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牛)를 미끼로 낚은 물고기 김연아 선수와 황 某 교수간의 ‘訟事(송사)’로 본 우리 시대의 자화상 張良守 《莊子(장자)》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라 할 만한 동물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逍遙遊(소요유)」편에 나오는 새 한 마리가 그런 것이다. 북쪽 바다에 살고 있는 큰 물고기, 鯤(곤)이 변하여 된, 鵬(붕)이라는 이 새는 그 등(背部ㆍ배부)의 폭이 천 리나 되는데, 구만 리 하늘 위로 날아다닌다고 한다.
이 새는 한 번 하늘로 오르면 여섯 달을 계속해서 난 다음에야 한 번을 쉰다고 한다. <外物(외물)>편에 나오는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 任(임)나라 公子(공자)가 바다에서 큰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인근 온 백성들이 飽食(포식)하도록 했다. 그 고기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만하다. 낚시의 스케일이 실로 엄청났던 것이다.
그는 會稽(회계)라는 산에 앉아 東海(동해ㆍ우리나라의 서해)에 낚싯바늘을 드리웠다고 한다. 그러니 그 낚싯대가 얼마나 컸겠는가? 게다가 찌가 꿈쩍도 안 하는데도 1년을 기다렸다고 하니 인내력도 초인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끼다. 그는 미끼로 지렁이, 새우를 쓴 게 아니라 소(牛) 50마리를 썼다고 한다.
莊子는 우리에게 자잘한 名利(명리)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을 크게 하고 큰 일을 경영하라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한문 原典(원전) 해독력도 보잘 것 없고《莊子》도 잘 모른다. 또 위 이야기는 왠만한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새삼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에 좁쌀같은 이야기가 많아서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이유 중엔 ‘반말을 했다’, ‘버스 안에서 발을 밟았다’, ‘무시하는 눈으로 쳐다 보았다’는 다소 황당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한심했던 것은 최근 김연아 선수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다. 문제의 발단은 김연아 선수가 어느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데 대해 어느 대학의 황 某 교수가 ‘쇼’라고 한 것이다.
金 선수는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한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그녀는 우리가 손 안의 구슬(掌中珠ㆍ장중주)처럼 귀하게, 꽃처럼 아름답게 생각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랑스런 딸이다. 그 뿐 아니라 그녀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로 나서 유치에 큰 功(공)을 세우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나는 金 선수가 유럽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과 時差(시차)에 부대껴 몸살로 휘청거리고 있다는 보도를 읽었을 때, 고맙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 황 교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심리학 전공 교수라면 연구하고 학생 가르치는 일에 힘쓸 것이지, 무슨 할 일이 없어서 ‘쇼’니 뭐니, 잘 알지도 못 하면서 함부로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음으로는 김연아 양 주변의 소위 나이 든 분들께 한 마디 하고 싶다. 김연아 선수가 그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했다는데, 나는 金 선수의 그런 마음은 이해가 간다.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아무 잘못없이 그런 말을 들었으니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다. 고소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주변에 법적인 문제를 상의하는 변호사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金 선수 주위에 연세가 있는 사람들은 ‘교수라지만 그 수가 많다 보면 별 사람이 다 있다. 그런 말은 태산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로 흘려 들어야 한다’며 고소는 만류했어야 옳다.
金 선수는 얼마 후 고소를 취하했다. 金 선수 측은 ‘일이 생각보다 커졌고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소 취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訴狀(소장)을 내기 전에 먼저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그 교수라는 사람의 말을 보도한 언론사에게도 몇 가지 묻고 싶다. 나는 잘 모르는 일이지만, 기사를 보도할 때는 먼저 그것의 뉴스로서의 가치 판단을 하고 거기에 따라 취사선택 하는 것이 옳다. 無가치한 것은 설사 독자의 눈을 끌고, 화제거리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일 말고도 매스컴이 보도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나? 꼭 해야 할 말을 이런 저런 계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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