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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 닮은 부드럽고 우아한 연기… 차원 다른 곡선의 미학

淸山에 2013. 3. 18. 02:33

 

 

 

 

 

‘한국의 강’ 닮은 부드럽고 우아한 연기… 차원 다른 곡선의 미학

런던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ㆍ탁월한 스케이팅 능력도 한몫
 
17일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다른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피겨 선수들은 김연아와 김연아 외 선수, 둘로 구분된다.”
 


“다른 선수들은 경쟁 자체가 안된다.”
 
“축구에서 메시처럼 피겨에서는 김연아가 외계인이다.”
 
이런 소감은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대동소이하다. 김연아의 연기는 누가 봐도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우승 횟수도 많지만 확연하게 벌어지는 2위와의 점수차가 그걸 입증한다. 어떻게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연기를 해낼까. 김연아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의 연기와 도대체 뭐가 다를까.
 

김연아가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런던(캐나다) |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에서 훌륭한 연기는 “완만한 계곡을 따라 조용하게 흐르는 잔잔한 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튀기지 않고 조용하게 흐르는 물과 같은 연기가 최고라는 의미다. 김연아의 연기가 바로 그렇다.
 
탁월한 스케이팅 능력이 출발점이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은 힘, 작은 동작으로 더 많은 거리를 더 빠르게 질주한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은 “피겨스케이팅도 기본적인 스케이팅 능력이 좋아야 잘할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김연아의 스케이팅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부드러운 스케이팅은 좋은 점프를 낳는다. 김연아는 빠른 속도를 그대로 살려 점프연기를 한다. 높이가 높고 비거리까지 길면 여유롭고 우아한 회전연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반면 아사다 마오(일본) 등 다른 선수들의 회전연기는 조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높게, 멀리 뛰는 김연아와 달리 높게만 뛰면서 점프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멀리 뛸 경우 착지할 때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걸 피하려는 의도다. 그렇게 뛴 점프는 회전수를 똑같이 채울 수는 있어도 김연아처럼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점프를 만들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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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는 몸짓 또한 부드럽고 유연하다. 손놀림과 발놀림은 마치 가는 실이 산들바람에 하늘하늘 날리는 것 같다. 온몸으로 만들어내는 선은 이리저리 자유롭게 휘어지는 곡선이다. 김연아의 몸놀림에는 격렬한 음악에 맞춰 연기할 때를 빼놓고는 밋밋한 직선, 날카로운 각도가 없다. 김연아가 그리는 선은 손동작이 거수경례하듯 뻣뻣하고 발놀림이 군대 제식훈련처럼 딱딱 끊어지는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르다.
 
다른 선수들의 연기가 수많은 물방울을 튀기며 험한 계곡을 요란하게 지나는 급류와 비슷하다면 김연아의 연기는 완만하고 넓은 물길을 조용하고 우아하게 흐르는 깊은 강물에 가깝다.
 
김연아의 연기는 한국의 강을 닮았다.

 

 

▲ 피겨 여왕 화려한 귀환
4년 만에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을 제패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17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연아의 완벽한 착지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완벽 연기를 펼치는 피겨퀸 김연아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레미제라블에 완벽하게 녹아든 김연아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제자리를 찾은 피겨퀸 김연아의 우아한 스파이럴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김연아의 완벽한 레미제라블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스파이럴을 연기하는 김연아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김연아의 만점짜리 감성 연기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김연아의 만점짜리 감성 연기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osen >

 

 

김연아, ‘완벽한 레미제라블이야!’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김연아가 멋진 연기를 펼친 후 감격에 겨워 하고 있다.< osen >

 

 

김연아, ‘내가봐도 완벽한 연기였어!’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김연아가 멋진 연기를 펼친 후 감격에 겨워 하고 있다.< osen >

 

 

 

 

자신의 점수에 놀라는 김연아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 (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리는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서 김연아가 148.34을 받아 총점 218.31를 기록 여왕의 귀환을 알리며 1위를 차지했다.< osen >

 

 

여왕의 귀환, ‘김연아가 돌아왔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 (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리는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서 김연아가 148.34을 받아 총점 218.31를 기록 여왕의 귀환을 알리며 1위를 차지했다.< osen >

 

 

우승 인터뷰를 갖는 김연아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osen >

 

 

여왕의 귀환을 알리는 김연아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피날레 세레모니를 가지고 있다.< osen >

 

 

시상대 가운데에 우뚝 선 김연아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피날레 세레모니를 가지고 있다.< osen >

 

 

여왕 김연아의 뒤를 따르는 아사다 마오와 코스트너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다.< osen >

 

 

팬들로 부터 태극기를 받는 김연아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팬들로 부터 태극기를 받고 있다.< osen >

 

 

김연아, ‘내가 세계의 중심이야!’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피날레 세레모니를 가지고 있다< osen >

 

 

 

 

 

 

 

 

연아, 넌 어느별에서 왔니?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입력: 2013년 03월 17일 21:03:42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30여명의 런던시 여성합창단은 김연아(23)가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또렷한 한국어로 정확하게 애국가를 불러 많은 한국팬을 감동시켰다.
 
애국가와 태극기, 그리고 김연아가 있었다.
 
김연아는 17일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시니어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69.97점)를 합쳐 종합 218.31점을 획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연아가 2년 가까이 국제무대에서 자리를 비운 동안 피겨계는 ‘절대 강자’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여자싱글 피겨 수준은 하향평준화 되었다는 전문가들의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때문에 김연아는 등장 그 자체만으로도 피겨계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세계 언론들은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그리고 김연아가 다시 왕좌에 올라서자 외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기사를 쏟아냈다.
 
AP통신은 “올림픽 챔피언은 마치 한 번도 공백기를 갖지 않았던 것처럼 우아한 연기로 관중들의 넋을 빼앗았다”며 “김연아의 우승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며 다만 몇 점을 받을 것인지만 궁금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NBC 스포츠 채널 유니버설 스포츠는 김연아의 점수를 1위에 올려놓고 2위부터는 점수 표기 대신 -20.42점 등으로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김연아가 컴백 시즌을 마법 같은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내년 올림픽에서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에게 여왕다운 퍼포먼스로 ‘맞붙을 준비가 됐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은 골프에서 1부와 2부 투어를 나누듯 수준별로 나눴어야 했다. 하나는 김연아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모든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에게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왔던 일본 언론도 아사다 마오와의 실력차를 인정했다.
 
<스포츠닛폰>은 “아사다의 추격이 미치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며 아사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연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사다는 일본 언론을 통해 “강한 라이벌이 있어서 성장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을 없앤 뒤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 언론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밴쿠버 선>은 “김연아는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고 묘사했고,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도 “2년 만에 국제 무대에 돌아온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별에서 연기하는 것 같았다(seemed to be skating on an entirely different planet from every other woman)”고 찬사를 보냈다.
 
전·현역 피겨스케이터들도 트위터를 통해 감탄했다. 제레미 텐(캐나다)은 “2005년 코치를 버리고 김연아의 경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뛰어갔었다. 당시에 ‘이 소녀는 언젠가 월드챔피언이 될 것이다’라고 했었는데 난 초능력이 있나보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피겨를 4년 연속 제패한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콧 해밀턴(미국)은 “김연아는 그녀가 왜 세계 최고인지 보여주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