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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그러나 너무 다른 서울·평양의 색깔·소리

淸山에 2013. 7. 25. 17:26

 

 

 

 

 

비슷한 듯, 그러나 너무 다른 서울·평양의 색깔·소리

[중앙일보] 


사진집 『코리아 - 코리아』 낸 독일 디터 라이스트너 교수
극과 극의 지하철·거리 … 사진·담배 즐기는 건 같아 하나된 두 도시 꼭 찍고파

 

 

 

 

 

 

 

 

책 30페이지. 양쪽 면에 지하철 내부 사진이 실렸다. 전혀 다른 장소의 사진이다.

 왼편엔 젊은 남녀가 살짝 포옹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이들은 그들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오른편 사진. 어두운 인민복 차림의 사람들이 반듯하게 앉아있다. 그중엔 사진 찍는 이가 신기했는지 카메라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왼쪽 사진은 서울의 지하철, 오른쪽 사진은 평양 지하철의 모습이다. 

 

독일의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뷔르츠부르크대학 디자인학과 교수인 디터 라이스트너(61·사진)가 펴낸 사진집

『코리아-코리아』엔 서울과 평양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미지가 담겼다.

 

2006년 평양을, 지난해엔 서울을 방문해 찍은 사진들로 엮은 작품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선 ‘좀처럼 촬영하기 힘든 북한의 속사정을 서울과 잘 대조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월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국제교류재단·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아시아나항공 후원으로

독일 출판사 게슈탈텐에서 책을 냈다.

 

한국 현대사에서 분단 60년과 같은 의미인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그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 도시를 봤다”며 “이젠 하나가 된 한반도를 다시 찍고 싶다”고 말했다.

 

 - 어떻게 ‘서울-평양 프로젝트’를 추진했나.

 “2001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때 북한이 초청됐는데, 당시 시 당국이 내게 ‘평양을 한번 찍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시의 응용예술박물관이 적극 협조했다. 그때 북한에 가진 못했고 5년 뒤 입국허가를 받아 방북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를 촬영하고 싶었다.”

 

 - 책을 통해 뭘 얘기하고 싶었나.

 “서울과 평양을 똑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나 공공생활에서 두 도시의 공통점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북한에선 모든 일이 집단노동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남북한 사람 모두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흡연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더라.”

 

 - 서울과 평양의 가장 큰 차이는.

 “서울의 특징은 ‘시끌벅적’, 평양은 ‘고요’다. 평양엔 차량소통이란 게 거의 없었다.

밤에도 가로등은 모두 꺼졌고 전 도시가 ‘침묵의 장막’에 휩싸인 듯했다. 숨이 막혔다.

그러나 오전 6시가 되면 기상을 알리는 방송과 선전가요가 스피커로 울려퍼졌다.

기상 방송은 30분 간격으로 계속 나왔다. 평양은 서울과 달리 색채가 없었다.”

 

 - 평양에서 감시가 붙어 사진찍기 어렵지 않았나.

 “2주간 체류하며 4500장 정도 찍었다. 도착하면서부터 감시를 받았다. 동행 없인 길도 못 건넜다.

주민들과는 단 한마디 얘기도 할 수 없었다. 차로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 많은 사진들을 검열에 걸리지 않고 건질 수 있었다.”

 

 - 북한을 옛 동독과 비교하면 어떤가.

 “ 북한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회색빛이고 지루했다. 그러나 북한의 감시체제는 그 어떤 사회주의 국가보다 엄격했다.

 동독 주민은 적어도 다른 사회주의 국가를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내에서 몇㎞를 가더라도 검문소가 있었다.

 지금도 평양 주민들이 떠오를 때면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