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불을 키고 맞장을 뜬다.. . 한번 붙은 싸움은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다. 저러다 지치면 그만 두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싸움이 오후가 되도 끝나지 않았고 수탉들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한 놈이 꽁지만 내리면 싸움은 금방 끝이 날 텐데 결코 꽁지를 내리는 놈이 없었다. 내가 쫓아가 발로 차야 그때서 멈추지만 금방 또 전쟁이 이어진다. 한 놈이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 공격하고 또 한 놈이 고꾸라지면 털고 일어나 공격하고 영원한 맞수였다.. . 다른 암탉들 심난하게 하지 말고 둘이 아주 끝장을 내보라고 작은 닭장으로 옮겨 줬더니 정말 끝장을 내려는지 싸움은 더 치열했다. 필경, 저러다 한 마리가 죽을 것만 같아 생각 끝에 닭 사료를 술에 담갔다가 주었더니 긴 싸움에 허기졌는데 잘들 먹고 있었다.. . 저녁이 되어 아직도 싸우나 슬쩍 가보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서로 몸을 기대고 눈만 말똥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평화 그 자체였다.. . 아, 정말 사람들에게나 닭들에게나 술은 참 좋은 것이라는 게 새삼스러웠다. 만약 술이 없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피터지게 싸우며 살아갈까,. 수탉하면 내 어릴 적 기르던 수탉이 있었는데 정말 싸움을 잘했었다. 어머니가 장에 가서 병아리들을 사왔다. 요건 형 거, 까만 거는 내 거, 나는 병아리마다 우리남매 이름을 붙여주고, 특히 내 것은 먹이를 많이 주었다. 내 병아리는 다른 병아리보다 잘 자라고 힘이 장사였다. 나는 형한테 맨 날 얻어터지는데 내 병아리가 형 병아리를 물어뜯는 것만으로 기분이 좀 풀리곤 하였다.. . 내 병아리는 커다란 수탉으로 자랐고 색깔도 무척 화려하고 멋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네 아이들 등에 올라타서 찍어 대다가 동네아줌마들에게도 덤비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는 외삼촌 보고 장에 갈 때 수탉도 팔아오라고 하셨다. 나는 내 수탉을 안 팔겠다고 버티었으나 결국 외삼촌을 따라 장터에 가게 되었다.. . “닭이 팔리면 너 눈깔사탕 하나 사줄게,” 외삼촌이 말했다. 눈깔사탕이 맛있지만 그래도 나는 닭이 안 팔리기만을 바랬다.. . 다행이 우리수탉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왜 멋진 수탉을 파느냐고 물었다. 외삼촌이 싸움꾼이라 팔려고 한다 했더니,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이곳 장터를 주름잡는 흰 수탉이 있는데 싸움한번 붙여보자고 외삼촌을 꼬드겼다. 막걸리 한 사발 얻어 마신 외삼촌은 트림을 하며 싸움 한번 붙이자고 말씀하셨다.. . 장터 뒤뜰 언덕위에서 폼 잡고 있는 흰 수탉이 있는 곳으로 우리 닭을 데리고 가는데 사람들이 구경하러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리 닭을 풀어놓자마자 흰 수탉이 머리털을 세우며 달려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잠시 후 고꾸라졌던 우리 수탉이 정신을 차린 후 독수리처럼 날개를 펴고 날라 날카로운 부리로 흰 수탉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흰 수탉은 꽁지를 내리고 달아나 버렸고 사람들이 우와~~ 우와~~ 함성을 질렀다. 외삼촌은 신이 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 “우리 읍내에서 싸움 1등 하는 수탉 사가시요~~” . 우리는 수탉을 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리수탉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 다음날 개울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외삼촌네 식구들이 와 있었고 밥상에는 고기국도 놓여있었다. 오랜만에 고기국을 맛있게 먹고 밖에 나와 보니 마당에는 닭털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이상해서 구구구~ 하고 닭들을 불렀는데 내 수탉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내 수탉을 잡아먹은 거야...? 어느새 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작가
왕하지의 볼멘소리 김 바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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