는 지하수면이 이미 30m나 내려갔다. 인도 식수용 수원의 80%는 지하수다. 수도 뉴델리에서조차 상수도를 통해 정화과정을 거친 물을 받아 쓰는 주민은 65%에 그친다. 나머지 주민들은 통에 든 물을 사서 써야 하는데, 대부분 서민·빈민층이어서 불순물이 처리되지 않은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이미 2005년에 “2025년이면 인도의 대수층 5곳 중 3곳은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 기근이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진단도 내린 바 있다.
대수층을 파내면 당장 물 고민이 사라진 듯한 착각을 부르지만 결국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이 된다. 리비아의 옛 독재자 무아마드 카다피는 1953년 차드·이집트·수단에 걸쳐 형성된 남부 사하라의 누비아 대수층을 독점하기 위한 대수로 공사를 구상했다. 1983년에 시작돼 2009년에야 완성된 이 작업에는 32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대수층에 최고 500m 깊이의 우물 1300여개를 뚫고, 1500㎞에 달하는 수로관을 연결해 리비아로 물을 끌어왔다. 카다피는 이를 ‘세계 8대 불가사의’라 자랑하며 당시 반정부 목소리가 높았던 벵가지 등 주요 도시에 물을 공급, 선전용으로 활용했다. 대수로 건설에는 한국 동아건설도 초기에 참여했다.
카다피는 생전 대수로를 통해 50년간 물을 조달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50년 후면 대수층이 말라버릴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막 한복판의 이 귀한 물을 다 퍼올리고 나면 리비아 남부 오아시스들 역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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