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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25 참전영웅 후손들 모여 '코리아 네트워크' 만든다[停戰 60年]

淸山에 2013. 7. 27. 05:04

 

 

 

 

 

[停戰 60年] 세계 6·25 참전영웅 후손들 모여 '코리아 네트워크' 만든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2013.07.27 03:18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미국·태국·에티오피아 등 41명 '참전용사 청년봉사단' 발족

"할아버지, 팔·다리 잃었지만 소중한 가치 지켜냈기에 참전 후회 안한다고 하셨죠
참전용사들 희생 기리고 6·25전쟁의 의미 알릴 것
SNS 통해 참전·지원국 21개국 모임으로 확대"

  
"할아버지나 부모님, 오빠처럼 군인으로서 한국에 봉사하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6·25전쟁의 의미를 되살리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널리 알려 한국과 국제사회를 이을 방법을 찾게 돼 매우 기쁩니다."

 

올해 미국 명문 여대 웰슬리대에 입학하는 재클린 맥그레이스(20)는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 한편에는 항상 '코리아'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해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앨빈 볼더스(83) 전 연방 하원의원(민주·위스콘신)이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한미군 2사단에 근무하면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했고, 그의 오빠도 현재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이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25일(현지 시각) 열린‘6·25 참전 용사 청년 봉사단(KWV Youth Corps)’발족식에 참가한 참전 용사 후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25일(현지 시각) 열린‘6·25 참전 용사 청년 봉사단(KWV Youth Corps)’

발족식에 참가한 참전 용사 후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25일(현지 시각) 열린‘6·25 참전 용사 청년 봉사단(KWV Youth Corps)’발족식에 참가한 참전 용사 후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한종우 6·25 참전 용사 디지털기념관재단 이사장, 사무엘 물루이, 데인 웨버, 재클린 맥그레이스, 아티야 아라야퐁, 사만다 프레이저. 이날 발족식에는 참전 용사 3세 후손 26명과 2세 후손 15명 등 41명이 창립 회원으로 참가했다. /임민혁 특파원 


맥그레이스는 "할아버지는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억 때문에 먼저 나서서 과거를 언급하려 하지 않으셨다. 6·25전쟁의 기록을 보존하고 후대에 알리는 것은 우리 세대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6·25 정전 60년을 이틀 앞둔 2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에선 맥그레이스와 같은 참전용사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6·25전쟁 참전용사 청년봉사단'(KWV Youth Corps)을 발족했다. 6·25전쟁 참전용사 디지털 기념관 재단(이사장 한종우) 후원으로 결성된 청년봉사단에는 참전용사 3세 후손 26명과 2세 후손 15명 등 41명이 창립 회원으로 참가했다. 이들은 매년 연례회의를 열어 6·25전쟁의 의미와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한국 알리기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후손 조직을 21개 참전국(전투병력 파견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6·25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왼쪽 하늘색 상의를 입은 이)가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DC 6·25전쟁 참전기념비 헌화 일정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6·25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왼쪽 하늘색 상의를 입은 이)가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DC 6·25전쟁 참전기념비 헌화 일정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6·25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왼쪽 하늘색 상의를 입은 이)가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DC 6·25전쟁 참전기념비 헌화 일정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웨버는 위 사진 속 데인 웨버의 할아버지다. /청와대 제공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87) 예비역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23)도 봉사단에 합류했다. 윌리엄 웨버는 워싱턴 6·25전쟁 참전기념비 옆에 서 있는 19명의 미군 병사 조각상 가운데 하나의 실제 모델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가 그날 만남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웨버는 5세 때인 1995년 할아버지를 따라 참전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고, 호주에서 열린 6·25 행사에도 간 경험이 있다. 그는 "할아버지는 팔·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싸웠고, 또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지 리서처로 활동하고 있는 웨버는 "당장 6·25전쟁 자료를 발굴하고 후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에티오피아·태국 참전용사 후손들도 동참했다. 에티오피아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무엘 물루이(29)의 할아버지는 왕실경호단 소속으로 6·25에 참전했다. 물루이는 "5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인들은 에티오피아가 참전했던 사실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들이 여전히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있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태국 참전용사 첨니안 사아드이암 중령의 손녀 아티야 아라야퐁(21)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6·25전쟁을 그냥 역사책에 한 줄 나와 있는 사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참전 유엔군 사망·실종자 수
 

참전 유엔군 사망·실종자 수   

 
아라야퐁은 하지만 2011년 방콕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할머니와 함께 초청받아 참석해 다른 참전용사들과 한국인들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을 했는지를 알게 됐고, 할아버지뿐 아니라 태국 참전용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은 생각에 봉사단에 자원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